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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4 회차 삽달령 - 백복령 (9구간)
산행일시: 2005년 8월 14일 날씨: 맑음
동 행 자 : 산벗회원님들과
산행구간 : 삽달령-두리봉-석병산-가시잡목구간-생계령-백복령
산행거리 : 18.5 km
산행시간 : 3시 30분 - 12시 35분 (9시간 5분)
산들이 요즘 푸르다 못해 진녹이라 하는데 어떻게 생긴 진녹색인지, 산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그곳에는 무슨 꽃들이 피고, 어떤 나무가 살고 있는지, 산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한달전 가리봉을 다녀온후로 아무것도 할수 없었고 산도 오를수 없었고 바라보고만 지낼수 밖에 없었다. 칠흑같은 오밤중의 가리봉은 너무도 많은 고통으로 심한 몸살로 그렇게 호된 시간을 보내야하는 요물의 심신은 산을 기대고 살아가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걸어야 쉽게 오를 수 있을까, 산을 가기 위해 걷는것이 아니라 산을 품기 위해 한발 한발 가볍게 걸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 걸을 수 있을까? 인생길도 이럴 꺼라면서 가고 싶은곳을 마음껏 가려면 천천히 " 시간을 벌자"라고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면서 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지난날의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내 마음을 강하게 파고 드는 것일까요?
기다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은 모르는 이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두리뭉실 생겼다고 해서 두리봉을, 암봉으로 동쪽을 아스라한 단애를 이루고 있다는 석병산을, 생계령 기슭에는 임계카르스트 지형을, 어느 시멘트 회사에서 벌써 부터 석회석을 채굴한다는 자병산이 아직도 낮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 날짜를 정해놓고 기다리는 궁금증은 특별한 칼라로 색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삽달령 670m의 고지로 강릉시내에서 임계방면으로 35번 국도를 따라 왔습니다.
3시 20분 긴 여정의 시작은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가락으로 되어있다 하였지만 어두움와 함께 온 삽달령은 알수가 없었습니다. 타고온 버스 불빛을 들이대며 찍은 단체사진은 순식간의 산님들의 모델로 선사되면서 동쪽으로 대간은 이내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계속 오르막 등로는 소로 였으며 랜턴 불빛은 노오란 반짝이는 별들처럼 일렬 종대로 어두움속을 수놓는 움직이는 가로등 이었습니다. 오늘 만큼은 혼자서 속삭이며 맘껏 숨을 쉬어 보리라, 오늘 만큼은 내가 모르는 산의 세계를 나름대로 그려 보리라, 오늘 만큼은 한장의 등고선을 나름대로 어떻게 가야하는걸까? 공부해 보리라!
그렇게 혼자서 오르막을 지나 고도는 점점 낮아지는 것을 느낄 즈음 개 짖은 소리가 산속을 금방이라도 어두움을 삼켜 버릴듯 들려 왔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이어지는 숫자 소리와 함께 내가 외쳐 불러본 "열 다섯"은 잘못 들어선 알바 산님들의 숫자였습니다. 다시 되돌아 가는 오르막을 원망하면서 힘찬 산님들의 발걸음은 숨이 차리 만큼 가빠 오면서 이내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죽길의 두리봉은 어디에 숨어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 있었던 것입니다.
어두움속의 산죽길은 허리를 때리면서 겉는 푹신한 흙길로, 하늘을 뒤덮은 갈참나무들의 행렬로 순탄하면서 평평하게도 느껴졌던 대간 속도는 빨라지면서 잠깐 가파르게 봉우리 올라서니 헬기장 지나 다시 고도를 높여 올라서니 두리봉이었습니다.
요물은 두리봉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날치기 당하듯 석병산에 일출을 보려면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운해님의 목소리에 대간의 진행 속도는 무척 빨라졌습니다.
날이 샜습니다. 조망이 잠깐 보이면서 봉우리 넘으니 왼쪽으로 들어온 겹겹이 암봉으로 겹쳐진 석병산이 보이면서 하늘은 동이 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정표엔 한쪽은 한시간 10분 헬기장을 한쪽은 소요시간 5분 인월봉을 지나면서 나타난 석병산은 너무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 산님들의 선물이었습니다.
석병산 ! 1,055.3 M
시간은 6시, 지나온 두리봉을 중심으로 사방이 겹겹으로 둘러싸인 초록에서 멀리까지 검은 능선들이 펼쳐져 있는 하늘금은 요물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습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동굴이 많은 산이기 때문에 바위에 병풍을 두른듯 주능선의 길이로 20Km가 넘는다고 합니다. 동쪽은 급경사로, 서쪽은 완만한 지세를 보이고, 남으로는 자병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시원스럽게 들어 옵니다.
정상은 한창 피어있는 하얀 참취, 노오란 솔채꽃, 연보라 짚신나물로 만발한 정원은 거센 바람과 함께 꽃향기가 떨어져 노오란과 하얀색 보라색으로 반짝 거립니다. "솔채꽃아 ?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는 이미 구름에 가려 숨어 있었습니다.
운해님에게서 퍼옴
산죽은 키가 너무도 커서 양팔을 벌려 내 손바닥에 마사지하듯 행진했으며 순풍을 타고 흔들거리는 산죽 물결을 따라 삶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최고의 행복인줄 알았습니다.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착해지고 겸손해지는것이 더 큰 기쁨이고 풍성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헬기장지나 또 헬기장을 만났습니다. 갈참나무 주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마타리와 층층으로 이루어진 송장풀과 , 왜우산풀과 비슷한 뚜깔은 정말 헬기가 오면 이 꽃들이 아까워 어떻게 내릴까? 비록 꿈일지라도 이렇게 쓰고 싶었습니다. "너무도 예쁜 마타리야 일년 내내 이곳에서 가는 이 오는 이들을 마음껏 뛰어 놀게 하거라"
대간길의 야생화중 제일 화려한 여러 색깔로 피어나는 꽃중의 꽃은 역시 "표시기꽃"이었습니다.
멧돼지들의 비벼된 초록 융단은 이곳에서도 피해 갈수는 없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가시나무 잡목숲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요물은 숲속 탐험가 였습니다. 두 팔 벌려 더 자주 안으리라, 가 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잡초가 엉겨있는 아침 햇살속에 서 있어 보리라. "정말 행복했노라고"
902봉에서 남쪽으로 이어가는 대간을 틀어 동쪽으로 방향을 돌아 급경사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갑니다.
갑짜기 나타난 소나무숲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주 잠깐만의 찰라였습니다.
생계령에서 바라본 윈쪽 자병산은 안타까움 그대로 였습니다.
이미 봉우리는 감추어져 허연 삼각줄을 이루며 흘러 내리는 처참한 자병산은 뒤돌려 놓기엔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795봉을 넘어서 헬기장까지는 잡목과 같이 할 꺼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어지는 길은 너무도 또렷하게 진행 되어졌습니다..
오르는 능선길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급경사게 도달된 웅덩이 처럼 파인 함몰지는 진행중이었습니다. 서너 군데서 이것이 카르스트 지형이구나! 석회암 지질이 빗물에 녹아 웅덩이처럼 붕괴된 지역을 말하는구나, 물은 젼혀 없구나, 물은 빠르게 빠져 나가는가 보다. 지도상으로 볼때 오히려 오른쪽은 함몰지를 몰라 보리 만큼 무덤덤한 그냥 산속일 뿐이었습니다 .
"생계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이 아니다"
임계카르스트 지역의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가 백두대간의 주능선이고 북쪽에 위치한 생계령으로 이어지는 애매한 산줄기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아니라는 강승기님의 견해를 밝힌 의구심은 선답자의 기록으로 생각하고 대간은 왼쪽으로 허물어져 가는 자병산이 안스러움을 북쪽에서 불어오는 산들 바람에 조금은 씻어 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요물은 꼴찌를 단 이유가 분명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오늘 대간길에 나섰다는 회원 한분이 환자로 변하여 진행할수가 없었습니다. 생계령 오르막부터 채했다면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환자분은 무지 아파 있었나 봅니다. 곧 양손에 피를 뽑고 양팔을 올려 심호흡을 시켜서 응급조치를 해 보았지만 그분은 또 다시 주저 앉아 진행할 수가 없었으니 얼마나 고통이 심하면 저럴까?
또다시 양발에서 시커먼 피를 뽑으며 거센 심호흡을 시켜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분을 진행 하게끔하는 운해님은 면허증 없는 의사였습니다. 결국은 먼저 도착한 유가 산행대장님이 이 소식을 듣고 구급약을 가지고 되돌아 온게 모든 아픔의 사랑이었고 그것이 사랑이었기에 아팠던 것 같습니다. 2시간 정도의 어려움을 당할지라도 아픔을 이겨낸 아름답게 사는 산 사람들의 어우러짐 이었습니다.
덕분에 유가 산행 대장님과의 짧은 데이트 요물은 영광이었습니다.
운해님에게서 퍼옴
또 하나의 아픔은 되돌려 놓을 수 없는 자병산은 처참하리 만큼 흉칙해 보였습니다.
마루금에서 사라진 자병산 (872.5m)의 산봉우리가 있어야할 거대한 공사판에는 덤프 트럭에 석회석을 지금도 채굴하고 있는가 봅니다. 형채를 알아볼 수 없었고 산은 또 다시 예정된 사업이 완료되면 더욱 낮아진다하니 대간의 허리인 자병산은 오늘도 이렇게 허물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대간은 왼쪽으로 눈이 자꾸 가기에 흉칙한 모습은 내 마음속에서 오래 남을듯 합니다.
좁은길만 고집했던 오늘은 잠시 임도를 만나기도 했으며, 46번 시작하여 42번에까지 이어지는 철탑을 ,
굴참나무는 오늘 왼종일 하늘을 가리운채 따라왔으며, 참취 잔대 뚜깔 지칭개 멸가치 큰제비꼬깔 송장풀은 함몰지가 있는지점까지 같이 했으며, 하얀색과 연분홍의 물봉선과 진분홍의 꽃며느리밥풀은 대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늘의 꽃선물로 눈요기에 바빴습니다.
소나무를 벌채하면 나무 뿌리에 수액이 응고되어 생성된 것으로 복령이라 하며, 한약재로 쓰이며, 복령 가운데 특히 백복이 많이 나는것을 이름한다고 하는 백복령 (770m) 42번 국도에 다달으니 노오란 누드배키아가 반겨 줍니다 . "오늘 너무도 슬픔 마음이었는데 그래도 참 잘 왔다고"
"너무도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뒤늦은 밥을 먹느랴 정신이 없는데 오늘의 축제로 마무리 되어집니다. 한 살로 되돌아 가신다는 산신령님의 뒤늦은 생신은 축하 케?恙【? 샴페인으로 막걸리로 이어졌습니다.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산신령님 예뻐요"
" 덤"이곳에서 예쁜꽃을 가져왔습니다.
무릇?
절굿대
호장근
큰제비꼬깔
미나리아제비과 의아리속 식물의 열매
배초향?
국화과의 개미취나 쑥부쟁이
?
꽃며느리밥풀
송장풀
물봉선
참취
이송면-
서울분들은 참 멋쟁이다 란 생각을 해 봅니다. 같은 산행기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운치가 있고 멋이 있으니.. 역시 경상도 머슴들은 멋이 없고 막사발 같은가 봅니다.
산행기 마다 이쁜 꽃들이 있고.. 학교 교실에 들꽃 꺽어 담은 것 같은 풋풋하면서도 멋스럼이 있어 좋습니다. 선머슴 같은 제 넋두리보다..
고생 마이 하셨습니다. 허리가 좀 나아진듯 하여 반갑고요.. 체 하신 분은 쳇증이 있을때 바로 이야기를 햇으면 금방조치를 하면 빨리 가라앉는데 한참 진행을 한 뒤에 그러면 고생은 고생데로 하고 잘 가라앉지가 않지요..
그 분도 무지 고생을 하셨네요..
백봉-삽당.. 어서 가고 싶습니다. 저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부산갈매기-
산행기 즐감 하였습니다.
운해님의 모습을 뵙니 넘 좋았구요.
첫 구간에서 만난 운해님 보다 한층 젊게 보이는군요.
고난의 대간길에서도 웃음을 놓치않는 님들께 박수를....
안산 즐산 하세요.
북한산-
황명옥님 안녕하세요.
가리봉 산행후 한달만의 산행..수고 많으셨습니다.
산꾼들이야 오히려 산에 안가면 몸살이 나지요.
아드님을 군에 보내시고 돌아오실때 눈물을 안보이셨는지요?
조금일찍 입대한 제 아들넘은 화천에서 훈련중입니다.
산행중에 환자가 발생하면 여러가지로 곤란하겠지요.
어려움에 처한 산행동료를 돕는 님의 모습에서 산행동료애를 느껴봅니다.
이어가시는 대간길이 뜻깊은 산행이 되시고
건강하십시요.
비엠떠블유-
한 여름에 대간 길을 밟느라 땀좀 많이 흘리셨겠습니다.
저는 안내산악회와 함께 가면 항상 단골로 후미가 됩니다. 지구력은 있어도 주력이 달려 제대로 따라 잡지 못하기에 항상 죄송해 하고 잇습니다. 나홀로 산행시는 물론 제가 선두이자 꼴찌이기에 신경쓸일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섬세한 산행기 즐감했습니다. 야생화들도 돋보이고요. 저는 얼마전 갈령어디에선가 카메라를 놓고와 요즈음은 사진을 못찍었습니다.
언제고 산에서 뵐 것 같으네요. 안산, 즐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