몸에 좋은 홍어, 웰빙과 궁합 "딱" 반세기 홍어장사 정갑선씨 "영산강 둑 건설前 전성기" 최근 "정력 보강" 수컷 인기 옛 명성 되찾기 활력 더해 “홍어, 특히 수컷의 고추가 정력에 좋다는 사실을 잘 모를 거요. 천덕꾸러기 취급 받던 수컷으로서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난 거지요.” 홍어의 고장 영산포, 금성수산 대표 정갑선(鄭甲善ㆍ66)씨는 대뜸 엽기적인 얘기를 끄집어 낸다.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그의 설명은 이렇다. 수컷은 바닷고기중 정력이 뛰어나 ‘해음어(海淫魚)’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전은 저서 ‘자산어보’에서 ‘수컷은 낚시에 걸린 암컷과 사랑을 나누다 함께 잡히는데 암컷은 먹이, 수컷은 탐심 때문에 죽는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수컷의 배지느러미에는 막대기 모양의 심벌(교미기)이 2개나 달려 있다.
홍어는 암컷이 더 크고 맛도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 상인들은 좌판에 홍어를 진열하면서 수컷이 발견되면 심벌을 잘라내 버리고 암컷이라고 속여 팔았다. 그런 수컷이 뒤늦게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어물전마다 심벌을 버리지 말고 보내 달라는 주문이 전국에서 빗발치는 게 요즘 풍경이다. 홍어심벌의 정력제론은 동네에서 홍어박사로 불리는 양치권(梁治權ㆍ56)씨의 작품이다. 한국홍어숙성연구소를 운영하는 양씨가 홍어는 해음어라는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영산포 홍어를 되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렇듯 영산포(나주시 영산동)는 지금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나주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배앓이 증세가 있는 사람은 국을 끓여 먹으면 뱃속의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국은 또 숙취 해소에 매우 효과가 있다. 그리고 뱀은 홍어를 기피하기 때문에 그 비린 물을 버린 곳에는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체로 뱀에 물린 상처는 껍질을 붙이면 잘 낫는다.’ 자산어보에 나오는 홍어의 특성이다. 영산포의 어물전이고 식당이고 간에 어디를 가도 이 내용을 적어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붙여놓았다. 그런데 영산포에는 오랫동안 홍어전문식당이 없었다. 집에서 밥 먹듯 먹으니 식당에서 홍어를 사 먹을 까닭이 없었다. 전문식당이 하나 둘씩 생긴 것은 근자의 일이다. 홍어를 파는 어물전은 꽤 된다. 영산강을 끼고 자리잡은 선창가, 여기가 홍어의 거리다. 비릿한 갯내음과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한데 뒤섞여 코를 자극한다. 금성수산은 홍어의 거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점포다. 어물전과 발효실 모두 일제강점기 때 지은 건물로 원래 객주 이종순씨의 소유였다. 금성이란 상호는 영산포의 옛 지명에서 따왔다. 현재 홍어를 다루는 어물전은 10여 개 정도다. “홍어는 흑산도 것을 최고로 칩니다. 뱃길이 끊어지기 전까지 흑산도는 물론 대청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를 가득 실은 배가 강줄기를 따라 우리 어물전 앞까지 들어왔었지요. 원래 흑산도 홍어만 취급했는데 호남지방의 수요가 늘면서 다른 어장의 홍어배까지 여기로 온 것입니다. 홍어를 숙성시키는 방법과 요리법이 다른 지방보다 발달된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됐겠지요.” 정씨는 그 시절이 못내 아쉬운지 입맛을 다신다. 보통 가을부터 이듬해 3, 4월까지 ‘홍어파시’가 형성됐고 그 덕분에 영산포읍은 나주읍보다 경제사정이 나았다고 나이든 주민들은 회고한다. 78년 영산강하구둑 건설을 위한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영산포에는 석양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3년 뒤 하구둑 완공과 더불어 나주시의 일개 동으로 편입됐다. 덩달아 홍어를 취급하던 많은 어물전이 문을 닫았다. 하구둑 건설로 뱃길이 끊긴 것이 쇠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고 국내산 홍어의 급감이 타격을 더했다. 정씨의 고향은 나주시 남평읍이다. 한국전쟁 때 소학교에 다니던 그는 열 여섯 어린 나이에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른들을 따라 다니며 홍어장사에 눈을 뜬 그는 돈을 모아 공동으로 어물전을 냈다. 그러다가 금성수산을 차려 독립했는데 홍어장사로 어느덧 반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아들 형제가 곁에서 돕고 있다. 남의 손 안 빌리고 식구끼리 꾸려간 덕분에 여러 차례 폐업의 위기를 넘겼다. 전국에서 주문을 받아 택배로 보낸다. 영산포에서 거래되는 홍어의 대부분은 역시 칠레산으로 부산을 통해 들어온다, “홍어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코 부위 살을 으뜸으로 칩니다. 다른 부위보다 부드럽고 숙성도 빨라서 냄새도 짙어요. 한 마리를 잡아야 코 부위 살은 좌우 한 점씩 두 점 밖에 나오지 않아서 집안의 어른 상에만 올라갑니다.” 정씨는 홍어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 부위 살과 함께 심벌을 많이 먹으라고 일러준다. 홍어는 회 찜 구이 국(탕) 포 등에 모두 적합하다. 애는 보리쌀을 넣어 국을 끓여먹는데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홍어회에 삶은 돼지고기와 잘 익은 배추김치를 차례로 얹어 먹는 ‘홍어삼합’,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인 ‘홍탁삼합’은 궁합이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홍어는 썩어야 더욱 맛이 살아난다. 숙성과정에서 체내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바뀌는데 홍어를 싫어하는 이들은 바로 이 냄새 때문이다. 호남지방에선 잔칫집에 홍어요리가 빠지면 대접이 신통치 않다는 말을 듣는다. 입천장이 벗겨지고 막힌 코가 확 뚫릴 정도로 알싸한 홍어의 톡 쏘는 맛은 몸 속의 찌꺼기는 물론 마음에 맺힌 응어리까지 싹 씻어내는 느낌을 준다. 영산포 홍어는 그런 맛을 간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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