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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스크랩 독일 수영수업, 모두가 인명구조요원돼야
해피해피 추천 0 조회 30 10.01.23 14: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독일 수영수업, 모두가 인명구조요원돼야 

 

수영수업 도우러 갔다가 물 실컷 마시고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작은 아이는 1년 전부터 수영수업을 시작했다. 얼마 전 학부모대표 엄마에게 수업을 도와 줄 수 있겠냐고 전화가 왔다. 아직 저학년이기 때문에 물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선생님 혼자 통솔하기 쉽지 않아 매주 시간 있는 학부모들이 한사람씩 돌아가며 도와주고 있다.  

 

전화를 받고 별 생각 없이 선뜻 도울 수 있다고 대답을 하기는 했는데 막상 수업에 가보고는 당황했다. 발이 닿지 않는 3m 깊이에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건 나~ 참. 아니, 깊이에선 나 혼자 살아나오기도 바쁜 사람에게 남을 연습 시키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쭈뼛 솟고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마저 났다.  

 

‘그럼 말을 해주던지, 별일 아니라는 듯 약간만 도와주면 된다고 하더니 누굴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황당하고 창피해서 ‘죽을 각오 하고 한 번 해봐?’라고 용기를 내다가도 나 죽는 건 할 수 없지만 잘못하다가는 귀한 남의 자식 죽이겠

다 싶어 선생님에게 솔직히 고백했다. 나는 남을 가르칠 정도로 수영을 잘하지는 못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프로여야 할 정도로 어려운 건 아니고 학교 때 배운 대로 옆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봐주기만 하면 되요.’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내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고 웃어넘겼다. ‘학교 때 배운 대로? 별로 안 어렵다고?  전혀 의심의 기색이 없이 그리 말하는 사람 앞에서 ‘나 학교 때 안 배웠는데요?’라고 대답하기도 좀 뭐하고, 이래저래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만약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빠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고 겁도 잔뜩 먹었지만 바로 옆에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가지고 물에 뛰어들었다. 걱정과는 달리 반에서 한두 명을 빼고는 대부분 아이들이 나 정도는 충분히 하는지라 사실 보초만 섰지 크게 도움을 줄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아직 수영을 배우지 못한 한두 명을 잡아 주다가 물도 몇 컵 들이 키고 허우적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수업을 끝낼 수는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까지 ‘내 다시 오면 성을 간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독일 엄마들은 모두가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있어  

 

선생님이 이렇게 의심 없이 내가 수영을 잘하리라고 믿었던 것은 독일 엄마들은 대부분 인명구조요원 자격증까지 가진 프로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수영코스를 다닌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학교에서 배운 실력으로 자격증을 따고 졸업한 것이다. 

 

보통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시작하는 수영수업은 8,9학년까지 계속된다. 정확하게 시작과 끝나는 학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수영수업의 마지막 단계인 인명구조를 배우고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받으면 끝이 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취득해야할 수영 자격증은 제페어쉔, 브론세, 질버, 골드(인명구조요원) 모두 4단계다. 위의 사진이 우리 큰아이가 8학년때 받는 골드(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다. 반에서 한두 명을 빼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골드까지 무난하게 받는 것 같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4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대부분 수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부분에서 소외되는 소수 학생들을 위해서도 ‘수영은 학교에서 책임지고 가르치자’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내가 경험한 주변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특별히 물을 무서워한다든지 개인적 사정이 있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독일 청소년 수영자격증

 

          제페어쉔(Seepferdchen) : 25m 완주.

                                              어깨 깊이에서 잠수, 바닥의 물건 주워 올리기

 

          브 론 세(Bronze) : 15분 안에 200m 완주

                                     2m 깊이에 잠수, 물건 주워 올리기.

                                     1m 높이에서 다이빙

                                     수영이론에 대한 기본 지식

 

          질     버(Silber) : 24분안 에 400미터(평형 300m 배영 100m) 완주

                                   2m 깊이에서 잠수. 두 번 물건 집어 올리기

                                  10m 잠영

                                   3m 다이빙

                                   수영이론

 

          골     드(Gold) : 24분 안에 600m 완주

                                  70초안에 평형 50m 완주

                                  25m 자유형

                                  50m 배영

                                  2m 깊이에서 잠수, 3개의 링을 3분 안에 건져 올리기

                                 15m 잠영

                                  3m에서 다이빙

                                  인명구조(물에 빠진 사람 구출하여 50m 거리를 수영해서 나오기 )

                                  수영이론(익사사고 시 대처요령 등)

 

  

수영은 여유있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준비과정

 

수영수업은 시립이나 사설 수영장에서 오전시간에 이루어진다. 소규모 볼품 없는 동네 풀장부터 대형 놀이시설을 갖춘 곳도 장소를 제공하는 등 독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영장이 학교 수업을 위해 이용된다. 작은 동네도 25m풀 소형 수영장 정도는 갖추고 있는 곳이 많아 초등학생의 경우 수영장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많다. 다이빙 시설이 갖추어진 큰 수영장이 필요한 고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먼 거리는 스쿨버스로 이동하기도 한다. 또한 수업은 모든 체육교사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스스로 충분히 지도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지도교사가 필요하지 않다.

 

수영수업은 비단 건강을 증진시키고 익사의 위험을 대비하는 것에만 그 중요성을 두는 것이 아니다. 노드라인 베스트팔렌주 학교스포츠법에 명시된 수영의 목적은 건강과 안전을 위한 교육 이외에도 충분한 여가활동을 통해 만족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위한 준비과정이라는 데도 큰 의미를 둔다. 독일학교에서 수영은 우리가 국어나 수학 영어를 배우는 것과 꼭 같이 중요한 과목 중의 하나고, 독일인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상실하고 사는 것과 같이 생각한다.

 

학교 다니는 내내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씨름하던 수학 공식은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써먹어 보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수영은 청소년기에도 그랬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 따라다니려면 자주 필요 하다. 수영장 갈 때마다 나도 멋지게 폼 잡고 5m 다이빙도 한 번 해보고 자유형, 배영, 평형을 예술처럼 바꿔가며 지치지 않고 좀 해보고도 싶지만 어설프게 배운 수영실력으로 6,7년 넘게 체계적으로 배운 이들을 따라 하기는 너무 버거워 항상 부러운 눈으로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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