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대표하는 소녀 아이돌 - 이지연
80년대 가요계를 살펴보면,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은, 세대간의 분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의 변화라면, 기존 성인가요 (트롯) 이 메인스트림에 있다가, 서서히 서구 팝
문화의 영향을 받은 현대적인 가요들이 늘어나면서, 성격이 다른 두 문화가 동시에 사랑을 받는
공존이 이루어졌다. 8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성인들이 좋아하는 가요나, 10대 20대 가 좋아하는
가요가 크게 구분이 없었다. 조용필, 이선희, 김범룡 등 성인층에서 사랑을 받는 가수가 틴에이져
들의 우상이기도 했고, 조용필, 나미 등 성인가요와 현대가요를 동시에 소화하는 가수들도 있었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댄스음악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근대적인 개념의 아이돌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매니지먼트 가 시작된 시기였다.
소방차, 김완선, 박남정 같은 댄스 가수들은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며, 조용필 이선희 와
같은 스타들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의 새로운 문화층을 형성하였고, 언제부턴가 박혜성, 김승진,
김완선, 원준희, 이지연 같은 하이틴 가수들이 등장해서 인기를 모았다.
이지연 / 나는 사랑을 몰라 (1987)
박혜성, 김승진 처럼 풋풋한 소년미를 발판삼아 성공한 가수들은 있었지만, 청순한 소녀성을
주된 컨셉으로 성공한 가수는 많지 않았다. 물론 전례가 없던것은 아니었지만, 이지연이 등장하기
전 까지의 가요계의 실정은 그렇게 보는데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87년, 17살의 나이로 데뷔한 이지연의 경우는, 고교생 가수라는 점을 최대한 중점을 두어
홍보한 경우였다. 그러한 차별화의 전략으로, 당시 화려하기 그지없는 온갖 유행 아이템
들을 마다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매우 수수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의상을 입고 등장 하였는데,
(당시 발라드 가수들은, 여자들도 남성 정장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정도 이러한 컨셉이 성공하자, 그녀는 당대의 트랜드에 맞게 화려한 의상과 발랄한
댄스음악을 동시에 선보이며 청소년 층의 아이돌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슬픈안녕', '그대' 등이 수록된 2집 음반이 대 성공을 거두며,
그녀는 단순한 아이돌 스타에서 그해 10대 가수상을 수상할 만큼 톱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1988년 당시 활동 모습)
하지만 인기가 높아감과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악성 루머들이 떠돌았다.
아마도 특정 연예인을 향한 '안티 팬' 문화의 그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그녀를 감싸던 소문으로는,
당시 라이벌 아닌 라이벌 이었던 이상은 씨의 뺨을 때려 방송 정지를 당했다거나,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담배를 피고 욕을 잘하는 여자 라거나,
모 퀴즈 프로그램 에서 '닭' 을 '닥' 이라고 썼다는 등의 인신공격형 루머가 주류를 이루었다.
(해당 소문의 진위 여부는 필자도 알지못함.)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전에 진학하는 동안 3집을 발표하게된 이지연은
'Love for Night' '늦지 않았어요' 등의 노래를 히트 시켰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그간의 청순하고 소녀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컨셉으로 삼고 활동을 재개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컨셉의 변화를 통해 매번 가수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것 역시,
당시 기획력의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볼수 있겠다.
아쉽게도 3집 활동 도중, 갑작스레 그녀는 미국으로 도피를 떠나게 된다.
도피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밤무대 공연중 알게된 무명가수 정국진 씨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이차이도 많았을 뿐 아니라 이혼경력 까지 있던 그를 이지연의 집안에서
강하게 반대를 하였고, 그녀는 결국 미국으로 함께 도피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간의 않좋은 이미지 때문인지 소문이 와전되어 '유부남인 매니져 (당시 매니져인 유현상)
과 간통을 벌여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 는 루머가 돌았으며, 그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이루어지지
않아 마치 정설처럼 궂어져 버리기도 하였다.
결국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지연과 정국진 부부는, 훗날 다시 한국에 돌아와
4집을 발매하고 가수활동을 시작하지만,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씁쓸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이지연의 경우는 80년대에서 90년대 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준
아이돌 스타 였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이상은의 경우, 독특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면, 이지연의 경우 당대의 트랜드와 흐름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통해 그당시의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아이템
이었다. 훗날 등장한 '강수지'와 '하수빈' 과 같은 청순함을 강조한 소녀 가수들의 전신
이 되기도 하였고, 80년대와 는 조금 차별화 되면서도 80년대의 문화적 성격을 갖고있는
마지막 세대 이기도 하였다. (사진출처 : 다음까페 이지연클럽 http://cafe.daum.net/leejiy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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