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는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을 맞아 참꼬막 채취 작업이 한창이다.
아직도 벌교에는 철다리, 소화다리, 홍교, 금융조합, 남도여관, 중도방죽, 현부자집, 회정리교회 등 소설‘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벌교역전에서 제2부용교까지 400m 구간은 매일 아침마다 장이 서지만 4와 9일 장날엔 벌교역 앞 도로와 골목이 모두 장터로 변한다.
‘벌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있다.
벌교는 일제강점기 때에 일인(日人)들에 의해서 구성, 개발된 읍이었다.
일인들이 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벌교는 낙안 고을을 떠받치고 있는 낙안 벌의 끝에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갯가 빈촌에 불과했다.
그런데 일인들이 전라남도 내륙지방의 수탈을 목적으로 벌교를 집중 개발시킨 것이었다.
벌교 포구의 끝 선수머리에서 배를 띄우면 순천만을 가로질러 여수까지는 반나절이면 족했고, 목포에서 부산에 이르는 긴 뱃길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철교 아래 선착장에는 밀물을 타고 들어온 일인들의 통통배가 득시글거렸고,
상주하는 일인들도 같은 규모의 읍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읍내는 자연스럽게 상업이 터를 잡게 되었고, 돈의 활기를 좇아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모든 교통의 요지가 그러하듯이 벌교에는 제법 짱짱한 주먹패가 생겨났다.
그래서‘순천에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말고, 여수에 가서 멋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전라도에 생겨나게 되었다.
보성의 자랑은 역시 차밭(茶園)이다.
예로부터 보성은 야생차가 많았으며, 광복 이후 산비탈을 개간, 차밭을 조성해 이제는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만큼 녹차 주산지가 됐다.
한겨울에도 늘 푸른 차밭을 볼 수 있는 보성다원은 보성읍에서 국도 18호선을 타고 율포해수욕장 방면으로 8㎞쯤 가다 보면 봇재에 이른다.
밭 아래로 구비구비 펼쳐지는 차밭이 득량만의 싱그러운 바다를 아우르며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모양이란 마치 녹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상큼하다.
봇재 못미쳐 보성차밭의 원조격인 '대한다원'도 안온한 산비탈에 푸른 차밭이 잘 가꾸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보성군은 12월 8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2월 말까지 봇재 녹차밭에서 ‘보성차밭 빛의 축제’를 개최한다.
50만개의 은하수 전구와 3만개의 LED전구로 장식한 높이 160m,너비 130m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황홀한 녹차밭 야경을 연출한다.
벌교 보성 여행 후의 피로는 보성 율포 바닷가에 있는 보성해수·녹차탕에서 푼다.
율포해변에 자리한 해수녹차탕은 보성의 명물로 꼽히는 곳이다.
지하 120m에서 퍼올린 암반해수에 녹차잎을 넣고 만든 건강탕이다.
특히 해수탕 원수는 피부의 땀구멍을 확장시켜 지방, 노폐물 등을 체내에서 배출시키며, 류머티스관절염, 신경통, 피부병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일에도 번호표를 받아야 할만큼 성시를 이룬다.
특히 탕속에 앉아서도 율포해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일출-일몰은 물론 눈내리는 날 찾으면 훨씬 운치가 있다.
겨울바람이 갯벌을 휩쓸 때면 억척스런 벌교 아낙들이 황금색 개펄을 미끄러진다.
왼쪽 무릎을 보드 모양의 널 배에 얹고 오른발로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개펄을 박차자 널 배가 지나간‘황금들판’에는 벌교 아낙의 이마처럼 깊은 주름이 생긴다. 물 빠진 여자만은 거대한 회색 밭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좌우로 둘러싸고 장도,지주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앞을 가로막아 수평선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옅은 해무에 가려 그림자처럼 보이는 섬들이 광활한 개펄을 배경으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릴 뿐이다.
해무에 젖어 불그레한 태양이 서녘으로 한 뼘씩 기울 때마다 개흙으로 뒤범벅된 고무동이에는 갯내음 물씬 나는 쫄깃쫄깃한 맛의 참꼬막이 수북이 쌓인다.
겨울철 별미, 고막의 주산지로는 벌교 여자만을 들 수 있다.
갈대밭 넘실대는 순천만을 따라 보성 쪽으로 향하다 보면 드넓은 갯벌이 군데군데 나서는데 그중 벌교 장암리 해변이 고막채취 주요 포인트, 여자만이다.
특히 참고막은 모래나 황토가 섞인 여느 갯벌과는 달리 유독 찰진 벌교 진흙벌에서만 산다.
참꼬막을 채취하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참꼬막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협약에 연안습지로 등록된 벌교 앞바다의 여자만 일대.
그 중에서도 벌교읍 대포리와 장암리의 드넓은 개펄에는 머리에 수건을 쓴 아낙들이 썰물 때 널 배를 타고 참꼬막을 채취하는 진기한 장면이 펼쳐진다.
여자만의 개펄은 한 발짝만 들어가도 무릎이 빠질 정도로 찰지고 깊어 길이 2m,폭 45㎝ 크기의 널빤지로 만든 널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아낙들이 ‘뻘차’로도 불리는 널 배를 타고 참꼬막을 채취하는 장면은 진기명기에나 나올 법한 기술. 왼쪽 무릎을 널 배에 얹고 오른발로 개펄을 걷어 차 이동하면서 양팔을 뻗어 개흙을 움켜잡으면 참꼬막만 한주먹 남는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널 배에 얹어 놓은 고무 동이에는 금세 개흙으로 뒤범벅된 참꼬막이 가득해진다.
아낙들은 길이가 1.5m쯤 되는 밀대로 참꼬막을 잡기도 한다. 갈고리 모양의 철사가 촘촘히 박혀 있는 밀대로 개펄을 훑은 다음 밀대를 좌우로 흔들면 개흙이 떨어져 나가고 참꼬막만 남는다.
긴 그림자를 벗한 검은 실루엣의 아낙들이 밀대를 세워 고무동이에 참꼬막을 담는 풍경은 황금들판에서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과 다름없다.
미네랄이 풍부한 여자만의 청정 개펄에서 생산되는 벌교 참꼬막은 쫄깃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나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참꼬막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벌교 사람들은 ‘감기 석 달에 입맛은 소태 같아도 참꼬막 맛은 변치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즐겼다.
벌교가 참꼬막의 고장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닷가는 물론이고 벌교 읍내 시장 바닥과 골목길에는 참꼬막 껍질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벌교 사람들에게 겨울을 나는 양식과 다름없는 참꼬막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소설 ‘태백산맥’에서 무당 월녀가 그의 딸 소화의 감칠맛 나는 꼬막무침 솜씨를 칭찬하면서도 무당의 딸임을 한탄하는 대목 덕분이었다.
겨울철 벌교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상이 차려지기 전에 삶은 참꼬막 한 사발을 내놓는다.
참꼬막은 약간 덜 익혀야 제 맛이 난다.
물을 80∼90℃로 끓인 후 개흙을 제거한 참꼬막을 넣어 한쪽 방향으로 1∼2분 동안 저어 꺼낸다.
엄지손톱 아래 살을 이용해 톱니바퀴 모양의 껍질 가장자리 틈을 벌린다.
그래도 껍질이 까지지 않으면 뒷부분에 젓가락을 끼워 비튼다. 이때 껍질 뒷부분이 깨지면 깨진 곳에 젓가락을 넣어 깐다.
2001년도부터 2004년 초까지만 해도 벌교에서 유일하게 벌교고막식당만이 고막요리를 했으나 고막요리가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너무 좋아지자 2004년부터 주변의 다른 음식점들이 고막식당으로 업종을 바꿔 고막식당이 몇개 생김에 따라 고막식당과 비슷한 이름의 식당이 많아져 늦게 생겨난 식당들과의 구별을 위하여 “원조”를 넣어 “원조벌교고막식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 내놓는 참꼬막정식의 메뉴는 8가지.
삶은 참꼬막을 비롯해 청양고추 등을 넣어 부친 참꼬막부침, 삶은 꼬막에 온갖 양념을 넣어 만든 양념참꼬막, 삶은 참꼬막을 6개월 동안 숙성시킨 참꼬막젓갈, 참꼬막을 넣어 끓인 참꼬막청국장, 두릅 등 7가지 나물과 매실초장으로 버무린 참꼬막회무침 등 8가지.
맛깔스런 남도 밑반찬도 17가지나 될 정도로 푸짐한 이 정식은 1인분에 1만5000원.
고막은 구이로 먹어도 그 맛이 독특하다.
잘 달궈진 숯불 화로위에 꼬막의 입 부분이 하늘을 향하도록 올려 놓으면 보글 보글 금세 하얗게 김이 오르며 꼬막은 입을 벌려 잘 익은 속살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꼬막을 삶아서 먹지만 숯불구이로 먹어 본 꼬막 맛은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았는데도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단백질을 비롯해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된 참꼬막은 여성이나 노약자에게는 겨울철 보양식품으로,어린이에게는 성장발육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꼬막은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하는데 찬바람이 부는 11∼1월에 채취한 참꼬막이 속살이 차고 맛도 쫄깃쫄깃하다.
(퍼온글)
첫댓글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향이 벌교는 아니지만 초등학교를 벌교에서 나왔슴다.
윗그림을 보니 갑자기 꼬막이 먹고 싶어진다. 오늘저녁식단은 꼬막무침,, 근데 고창시장에 저리 맛있는 꼬막이 있는지몰라,,, 구정명절에는 벌교가 가고싶어진다,,,???
한들한들님```무엇이걱정``벌교에``지혜가있자아``주소만기제했놈삼``그려면지혜가``금방보냈주삼```맛있는벌교`꼬막으로``토종벌교꼬막으로```알아으삼```오늘도종은하루되삼
쩝쩝..갓 삶아낸 고막을 쩍 벌려서,통통하게 살이 오른 고막을 한입에 쏘~옥.묵고 잡다
온고을님 벌교 .고흥 .참고막 가락뻘에도 많이 있습니다.
조정래씨 고향은 논산이라고 하더군... 고막에 대한 알찬정보 고맙고 고막에대한 진미가 새삼 느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