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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인간으로서 개인성(human individuality)에 초점을 두는 학문이다. 다시 말하면 성격심리학은 성격(person + ality)이란 용어가 함축하듯 인간성에 대한 연구이다. 이런 점에서 머레이는 성격을 연구하는데 인간학(personology)이란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성격이론가들의 이론은 인간 성격 탐구에 대한 오랜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격과 그들이 살았던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여 형성되었다. 분명 성격이론은 21세기에도 이러한 인간탐구의 역사적 업적을 바탕으로 현재의 시대정신 및 문화를 반영하면서 발달하리라 본다.
인간성 혹은 인간 성격에 대한 관심 및 연구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계속되어 왔다.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서양철학 역사를 플라톤이 쓴 ‘The Republic’ 에 대한 일련의 주석을 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Palmer, 1991, p. 361). 플라톤은 심신이원론을 주장하여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독립체로서 생각하였으며, 그의 수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과 신체를 하나로 보는 심신일원론을 주장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를 네 가지 원인, 즉 물질원인(material cause), 형식원인(formal cause), 효능원인(efficient cause), 목적원인(final cause)에 의해 분석하였다. 그러한 분석을 통해 그는 각각의 개체를 ‘자기내재적 목적지향 체계’ (self-contained teleological system)로 보았다(Palmer, 1988, p. 79). 이들에서 시작된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강조하는 입장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로 크게 갈라져 인간 탐구에 두 축을 이루면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심리학회(2000)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인간의 행복, 수월성, 몰입 혹은 최적경험, 지혜, 성공 등을 강조하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을 특별특별주제로 다루었다. 성격심리학도 이러한 심리학의 학문적 추세와 현대의 시대사조에 맞추어 발달하리라고 본다. 유사하게 Schultz와 Schultz(1997)는 성격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고, 성격을 특정짓는데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성격이론가들이 강조하는 입장과 관련하여 성격이론의 전망을 개관하였다. 그들이 제안했던 요인들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학습 요인, 부모 요인, 발달 요인, 의식 요인, 무의식 요인 등 일곱 가지 요인이다. 이러한 인간의 성격형성에 중요한 요인들을 이 책에서 개관했던 성격이론들의 다양한 관점들이 강조하는 내용들과 관련해서 살펴볼 때 성격이론의 추세와 전마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1. 성격이론의 일반적 추세와 전망
성격이론의 발달 및 흥망과 성쇠는 일반적인 학문적 추세와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추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양한 성격이론의 관점을 개관한 후 제1장에서 지적한 것처럼 성격이론가로서 독자인 당신은 인간의 개인성을 연구하는 성격이론의 일반적 추세를 어떻게 보는가? 여기서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Burger(2000), Carver와 Scheier(2000), Magnavita(2002), Ryckman(2000) 등이 보는 성격이론의 추세와 관점을 바탕으로 성격이론의 일반적 추세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성격이론의 추세는 크게 두 가지 영역, 즉 내재적 영역과 외재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고 본다. 미첼에 의해 1968년 제기되어 시작된 인간 대 상황 논쟁이 대부분의 성격이론가들에 의해 서로간의 상호작용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하여 볼 때, 성격의 내재적 영역은 인간을 강조한 것으로 인간이 가진 특성들에 초점을 두고, 외재적 영역은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환경적 요인과 관련된다. 학문적 추세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내재적 영역으로 인간의 안녕추구, 독특성, 보편성, 생물학적 요인, 인지의 강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외재적 영역으로 가정적 요인, 문화적 요인,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 내재적 영역 요인과 세 가지 외재적 영역 요인을 중심으로 성격이론의 일반적 추세를 살펴보자.
안녕추구 현대인들에게 삶의 질 혹은 안녕 추구는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개체를 ‘자기내재적 목적지향 체계’로 본 것처럼, 성격 심리학에서도 주요한 통일된 개념으로서 인간을 목적론적 존재로 보고 개인적 목표를 강조하는 추세이다(Ryckman, 2000). 인간의 인지, 정서, 행동에 있어 개인차를 기술하고, 설명하기 위해 개인 목표를 사용하는 추세이다. 많은 성격이론가들은 인간이 목적지향성을 가진다는 것을 견지한다. 즉 대부분의 성격이론가들은 우리 모두가 어떤 목표 및 가치와 인생철학을 창조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가정한다. 인간이 보편적 목적으로서 안녕(well-being)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은 현대 심리학의 주요한 추세인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독특성 성격심리학의 학문적 토대는 개인의 독특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간의 개인차에 대한 연구는 양적 연구보다 질적 연구를 통해 개인에게 다양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파악하여 그의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한다. 기본적 연구취지는 전체로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관심이 새롭게 강조되는 추세이다. 개인의 독특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법칙정립접근을 통해 개인의 일반성 혹은 보편성 뿐만 아니라 올포트에 의해 제안됐던 개체기술접근은 편지, 일기, 자서전, 전기자료, 임상적 사례연구 등과 같은 개인자료들이 광범위하게 개인을 이해하는 데 사용할 것을 강조한다.
보편성 오래 전부터 성격이론가들은 인간 성격을 파악하는 데 체액론, 체질론, 기질론, 유형론 등을 제안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을 찾으려고 해왔다. 최근 성향적 관점에 있어 성격이론가들은 특질들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조직하기 위해 초특질(supertraits)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추세이다. 성격의 성향적 관점에 속하는 아이젠크의 생물학적 유형론이나 특질의 5요인 모델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성격 내에 있는 특질들을 이해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특질들의 분류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생물학적 요인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성격에 미치는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행동유전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 염색체 지도를 탐구하는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보여주듯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진화이론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진화이론가들은 현재 생물학과 환경이 함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 하에서 상호작용적 기질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인지의 강조 인지혁명으로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인지의 중요성이 1960년대부터 강조되어 왔다. 그 동안 진행되어온 컴퓨터 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지의 강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회적 학습이론 뿐만 아니라 성격이론의 적용이라 할 수 있는 상담 및 심리치료 영역에서 인지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즉 개인의 인지가 모방을 통한 행동의 학습 및 부적절한 행동의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미디어 역할의 증대와 함께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적 요인 대부분의 성격이론은 보는 시각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인간 성격형성에 초기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심리성적발달, 아들러의 인생 초기의 생활양식 형성, 그리고 최근의 대상관계 이론 등은 아이가 인생 초기에 갖는 부모와의 관계가 성격형성에 미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시민으로서 자녀의 바람직한 성격 형성을 위해 현재 강조되는 부모역할훈련은 가정적 요인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문화적 요인 인간 성격형성 및 인간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문화적 요인은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의 학문적 추세와 관련하여 이해될 수 있다. 성격 이론 및 연구와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20세기 후반부터 강조되어 왔다. 이것은 최근에 인간 행동의 이해를 위해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학문적 추세와 더불어 성격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격형성에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특히 상담에서 다중문화주의의 강조는 내담자를 이해하고 조력하기 위해 다양한 상담이론을 적용하는데 있어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되었다.
사회적 요인 현대인은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성격형성을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변함 없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핵가족화 되고, 신체적 일보다 정신적 기능을 강조하고, 서비스 산업의 발달,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간관계 양상이 달라지는 것 등 사회의 구조적 측면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성격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성격이론의 일반적 추세를 바탕으로 성격이론의 관점에 따른 추세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크게 성격이론들을 다섯 가지 관점, 즉 정신역동적 관점, 성향적 관점, 인본주의적 관점, 행동 및 사회적 학습 관점, 인지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따라서 여기서도 이러한 준거에 맞추어 성격이론들의 추세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2. 정신역동적 관점의 추세와 전망
프로이트가 사망한지 60년 이상이 지났지만, 많은 학자들은 “프로이트가 정말 죽었는가?”라는 역설적 질문을 통해 그의 정신적 산물인 정신분석 이론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신분석을 비판하거나 확장하면서 탄생한 신정신분석적(neopsychoanalytic) 성격이론들도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인간 이해와 성장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세기를 마감하면서 타임(Time)잡지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었던 과학자와 사상가들 중에 프로이트를 포함시켜 발표하면서 그의 사진을 표지에 게재하였다.
성격과 심리치료의 새로운 접근방식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정신분석이 쇠퇴했다’라는 선언은 매우 과정되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치료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정신분석으로 표방하며 그것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의식을 전제로 성격평가를 하기 위해 개발된 로르샤크 잉크반점검사, 주제통각검사 등의 투사검사는 현재도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역시 성격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현재 상담 및 심리치료 영역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접근방식으로 정신역동적 관점에 속하는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을 들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은 인간발달의 기본적 측면으로서 초기 애착(attachment)의 정도에 따라 건강한 자아(self) 발달이 결정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클라인(Melaine Klein)은 아동치료에서 선구자적 수행의 결과로서 대상관계이론의 어머니로서 여겨지며, ‘충분히 훌륭한 어머니’ (good-enough mother)의 개념으로 유명한 위니코트(D.W. Winnicott, 1896~1971)는 대상관계의 아버지로서 여겨진다. 이 밖에 잘 알려진 대상관계이론가로 아이가 세 가지 발달단계인 정상자폐, 정상공생, 분리 및 개성화를 통해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기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 마흘러(Margaret Mahler, 1897~1985), 자기애(narcissism)와 자아체계로 유명한 코허트(Heinz Kohut, 1913~1981), 자아심리학으로 잘 알려진 하트만(Heinz Hartmann, 1913~1981), 관계의 내재화(internalization)란 개념으로 유명한 컨베르그(Otto kernberg, 1928~) 등이 있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입장에서 보는 매우 포괄적인 인간관, 즉 목적론적, 전체적, 사회적, 그리고 창조적 존재로서 인간관은 앞으로도 계속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리라 본다. 그리고 생활양식, 열등감과 보상, 우월성의 추구, 사회적 관심, 부모역할 등의 강조는 현재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개념들로 여겨진다.
정신의 유전적 소인을 강조한 융의 분석심리학도 계속해서 신화를 통한 인간 정신의 신비성을 밝히면서 대중적인 이론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융이 그의 주요개념으로 사용했던 집단무의식, 원형 등은 인간의 정신적 및 문화적 유산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시대적 조류에 부합한 성격이론이다.
신정신분석적 입장에 속하는 호나이, 프롬 등이 강조한 인간 성격에 미치는 사회 및 문화적 영향, 설리반의 대인관계이론, 에릭슨의 자아심리학, 그리고 머레이의 욕구이론 등도 여전히 시대적 변화에 맞춰 변형되어 적용되고 있다.
3. 성향적 관점의 추세와 전망
인간 성격에 대한 이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는 입장이 성향적 관점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질적 연구의 강조와 올포트가 강조한 다양한 성격 평가방법을 이용한 개체기술접근을 통한 인간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문화의 같고 다름에 따라 사람들이 갖는 성격으로 공통특질의 유사성과 차이에 대한 연구도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대적 추세에 부합한다. 최근 성격 연구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격인 초특질(supertraits)에 대한 것이다. 성격구조로서 Big Five로 알려진 5요인 모델의 발달은 성격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격에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관심은 생명과학의 발달로 고조되고있다. 인간 염색체를 밝히기 위한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적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이미 잘 알려졌다. 현대의 시대사조에 비추어 볼 때 유전적 요인이 성격에 얼마만큼 중요한 영향을 치는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많아지리라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아이젠크의 생물학적 유형론과 같은 성격이론은 계속 각광을 받으리라 본다.
4. 인본주의적 관점의 추세와 전망
심리학의 제3세력인 인본주의 심리학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 당시의 철학적 흐름인 현상학과 실존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러한 입장을 이론적 틀에 융해시켰다. 현상학의 창시자인 훗설(Edmund Husserl, 1859~1938)은 개인이 그에게 나타난 일상적 세계에 대한 경험을 기술하는 자연적 입장을 강조하였다. 현상학적으로 말하면, 시간은 항상 ‘지금’(now)이다. 당신이 어떤 것을 하는 것은 지금 그것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결코 ‘과거’(then)에 어떤 것을 할 수 없다. 훗설의 제자이며 ‘존재와 시간’ (Being and Time)의 저자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철학의 핵심 문제는 ‘존재의 신비’(the mystery of Being)라고 믿었다.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주장을 한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자신의 자유의지를 실천한 실존적 입장에서 사람들의 통념을 깨고 그에게 주어진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
인본주의적 관점이 한창 번창했던 1960, 1970년대에 비해 이러한 관점은 다소 소강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적한 것처럼 21세기의 심리학으로 행복, 몰입, 성공, 지혜 등과 같은 인간의 주관적 가치를 강조하며 주창된 긍정심리학과 인본주의적 관점은 부합된 성격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점에서 인간의 자아실현을 강조하는 매슬로우의 성격이론이나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인간의 실현화 경향성 및 내담자의 경험을 강조하는 로저스의 인간 중심치료 등도 여전히 인간 이해와 성장에 기여하리라 본다.
5. 행동 및 사회적 학습 관점의 추세와 전망
20세기 초 비엔나에서 슈릭(Moritz Schlick)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엔나 서클이 주창한 논리적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는 관찰 가능한 행동만이 연구주제라는 입장을 취하며 과학으로서 심리학을 강조한 행동주의자들에 부합한 철학적 시대사조였다. 이러한 시대사조에서 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행동주의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많은 학문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행동주의의 권위인 스키너는 1990년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노병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자세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였다.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인간 행동에 미치는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격의 특질이론을 비판한 미첼은 1960년대 인간 대 상황 논쟁을 야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미첼을 포함한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인간과 상황의 상호작용 관점을 수용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한편 달라드(John Dollard)와 밀러(Neal E. Miller)는 1950년에 그들의 주저서인 ‘성격과 심리치료’(Personality and Psychotherapy)에서 학습이론을 바탕으로 한 행동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통합하려고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임상적 현상에 학습이론의 적용에 대한 관심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의미로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려는 물과 기름과 같은 행동주의와 정신분석의 입장 차이 때문에 각 진영의 심리학자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달라드와 밀러의 모방을 강조한 사회적 학습이론은 관찰학습을 강조한 반두라의 사회적 인지이론에 영향을 주어 학습에 인지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나타났다. 개인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수행을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인 자기효능감은 20세기말에서 현재까지 많은 심리학 연구의 주요한 주제가 되어 왔다. 자기효능감은 로터가 그의 사회적 학습이론인 기대-강화가치 모델에서 제안한 개념인 기대와 유사한 개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로터는 기대를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면 특별한 강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가능성의 평가라고 하였다.
이러한 행동 및 사회적 학습의 관점에 대한 역사적 발달을 통해 현재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가 지배적임을 볼 수 있다.
6. 인지적 관점의 추세와 전망
현대 심리학의 제4세력이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인지심리학이다. 지난 20세기의 중반을 지배했던 심리학의 제2세력인 행동주의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겉으로 표현되지 못했던 인지 혹은 사고의 중요성은 1950년대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젊은 나이에 촘스키(Noam Chomsky)는 당시 행동주의의 거장인 스키너가 내세운 행동주의 모델이 언어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언어구조 및 인간의 언어학습과 관련하여 스키너를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심리학에서 인지에 대한 강조는 쿤의 과학발달의 패러다임론에 입각하여 1960년대 인지혁명이란 말로 표현되었다. 특히 나이저(Ulric Neisser)가 1967년에 저술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은 심리학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 시작의 초석이 되었다. 역시 인간이 화상해 낼 수 있는 단기기억에서 기억폭이 7±2 항목임을 밝혀 기억과 관련하여 ‘마법의 숫자 7’로 잘 알려진 밀러(George Miller)의 인간 기억에 관한 연구는 실험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재 인간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한 심리학에서 인지를 강조하는 추세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정보처리와 관련한 추세이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공지능 및 컴퓨터 과학의 발달은 시대사조인 인지혁명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들어온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고, 회상해 내는 기억연구와 관련한 두는 내용이다. 둘째는 상담 및 심리치료 영역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엘리스(Albert Ellis), 벡(Aaron Beck) 등은 비합리적 신념, 자동적 사고, 왜곡된 인지 등이 개인의 부적응에 중요한 역할으 한다는 것을 밝혔다. 즉 그들은 이러한 부적절한 인지로부터 비롯된 내담자의 부적절한 정서 및 행동을 인지의 수정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오래 전에 에픽테투스(Epictetus)가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또한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표현한 것처럼, 인간의 인지 혹은 사고는 고대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인간 이해 및 성장을 위한 성격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되풀이되어 나타날 것이다.
♧ Review Questions ♧
1. 성격이론의 일반적인 추세를 설명하라.
2. 당신이 생각할 때 중요하다고 여기는 성격형성에 영향을 주는 내재적 영역 요인과
외재적 영역 요인에 대해서 설명하라.
3. 성격에 대한 정신역동적 관점을 개관하고, 전망에 대해 논하라.
4. 성격에 대한 성향적 관점을 개관하고, 전망에 대해 논하라.
5. 성격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을 개관하고, 전망에 대해 논하라.
6. 성격에 대한 행동 및 사회적 학습 관점을 개관하고, 전망에 대해 논하라.
7. 성격에 대한 인지적 관점을 개관하고, 전망에 대해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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