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차의 고향이다. 저장·장쑤·푸젠·윈난·구이저우 등의 성은 명차의 집산지로 이름높다. 이들 지역은 한족 외에 55개 소수민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으로, 이들이 대대로 즐겨온 차 속에는 독특한 맛과 향기, 건강을 지키는 약성분과 고유 문화가 녹아 있다. 베이징의 의료벤처기업인 미래의학의 도움을 받아 매주 한차례씩 이들 소수민족의 건강차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①원난성 부랑족 칭주차
중국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윈난성 부랑족의 칭주차(靑竹茶)다.
2천여년의 역사를 가진 부랑족은 대나무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밥과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대나무를 이용한다. 칭주차는 부랑족의 이런 독특한 식생활 문화에서 생겨났다.
칭주차는 만드는 방법이 독특하다. 먼저 사발둘레만한 굵기의 생 대나무를 잘라서 한쪽 끝을 날카롭게 만들어 땅속에 박아넣은 다음, 대나무 속에 갓 길어온 샘물을 채워넣는다. 그뒤 마른 나뭇잎을 대나무 주위에 깔아놓고 불을 지핀다. 대나무 속의 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찻잎을 넣고, 3분 정도를 더 끓인 다음 대나무로 만든 그릇(찻잔)에 부어서 마신다. 칭주차는 샘물의 달콤한 맛과 대나무의 신선한 향, 그리고 찻잎의 진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한번 마시면 오랫동안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칭주차는 혈액순환을 도와 동맥경화·고혈압·뇌경색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부랑족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왕수'(사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높이 32m에 1700살이 넘은 이 나무는 중국 차의 살아 있는 상징물로, 시솽반나다이족 자치주내 멍하이현의 원시삼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 부랑족은 차를 찾는 애호가가 있을 경우 촌장과 마을사람들이 차왕수까지 데려간 뒤 나무 앞에서 칭주차를 대접한다. 대나무밥과 향기가 밴 고기와 생선으로 식사를 마친 뒤 마시는 칭주차의 맛은 세상의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자연이 아름다운 중국 서남부 윈난성 시솽반나다이족 자치주에 8만2천명이 모여 사는 부랑족은 성격이 호탕하고 술을 즐겨 마신다. 집집마다 직접 술을 빚어 먹는데 `셴거우즈'란 식물의 잎으로 걸러 만든 푸른색의 비취주가 일품이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구수한 첫맛 쌉싸름한 뒷맛
②원난성 와족 쿠차
중국 남쪽 윈난성은 차와 꽃의 보고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윈난성은 사시사철이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발걸음이 어디로 가든, 눈부신 연록색의 차 물결과 붉고노란 꽃들이 어우러진 `지상낙원'이 펼쳐진다.
윈난성 1000~1500m의 고원지대 시멍 자치현에는 와족이 산다. 윈난지역 소수민족 중 두번째로 많은 38만여명의 와족은 산지에 옹기종기 모여살면서 전통적인 `쿠차'(苦茶)를 소중히 여긴다. 술이 없으면 손님을 멀리할 정도로 술대접이 각별하지만, 쿠차 앞에서는 술마저도 마다한다. 더운날 들판으로 밭갈이를 나갈 때 차항아리와 찻잎을 늘 지니고 다니며, 해질녁 집에 돌아와서도 마당에 둘러앉아 다시 찻잔을 돌린다.
쿠차는 말 그대로 `쓴차'다. 보통 찻잎을 쓰지만 쓴 맛은 특이한 제조방법과 관련이 있다. 발갛게 달아오른 목탄 위에 놓인 질항아리 속에서 물이 끓는 사이, 정갈하게 닦은 얇은 철판 위에선 찻잎이 볶여진다. 그윽한 향내가 퍼지고 철판 위의 찻잎이 노릇하게 볶였다 싶으면 끊는 물 속으로 집어넣어 3~5분 동안 달인다.
찻잎에서 녹아나온 탄닌 성분이 바로 쿠차만의 독특하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이유다. 쿠차의 매력은 마실 때의 구수함과 마신 뒤의 쌉쌀함이 입안에 한동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쿠차는 정신을 맑게해주고 갈증을 풀어준다.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에 좋으며, 잠자기전 한 잔은 불면증에 특효라고 한다.
와족들은 명절 때 총각들이 처녀가 사는 집을 새배다니듯 이집저집 방문해 사랑을 속삭이는 `취안구냥'이란 연애방식이 있는데, 서로 마음이 맞으면 결혼까지 가기도 한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sbha@hani.co.kr
[중국차] 쓰고 달고 매운맛 어우러진 '인생의 맛'
③ 바이족의 싼다오차
160만명의 바이족이 모여사는 윈난성 서남부의 다리자치주는 일년 내내 하얀 눈이 산을 덮고, 얼하이라고 불리는 호수의 푸른 물결 위에는 항상 배가 떠다녀 `동방의 스위스'로 불린다.
바이족에겐 싼다오차가 유래한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늙은 목수가 깊은 산 속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제자들은 목이 말라 견딜 수 없게 되자 주위의 나뭇잎을 따서 씹기 시작했는데, 너무 써 이맛살을 찌푸렸다. 목수는 “기술을 잘 배울려면 처음에 `쓴 맛'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목판을 다 만들자 목수는 그들에게 흑설탕을 건네며 `고진감래'를 맛보게 했다. 마침내 제자들이 하산할 때가 되자 목수는 쓴 차를 꺼내놓고 꿀과 산초잎을 넣어 쓴맛·단맛·매운맛이 어우러진 맛을 선사했다. 그는 “기술을 배우는 이치와 사람됨의 도리가 바로 이 차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세가지 맛'이란 의미의 싼다오차가 세상에 알려졌다.
싼다오차를 즐기려면 생강·산초·호도·꿀과 설탕이 필요하다. 작은 모래솥을 뜨겁게 달군 다음 찻잎을 넣어 볶은 뒤 끓인 물을 `챠' 하는 소리와 함께 들이부어 만든 호박색의 차가 쓴맛을 내는 `일도차'다. `이도차'는 단맛이 난다. 준비해둔 사발에 잘게 썬 호도와 설탕을 넣고 끓는 찻물을 사발에 부으면 된다. `삼도차'는 반숫가락의 꿀과 세 알의 산초, 약간의 생강을 찻잔에 넣고 찻물을 부어서 만든다. 쓴맛·단맛에 매운맛이 어우러지면서 `인생의 맛'을 음미하게 된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고량주 섞인 향 “십리밖까지”
④나시족 룽후더우차
중국 서남부 윈난성 리장 자치현에는 인구 28만명의 나시족이란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해발 2700m의 칭장고원엔 40여종의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간 지고 또 핀다. 굽이굽이 흐르는 `아음다운 강'이란 뜻의 리장 물줄기가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어울려 자아내는 풍경은 관광객들을 발길을 유혹한다.
원시적인 무속신앙으로 `둥바'라고 불리는 찬란한 문화를 가졌던 나시족은 차를 사랑한다. 이들은 룽후더우차(龍虎鬪茶)를 즐겨마신다. 용쟁호투를 연상시키는 이 차의 이름은 특이한 제조방법에서 비롯됐다. 먼저 차 주전자 속의 물을 펄펄 끓이는 동시에 조그만 도기 항아리에 찻잎을 적당히 넣고 불로 달군다. 이때 찻잎이 타지 않도록 항아리를 계속 흔들어준다. 찻잎에서 구수하게 볶이는 향기가 나면 항아리에 끓인 물을 부어 3~5분 삶는다. 이어 준비된 찻잔에 백주(고량주)를 반정도 따르고 곧바로 끓인 찻물을 찻잔에 따라 잔을 채운다. 이때 용(술)과 호랑이(차)가 서로 싸우며 `파아'하는 소리를 내는데, 소리가 클수록 길조로 여긴다. 소리가 난 뒤 차향이 사방으로 넘쳐난다. 어떤 시인은 “향은 십리 밖으로 날아가고, 맛은 찻잔 속에 맴도네”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찻물에 백주가 어우러진 차색은 비취의 신비로운 빛깔을 띤다.
나시족은 뜨거운 룽후더우차가 감기에 특효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찻잔에 고추 하나를 드리우기도 한다. 한잔의 룽후더우차는 온몸에 열을 나게 해주고, 자기 전에 마시는 한잔은 깬 뒤에 정신을 맑게 해주고 활력이 넘치게 한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청혼할때 내놓는 신성한 '예물'
⑤부이족과 구냥차
250만명에 이르는 중국 소수민족 부이족은 남부지역인 구이저우성에 주로 모여산다. 3만여명은 그 옆 윈난성에 거주한다. 1956년부터 로마자를 이용해 고유 언어를 표기하는 부이족은 자수로도 유명하다. 의복·커튼·이불·베개·손수건에 색실로 인물·꽃·새를 아로새긴 자수 제품은 동남아 일본 유럽 등지로 수출된다.
부이족의 가정에서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날마다 차를 마신다. 화롯불 위에 놓인 차주전자에는 찻물이 항상 보글보글 끓고 있다. 손님이 찾아올 때나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차는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부이족이 즐겨 마시는 차는 특이하다. 일반 찻잎에 겨울의 고통을 이긴 인동초가 피워낸 꽃송이를 말린 약재인 `금은화'를 섞어 만든다. 이 찻잎은 맛과 향기가 뛰어나 부이족이 가장 좋아한다. 특히 차속에 녹아든 금은화는 해열작용으로 감기에 좋으며 피를 맑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이족은 차 맛과 함께 차에 담긴 정성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 풍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차로 `구냥차'(아가씨차)가 있다. 아직 출가하지 않은 처녀들이 온갖 정성을 쏟아 만든 차란 뜻을 지닌 구냥차는 연애 혹은 청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를 예물로 보냄으로써 자신의 정조와 순결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구냥차는 부이족 처녀에게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부이족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랑샤오'라는 연애풍습도 재미있다. `낭만 넘치는 휘파람'이라는 뜻인 랑샤오는 처음 만날 때와 사랑할 때 그리고 헤어질 때 등 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단계에 따라 노래로 담아낸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신선의 지팡이서 유래...단맛 여운
⑥후난성 텅차
중국 후난성 난웨헝산의 진줴봉에는 신선과 텅차(藤茶)의 전설이 얽힌 `시옌셴둥'이라는 절경의 동굴이 있다.
동진의 유명한 시인 셰링윈이 어느날 사동과 함께 이 동굴을 구경하러 들어가려다 약초캐는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조롱박을 풀어주면서 “이 안에 있는 차가 동굴에서 반드시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셰링윈이 의아하게 생각하자 노인은 “일찍이 여덟명의 신선이 아주 무더운 여름날 갈증과 허기에 고통스러워할 때 한 신선이 지팡이 껍질을 벗겨 땅속에 묻자 붉은 색의 줄기와 녹색 잎을 가진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신선들이 그 잎을 따서 씹자 정신이 맑아지고 허기와 갈증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동굴구경에 나선 셰링윈은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여러갈래로 갈라진 동굴 속에서 횃불이 꺼져버리자 앞을 더듬으며 계속 걸어들어갔다. 텅차로 버티면서 동굴 출구에 이른 것은 무려 17일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셰링윈은 이 조롱박에 대한 시를 바위에 기록해 지금도 있으며, 주민들은 16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텅차를 즐긴다.
텅차는 이 산의 험준한 고산지대의 운무가 낀 숲속에서 자라는 야생 덩굴식물의 잎과 순을 가공해 만들며, 중국농업과학원차연구소가 3여년전부터 특산물로 상품화해 팔고 있다. 중국의학과학원 연구소의 성분분석 결과 텅차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히 칼슘·마그네슘·망간 등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고혈압과 동맥경화·심장병·골다공증·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일절'(中華一絶)이란 별칭을 지니고 있는 텅차는 담백한 맛에 마신 뒤 단맛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독특한 정취를 지니고 있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3~8년간 발효...숙취제거 으뜸
⑦윈난성 푸얼차
2월은 차 수확이 시작되는 시기다. 차의 고향인 중국 남부 윈난성은 요즘 차잎을 가다듬는 여인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윈난성 시솽반나의 다이족자치구는 발효차의 대표격인 푸얼차로 유명하다. 시솽반나는 옛날 푸얼현의 관할 아래 있었고 이 지명이 푸얼차라는 이름을 낳았다.
한국내에도 잘 알려진 푸얼차는 약 2천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명차로 통한다. 차의 빛깔이 암갈색 혹은 적갈색으로 은은한 향기에 맛이 맑고 깔끔하며 단맛의 여운이 남는다. 윈난에서는 초봄과 가을에 주로 찻잎을 따는데, 초봄에 갓 채취한 찻잎은 최상품으로 황제에게 진상됐다. 특히 초봄의 찻잎은 부드러운 털이 많아 마오(毛)차로 불린다.
푸얼차는 가공방식에 따라 숙차와 생차로 나뉜다. 숙차는 연못이라는 뜻인 `츠'라는 통에 찻잎을 넣은 뒤 3~5년간 적당한 온도와 조건으로 인공발효시킨다. 생차는 차잎을 건초더미처럼 눌러 덩어리를 만든 뒤 차 창고에 쌓아 5~8년간 자연발효과정을 거치는데,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뛰어나며 숙차보다 생차를 더 쳐준다.
푸얼차는 보건효과가 탁월해 예전부터 칭송을 받아왔다. 청나라 시대 유명한 의학자 자오쉐민의 <본초강목습유>에는 “푸얼차는 술을 빨리 깨게 하는 데 으뜸이고, 소화촉진과 위의 열을 식혀주는 작용이 뛰어나다”고 기록돼 있다. 푸얼차는 혈관 속의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동맥경화·심근경색·중풍 등의 순환계 질환을 예방하고, 해독작용과 몸속의 불필요한 균을 제거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중국 건강차 이야기 ⑧
차는 보통 맛과 운치로 마시지만 `약효'가 이보다 앞서는 경우도 있다.
윈난성의 자오구란차는 `남방의 인삼'으로 불린다.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전통약재로 사용된 자오구란(絞股藍)은 기침이나 가래, 만성 기관지염, 전염성 간염 등을 다스리는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명나라의 <구황본초>에는 “어디서든 자라고 잎은 활짝 펼쳐져 있으며 달콤한 수분을 많이 함유해 복용할 경우 배고픔을 잊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효능이 알려지자 중국은 1984년부터 자오구란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80여종의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중 15가지는 인삼과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한 인삼사포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잎새도 인삼과 마찬가지로 5갈래이며 뿌리도 길쭉하다. 인삼사포닌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에 버금가는 약리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오구란은 인체내 지방의 대사를 조절하고 순환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혈압·저혈압을 조절하며 혈전의 형성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자오구란차는 이런 효능을 찻물에 우려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매년 5~8월에 줄기와 잎을 채취해 일반 녹차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차를 만든다. 가공된 찻잎은 실라면 부스러기가 엉킨 것같은 작은 덩어리 형태가 된다. 향기와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자스민차를 추가하기도 한다. 다른 차와 달리 카페인 성분도 없다. 엷은 쓴 맛이 있으나 단 맛의 여운이 오래남는다. 찻물은 노란빛이 감도는 깔끔한 연녹색을 띤다.
훙징톈차는 `티베트의 향기'(짱샹)로 불린다. 새콤한 맛에 향이 깔끔하다. 훙징톈차는 중국 서부의 고산지대인 티베트와 칭하이성의 해발 3천~5천m에서 자라는 약초 훙징톈(紅景天)을 재료로 사용한다. 훙징톈은 동충하초·설련화·장홍화와 함께 티베트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그만큼 차향이 독특하다. 훙징톈은 백두산의 해발 1800~2300m 지점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늘한 고산 지역의 정기를 머금은 훙징톈은 약효가 뛰어나 `신선이 내린 풀'(선사초)로 불렸다. 청나라 때는 자음강장약으로 명성을 떨쳐 황제에게 진상되는 물건 중 필수품목으로 지정될 정도였다. 강희황제는 장기간에 걸친 서북지역 반란진압 때 훙징톈을 복용해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서구에서도 훙징톈을 `동방신초'로 부른다.
중국의 현대의학서인 <현대실용본초>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증강시켜 감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특히 전자파의 접촉에 많이 노출된 사람과 노년성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훙징톈은 아스파라긴산·글루타민산 및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티베트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로 치는 훙징톈차는 훙징톈의 뿌리와 일반녹차를 섞어 만든다. 특히 티베트 지역의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자라는 `주봉성차'(珠峰聖茶)라고 불리는 녹차잎과 섞어 만든 훙징톈차는 혈액순환을 도와 혈압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과 혈지 등을 체외로 배출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 sbha@hani.co.kr
[중국차] 쓴맛뒤 단맛...고혈압 특효
(10)광시성 쿠딩차
쿠딩(苦丁)차는 `쓴맛 뒤 단맛'의 여운이 강하게 남는 명차 중 하나다.
쿠딩차 나무는 일반차와 수종이 전혀 다르다. 원산지는 소수민족 좡족 자치주인 광시성 다신현의 쿠딩 촌으로, 이곳에는 둘레 79㎝, 높이 28m의 쿠딩차 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서 수확되는 찻잎은 한 해에 35㎏, 열매는 380㎏이나 되는데 모두 높은 값으로 팔려나가 `녹색의 황금나무'라 불린다.
중국 남쪽섬 하이난성에서 나는 쿠딩차도 알아준다. 아열대 기후인 이곳의 쿠딩차 나무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한다. 1000살이 넘고 둘레가 2.5m, 높이가 50~60m 되는 것도 있다.
가공된 쿠딩차는 찻잎이 5~10㎝ 길이의 막대기 모양으로 말려 있다. 찻잎은 검은색으로 약간 윤기가 나고, 찻물은 노란빛이 감도는 푸른색을 띠며 깨끗한 느낌을 준다. 중국의 고대 문헌 <본초습유>(本草拾遺)와 <본초강목>은 쿠딩차가 인체의 순환계를 활성화시켜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돼 있다. 또 차에 다량으로 함유된 루틴은 고혈압·뇌일혈·당뇨병·시망막출혈 등을 치료 또는 예방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억제 등 항균·항암 작용과 끓는 기침과 가래를 잠재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
쿠딩차는 쓴맛이 강해 한번에 잎새 한 두개면 족하다. 시간이 지나면 오무렸던 잎새가 활짝 펴지며 찻물은 색깔이 짙어진다. 쿠딩차는 `고진감래'라는 인생철학이 떠오르는 차이기도 하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sb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