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적 대전환기의 교회의 역할,유 석성(서울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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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변화하는 세계와 문명사적 전환기
세계는 역사적 대변혁기와 문명사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제3의 천년 앞에서 변화의 바람과 물결 속에서 이념, 체제, 국제질서, 사회관계, 사회구조, 사고방식, 행동양식, 가치와 규범이 바뀌고 있다. 세계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늘 변화되어 왔지만 새로운 세기 앞에서 지난 과거의 변화보다도 다른 모습의 대변화와 대변혁의 모습으로 세계와 문명은 변 화와 탈바꿈을 하고 있다. 대변혁은 탈냉전 신국제질서, 신국제경제체제, 기술과학, 정보통신혁 명에 의한 새로운 문명으로 변화되는 역사적 대변혁과 문명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대변혁의 소용 돌이 속에서 살아남고 바로 살기 위해서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변화하여야 한다. 즉 삶의 패 러다임의 변화가 요청된다.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실천을 향한 의지, 그 시대적 과제에 대한 냉철 한 성찰과 바른 실행 속에서 새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이념적, 국제 정치적 측면, 경제적 측면, 문명사적 측면에서 변화하는 모습 속 에서 역사적 변혁기와 문명사적 전환기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이념적, 국제 정치적 측면에서 세계는 2차대전이후 미국과 소련을 양극적 구도로 구축된 동서 이데올로기적 이념 체제가 붕괴되어 탈냉전 탈이념의 시대가 되었고 신국제질서 신세계 체 제로 개편되어 가고 있다. 프랑스혁명 200주년이 되는 해인 1989년 11월 9일 동서 냉전 시대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어서 12월 미국과 소련의 정상들이 「미·소 몰타 정상회담」 을 열어 군사적인 대치적 상태를 청산하자는 탈이념, 탈냉전을 선언함으로써 얄타체제를 청산하 고 새로운 국제질서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후 1990년 10월 3일 독일의 통일, 동구권 사회주의 체 제의 해체, 1991년 8월 28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이어진 일련의 구조적 변화는 세계 역사가 새로운 국면과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2차대전후 미국과 소련을 두 핵으로 구축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동서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냉전체제가 그 막을 내리고 '위계적 균형체제' 역시 깨어지게 되었다. 사회주의 체계가 붕괴된 것은 자본주의의 이념적 우월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회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병폐 때문이었다. 탈냉 전은 민족, 인종, 종교간의 갈등과 분쟁을 증대시키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분리되고, 구소련 연방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체첸의 저항,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붕괴와 인종 및 종 교 집단간이 진행되고 있는 냉전 등은 탈냉전의 구조적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소 정상들이 [몰타 정상 회담]에서 제시한 탈이념의 시대에서 이제 탈이념 이후의 시대로 접 어들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최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 (Tony Blair)가 제시한 '제3의 길'(The Third Way)의 이념이다. 탈냉전시대에 좌파이념인 사회주 의와 우파이념인 자본주의를 초월해 두 이념의 장점을 통합하려는 실용주의적 중도좌파노선의 「사회 민주주의」(Social Democracy)이념이다. 이 [제3의 길」의 주장의 핵심은 보호와 책임의 균형, 일하는 복지, 소외와의 투쟁이다. 즉 정치에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한 중도 좌파 적 실용주의 노선, 경제에서는 무제한적 자유방임 시장경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본주의, 복지에서는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복지보다 우선하는 노동주의적 복지제도, 사회에서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부를 평등분배하는 동반자 정신이다. 이 '제3의 길'은 영국 런던 경제학교(LSE)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교수가 쓴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라는 저서에 이론 적 바탕을 두고 있다. 기든스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윌리엄 베버리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표어아래 창안했던 전후 복지국가 모델을 제1의 길, 이 학교의 경제학 교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가 제공했던 경제모델을 제2의 길로 규정하면서 두 노선의 역사적 실험결과를 창조적으로 계승하 는 것이 제3의 길이라는 것이다. 독일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SPD)의 게하르트 슈뢰더(Gehard Schroeder)도 이념적으로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신국제무역질서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현과 지역간 블록화하는 경제적 지역주의의 확대이다. 1986년 9월에 시작한 우루과이협상이 1993년 12월 7년 만에 타결이 되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 결과로 얻어진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GATT의 법적, 제도적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무역규범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새로운 무역기구 로서 WTO를 설립하게 되었다. 둘째, 국제무역에 관한 다자적 규범의 관할범위를 크게 넓힘으로써 이제 거의 모든 국제무역의 분야를 포괄하게 되었다. 셋째, 국제무역규범을 크게 강화해서 무역 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대내외 행동에 대한 제한을 높였다. 넷째, 강화된 규범의 효과성을 높 이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분쟁해결제도의 강화가 이루어졌다. 1947년 설립되어 세계무역 질서를 이끌어 온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대체할 WTO체제가 1995년 1월 1일 출범 하게 되었다. WTO는 GATT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세계 무역분쟁 조정기능과 관세인하요구 반덤핑규 제 등의 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세계 무역질서를 어지럽히는 국가에 대한 제 제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WTO의 출범과 아울러 또다른 경제적 양상은 지역간 경제블럭화이 다. 각국가는 세계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같은 지역내 국가간에 경제를 통합하여 집 단적으로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지역주의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 역협정),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OAU(아프리카 단결기구), OAS(미주기구)등이다. 세계 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적 이기주의를 꾀하는 시대가 되었다.
셋째, 문명사적 측면에서 문명의 대전환기적 변화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정보통신혁명은 인 류를 농업과 산업사회에서 정보와 지식사회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가져왔다. 과학 과 기술이 문명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 조건과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산업 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정보통신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키는 「시공압축혁명」을 가져왔다. 이제 「지식」이 결정적 힘을 발휘하는 지식정보 문명사회가 도래 하였다. 여러학자들이 오늘의 문명사적 대 전환점의 세계를 진단하고 현대사회를 각기 다른 모 습으로 표현하였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문명의 충돌론" 프랜시스 후쿠야마 (Francis Hukujama) "역사의 종말" 폴 케네디(Paul Kennedy)의 "강대국의 흥망"에서 전환기에 선 세계문명과 역사에 관한 논의를 찾아 볼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자본주의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 Society),에서 「지식」이 중시되는 「지식사회」가 될 것을 강조하였다. 산업화 이후에 오게 될 정보화사회를 다니엘 벨(Daniel Bell)은 후기산업사회(Post- industrial Society) 용어를 사용하여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다니엘 벨은 그의 책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 에서 후기산업사회를 가장 명백하고 포괄적으로 기술하였다. 다니엘 벨은 강조하기를 이론적 지 식이 사회의 축을 이루는 중심원리가 되며, 사회문제와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기 위하여 지식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된다고 하였다. 브레진스키(Zbigniew Brezinski)는 후기산업사회를 「기술전 자공학시대」(Technectronic age)라고 일컬었다. 즉 과학기술과 전자공학의 영향에 의하여 사 회가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형성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와 문명에 관한 저술로 인기를 누리며 많은 독자를 가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를 초산업사회(Superindustrial society)라고 일컬었고, 그 후에는 「제3의 물결」(The Third Ware) 이라고 바꾸어 표현하였다.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후「권력이동 (Powershift)」을 저술하였다. 토플러는 만년전쯤 정착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 농업혁명을 인류 의 역사를 변모시키는 변화의 [제1물결」이라고 하였고, 250-350년전쯤 시작된(1650-1750) 산업 혁명을 「제2의 물결」이라고 불렀다.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거대한 기술, 사회적 변화를 「제 3의 물결」이라고 지칭하였다. 토플러는 「새로운 사령탑」은 이제 컴퓨터, 전자공학, 정보, 생 물공학 등에 기초한 산업들이 된다고 하였다.
토플러는 각 사회마다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제1물결인 농업사회에 서는 폭력이나 근육이요, 제2의 물결인 산업사회에서는 부(富)나 돈, 제3의 물결인 후기산업사회 에서는 지식이나 정신이 지배적 역할을 하는 힘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현대사회는 사회문화적 으로 대전환 기인, 기술과학시대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들고 있고 정보와 지식, 큰 힘을 발휘하는 정보·지식의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은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으나 물질만능의 가치관이 팽배 한 사회에서 인명 경시 풍조를 초래하였다. 이로써 인간소외와 윤리적 무규범상태인 아노미현상 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이면에는 현대인의 도덕의식의 약화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뿐 아니 라 과학 기술의 발달은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켜 생태학적 위기를 가져왔다.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산성비,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동식물의 멸종, 열대림 감소 및 사막화 현상을 가져왔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새로운 문명사적 대전을 가져오는 21세기는 인류에게 도전과 위기 인 동시에 기회이다. 이것은 인류에게 부여된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인것인가 아니면 재앙이 될 것인가는 인류의 손에 달려있다.
II. 문명사적 전환기의 특성 - 세계화와 정보화
역사적 대 변혁기와 문명사적인 대전환기의 특성은 국제화 내지 세계화 그리고 정보화에 있다. 세계는 지구촌화 되었고 과학 기술과 정보 통신 발달에 따른 정보 문명시대가 되었다.
오늘의 국제사회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 있다. 한국에서도 1994년 11월 17일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 구상」을 발표한 이래 세계화는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화두(話頭)가 되었다. 오늘의 세 계는 지구촌(Global Village)화된 사회가 되었다.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은 1964년 마 샬 맥루언(Marshall McLuhan)이 그의 저서 「매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에서 사용한 말 이다. 맥루언은 "전기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지구는 하나의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세계화라는 표현은 영어의 단어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것 이다. 이 말은 국제화, 지구화, 범지구화, 전지구화 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화 (Globalization)란 말은 본래 경제적 영역, 구체적으로 기업경영으로부터 유래된 말이다. 교통 통신 정보기술의 경이적인 발달에 따라 기업운영이나 경영전략의 구상이 한 나라의 국내시장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화는 세 계 경제적 측면에서의 시장통합과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경제, 정치 및 군사, 사 회, 문화 및 기술적 영역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지구적 차원의 객관적 변화추세를 지칭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객관적 변화추세 앞에서 이에 대응하는 한 국민국가의 국가정책방향과 시민교 육정책 등을 포함한 행위주체적 대응논리와 한 개인의 세계시민으로서의 행위규범까지도 포함하 는 것이다. 세계화는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 사람, 물자,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경쟁 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국제협력과 분업이 정착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유사하게 사용되는 개념인 '국제화'를 개념적 특성과 시기적 발전의 맥락에서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화 역시 한 민족의 번영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공존, 공영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므로 국제화이건 세계화이건 인류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작업이며, 궁극적으로 지구촌 형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양 개 념은 대동소이하다.
세계화, 국제화에 개념적 차이는 무엇인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는 그 용어의 구성 에서 나타나듯 기본적으로 '국가간(inter-nation)관계를 전제하고 있는 반면, 세계화 (globalization)는 국가간 관계보다는 지구적(global) 맥락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한다. 두 개념 이 지향하는 방향은 같으나, 상대적인 중심축이 쌍무적 국가관계에 있느냐, 범지구적인데 있느냐 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 현상으로서의 세계화'의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설 명할 경우 국가보다는 초국가기구, 국제기구, 개인 등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이고 제도주 의적인 세계관이 강조되게 된다.
세계화의 특성은 첫째, 정보통신혁명이 가져오는 시간과 공간을 결정적으로 압축시키는 시공압 축혁명의 시대이다.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사회의 지식화와 정보화가 이루어지는 지식 정보 문명 시대가 될 것이다.
둘째, 모든 영역에서 상관성이 심화되고 경제적 상호의존과 무한경쟁이 교차하는 시대이다. 사회학자 기든스는 "세계화란 세계사회의 상호의존성이 증대하는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용어"라 고 강조하였듯이 세계는 운명공동체적 상호연계성에 근거한 상호협력과 상호간의 치열한 경쟁을 요구한다. 여기에 국가간의 상호의존성이 증대되는 것에 덧붙여 규범과 관행등이 표준화, 규격화 되어가는 보편화가 요구된다.
셋째, 핵위협과 생태학적 위기 등과 같은 지구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국경을 넘어 서는 운명공동체를 확인시키는 세계적 관심의 출현이다.
넷째, 문화의 보편성, 특수성, 통합성과 다양성이 강조되는 문화우위시대가 될 것이며 분권화 와 자율과 시민참여의 시대가 증대되는 지방화시대가 될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는 상충되는 개 념처럼 보이지만 두 개념은 서로 모순되는 관계가 아니라 다만 지향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이 다.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보자는 의미인 반면, 지방화는 한 국가의 특정지역 특 정지방을 하나의 단위로 보는 것이다.
다섯째, 세계화시대는 세계시민으로서 개개인이 가져야 할 능력과 의미, 그리고 행위규범을 갖 추는 개개인의 개발방향을 지칭한다.
세계화시대에 문명사적인 전환기를 맞아 세계윤리가 필요하다. 세계화는 상호 의존과 무한 경 쟁이 동시에 혼재하는 시대이다. 개인간 국가간의 무한 경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밀림의 법칙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기 쉽다. 여기에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의 사랑과 나눔의 윤 리인 세계윤리를 형성하여야 한다.
세계화는 부익부 빈익빈의 인류 보편화 현상인 빈곤의 세계화를 가져 올 수 있다.최근 이에 대 한 경고를 「세계화의 덫」을 쓴 한스 피터 마르틴 과 하랄트슈만은"20대 80의 사회"가 다가 오 고 있음을 경고하였다. 즉, 각 나라에서 지구촌 전체에서 오직 약 20퍼센트의 사람들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속에서 자아 실현을 할수 있으며 그 나머지 80퍼센트의 사람들은 실 업자 상태 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싸구려 음식 그리고 매스컴에서 뿜어 대는 상업적 대중문화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함께,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살 수 있는 윤리가 필요하며, 이에 기독교가 세계 윤리 형성을 위해 그 역할을 하여야 한다.
III. 세계윤리의 당위성과 교회의 역할
오늘의 세계 문제는 개인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의 문제는 세계 윤리를 필요로 하며 세계윤리는 세계의 과제가 되었다. 달리 표현하면 인류의 문제는 인류 의 윤리가 요청되며 인류의 윤리는 지구상 모든 사람의 과제이다. 환경문제인 생태학적 위기, 핵 문제, 인구폭발, 자원고갈 등의 문제가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의 관심사가 되었 다. 세계화시대에 전 지구적 사고가 요청되며 인류 생존을 위하여 세계윤리가 필요하다. 윤리를 배제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발전은 국가의 쇠퇴, 경제적 파산, 사회적 해체, 정치 적인 재난을 초래한다. 세계윤리 형성을 위해서 기독교는 이시대와 인류에게 어떤 삶의 의미, 가치, 방향, 규범을 제시하여야 하는가.
첫째, 이 지구와 세계를 위한 책임의 윤리를 제시하여야 한다. 지구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위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책임의 개념은 20세기 복음과 사회윤리를 이해하는 핵심적 인 개념이다. 책임은 사회윤리적이며 공동체 윤리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책임윤리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된다. 책임윤리는 공동의 삶에 관한 질문의 지평 속에 서 선에 관한 질문이요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현실의 지평속에서 문제가 된다. 이 책임윤리는 이중구조,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위하여, 세계 앞에서 세계를 위하여, 자연앞에서 자연을 위하 여, 이웃앞에서 이웃을 위하여 교회와 신학이 책임을 지는 윤리이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를 위 하여 구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 책임윤리는 막스 베버가 말한대로 심정윤리가 배제되지 않는 책임윤리요, 본회퍼가 제시한 책임윤리 즉 그리스도가 성육신한 이 세상의 현실에서 세상을 위한 책임적인 삶을 의미한다. 본회퍼는 "이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구 체적인 책임의 영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책임윤리에서 강조할 것은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는 것이다. 슈바이처는 "윤 리학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라고 의미심장한 정 의를 내렸다. 따라서 책임윤리는 공동체의 윤리이며 이웃에 대한 책임성, 이웃과의 연대성 속에 서 살아가는 것이다.
둘째, 세계윤리 형성을 위해 기독교는 사회변혁의 윤리를 실천하여야 한다. 기독교는 이 시대 앞에 바른 사회윤리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윤리는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윤리이다. 사회윤 리는 사회구조를 다루는 사회구조윤리이며 사회비판적인 기능을 하며 공동선과 사회정의를 구현 하는 것을 과제로 한다. 신학은 세계변혁과 역사안에서 인간의 활동과 그 의미를 모색하는 것이 다. 칼 마르크스는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여 왔다. 그러나 문제는 세 계를 변혁하는 일이다."(칼 마르크스, 포이어바하에 관한 테제 11)라고 말한 있듯이 신학은 세계 를 다만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변혁하고자 하여야 한다. 신학은 사회비판적이어야 한 다. 비판적 신학은 복음의 빛에 비추어 삶의 실천을 반성하고 새로운 실천을 통해 복음을 구현한 다. 변혁은 정의와 사랑, 자유와 해방, 평화를 위한 일이어야 할 것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이를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사회에게 기복주의, 현실도피주의와 같은 아편을 줄 것이 아니 라 자유와 해방의 효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생태학적 윤리를 통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공존(共存), 공생(共生), 상생(相生) 의 윤리이다. 기술과학의 발달, 인간의 '진보'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생태학적 위기를 넘어「생 태학적 재앙」으로 치닫게 되었다. 수질오염, 해양오염, 공기오염, 삼림훼손, 오존층파괴가 계속 되면 앞으로 지구는 레이첼 카아슨이 말한 「침묵의 봄」이 올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금 욕의 윤리, 함께 존속하고 함께 살고 더불어 사는 공존 공생 상생의 윤리이다. "윤리학은 삶과 세계에서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며 또 가치의식을 인간에게 깨우쳐 주는 것이 다" 오늘의 기독교윤리의 책임은 인권이 보장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사회정의의 실현, 문화적 소외감의 극복, 자연과 화해와 조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칸트는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종교라고 하 였다. 오늘의 기독교는 미래사회에 무슨 희망을 줄 수 있는가? 윤리적 책임 없이 세계를 지배하 는 과학기술로부터 생태학적 정의와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세계를 만들어 삶의 의미와 가치, 존 재와 용기를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가올 세계에 희망과 불안이라는 상반된 기대를 가 지고 있다. 발달된 과학기술의 힘은 인류를 궁핍에서 해방시키는 힘을 발휘할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아울러 생태학적 위기가 가져 올 <인류 절멸의 시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도 가지고 있다. 기독교는 다가오는 세기가 평화와 정의, 자유와 해방, 사랑과 상생의 세계윤리 를 만들어가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윤리 형성을 위해 종교간의 평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스 큉(Hans Küng)은 세계윤리구 상(Projekt Weltethos)을 통해 종교역할을 강조하는 지구윤리를 제시하였다. 그의 명제는 "세계 윤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종교평화 없이 세계평화 없다. 종교대화 없이 종교평화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1993년 9월 4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종교회의에서 만든 "세계윤리선언"은 절대 적인 삶의 기준으로서 황금률("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 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7:12])을 제시하고 있다. 이 황금률로부터 영원 한 진리가 되는 4가지 지침이 도출된다. 삶을 존중하고 비폭력에 노력하는 문화에 대한 의무, 결 속의 문화와 공정한 형태의 세계무역에 대한 의무, 삶에 있어 아량과 정직의 문화에 대한 의무, 기회균등과 남녀평등의 문화에 대한 의무 등이다. 세계윤리선언의 끝맺는 말은 오늘 우리에게 세계윤리 형성을 위한 의미심장한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공통의 세계윤리에 맞춰 보다 나은 상호이해를 추구하여,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고 평화를 증진시키며 자연과 조화되는 생활방식 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