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한국시간)은 국내 주짓수 역사상 최고의 경사일이었다. 주짓수 세계 선수권인 MUNDIAL과 쌍벽으로 여겨지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주짓수 대회, Copa do Mundo(포르투갈어로 월드컵이라는 의미)의 퍼플벨트급 시합에서 박준영(30, 부산 동천백산 유술회)과 이승재(32, M.A.R.C)가 각각 무차별급과 -70kg급 우승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선수들의 해외 도전은 몇 차례 있었지만 두 사람처럼 브라질 본토에서 3차례나 우승을 거머쥐는 성과를 달성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더군다나 퍼플벨트급은 화이트나 블루벨트급과는 달리 브라질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들이 참전하는 체급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메이저 대회인 Copa do Mundo에 나서는 선수들의 기량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 때문에 이 체급에서 두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국내 주짓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이승재 M.A.R.C 관장은 이미 지난 파울리스타 써키트의 왕중왕전에 참전해 전게임 탭아웃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화려한 기량을 뽐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BRASA(데미안 마이아, 호나우도 자카레, 레오징요 비에이라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명문 주짓수 팀) 소속으로 참전해 -70kg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의 수준과 네임벨류만 놓고 보더라도 이승재 관장은 이제 이 체급 퍼플벨트에서는 세계 최고수 반열에 근접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 셈. 더군다나 무차별급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하는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위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또 Denny Abu Gold(슈트복세 소속의 주짓수 팀) 소속으로 참전한 국내 주짓수의 또 다른 간판스타 박준영도 지난 파울리스타 써키트 왕중왕전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의 무차별급 챔피언까지 거머쥐면서 자신이 왜 -76kg급 국내 최강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사실 박준영은 이번 대회 우승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시합 전 발가락 골절 때문에 가드를 잡기가 어려운 상태였던 것. 모든 격투기가 마찬가지지만 주짓수 선수에게 발가락 골절은 정말 골치 아픈 것이다. 특히 가드 암바와 트라이앵글 초크를 주무기로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그의 스타일상 발가락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자신의 체급인 -76kg급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박준영의 입장에서 무차별급 참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고의 메이저 무대를 눈 앞에 두고 부상 때문에 돌아서기엔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아까웠던 것. 결국 부상 고통을 참아가며 32강과 16강을 트라이앵글 초크로 승리한 박준영은 8강전을 6대 0 판정으로, 준결승을 암바로 돌파하며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바로 같은 한국 선수인 이승재 관장. 이미 체급 우승을 달성해 소기의 목적을 이룬 이승재 관장은 박준영에게 우승을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고 박준영은 무차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한마디로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의 실력과 의리가 돋보인 대회였던 셈.
현재 두 선수는 26일부터 열리는 또 다른 대회인 Mundial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박준영의 경우 무리한 출전 감행으로 발가락 부상이 극도로 악화되어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 하지만 두 선수는 이미 세계 주짓수계의 쌍벽 중 하나를 무너뜨린 엄청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만으로도 한국 주짓수의 위력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opa do Mundo 화이트벨트급에 참전한 스피릿 인터리그 준우승자 허민석(26, 부산동천백산)은 8강에서 아깝게 패배해 순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주짓수를 수련한 것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순발력과 파워가 발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자신의 주력 무대인 MMA에서 한 차원 높은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