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정선군 사회복지협의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창립회원 90명으로 시작한 정선군 사협은 사회복지 문제를 지역의 주요 의제(agenda)로 공론화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지역개발의 급격한 변화 요구에 휩쓸려 그동안 다소 소홀해 왔던 지역 소외계층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정선군 사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복지서비스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때, 민간주도의 복지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각 지역마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구성돼서 활동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정선군 사협 역시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質)을 높이며 정선지역 특유의 훈훈한 인정이 살아 숨쉬고 교류하는 장(場)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정선지역에서 사회복지 문제는 행정의 역할만 강조되었을 뿐 민간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였습니다.
석탄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70, 80년대에 15만을 육박하던 인구가 불과 5만미만으로 급감하면서 지역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으며,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인구의 4%대를 웃돌고 10명중 1명은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가구가 양산되고 설상가상으로 이농현상도 겹쳐서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선지역의 현실에 비해 이들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생계급여 지급이나 긴급구호 같은 제도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민간부문만 하더라도 웬만한 시 지역에 서너개씩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은 언감생심이고, 인가된 복지시설은 단 한군데도 없이 미인가시설(조건부 신고 복지시설)만 3곳이 있을 정도로 그기반이 취약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2~3년 사이에 월드비젼에서 운영하는 이동복지센터(신동읍)와 저소득층의 자활사업을 지원하는 정선자활후견기관(사북읍)이 생기고, 장애인 복지관 출장소와 정선군 자원봉사센터가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실제로 정선지역의 소외계층 지원에 이들 복지기관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저소득 가구들이 받는 복지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복지기관들이 개별가구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실제로 많은 저소득 가구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고 가구가 새롭게 일어서는 사례들도 적지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몇년 사이에 진전된 정선지역의 사회복지 활동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정선군 사회복지협의회입니다. 그간의 지역사회 복지문제가 행정기관을 비롯해서 개별단체나 자원봉사자 개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존했다면 이제부터는 정선군 사협이 이를 체계화하고 거미줄처럼 따뜻한 사랑을 엮어 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정선지역 사회복지의 씨앗을 키우는 인큐베이터(Incubator)역할을 자임하며, 사회복지 전문 인력을 키워내고 자원봉사자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정신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이에 갓 출범한 정선군 사회복지협의회가 다른 지역의 모범을 배우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주민들 속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기대합니다. 우리 정선군 사회복지협의회 회원들의 진지하고 차분한 노력을 통해 정선지역 사회복지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승준<정선군 사회복지협의회장>
2003.03.26 (수) 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