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생각하기를 왠 쌩뚱맞은 말씀인가 했다.
그녀가 나에게 분명히 말하기를
비자가 만료되어서 미국으로 돌아가야하고
다시는 선같은 것도 안볼거고 결혼도 안하고 살거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짐했는데~
지금생각하면,
당시에 그녀가 말한 내용의 행간(行間)을 읽었어야 했는데
그럴 만큼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고
그 정도의 이해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어서
곧이곧대로만 들었다.
다른사람 말씀하시는거 같은데요.
저랑 선본 아가씬 지난 8월 말에 미국갔어요.
내가 맞선 본 이야기는 내주변사람들에게 퍼진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발이 넓거나 유명하다거나 아는 사람이 많은게
아니라 맞선녀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많고 그사람들은
나에 대해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모양이다.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주로
형, 동생, 형수, 제수씨, 누님 주변사람들이 내게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생긴 일들을 한편의 주말 연속극처럼
즐기고 구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맞선녀, 혹은 그녀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나이먹을 만큼 먹은놈이 자기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거지
감이야 밤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좋은 것이고 행복할 수 있지만,
사랑을 근거로 결혼하고 생활을 꾸려나갈 때
부차적으로, 혹은 당연히 해야할 무수한 일들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였다.
그래서 결혼은 아무 것도 모를 때 해야한다던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꼴비기 싫은 정도로
잔소리 타박이 심한 누님이 한 분 계신다.
어릴 땐 내가 살던 고향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예뻤던 누님은 결혼하고 나서는 늙어가는데
아무리 젋고 예쁘고 아름다와도 세월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가보다.
종종 최진실을 생각하는 것은
누님의 젊은 시절과 최진실의 얼굴이 닮은 부분이
많아서 이고 최진실처럼 누님도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착하고 예쁘고 야무지고 살림도 잘하고
성질 더러운 남편만나 고생했고
다른 점이 있다면
누님은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을 악착같이 살아남았고
최진실은 그러지를 못했다는 점이다.
생각하면 가슴아프고 안타깝지만,
후일을 기약할 밖에....
누님은 지금도 만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한다.
알았어~ 알았어~하며 손사래를 치면서
그만 좀 하라고 짜증도 부리지만,
누님은 동생들 중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
어머니가 연로하시니까 누님이 어머님 대신하는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잘 둔 딸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우린 남자형제가 여섯이지만,
그런거 다 필요없다.
집안 일이 생기면 누님이 혼자 다 하신다.
딸이 하나 밖에 없는 탓에 누님의 그런 모습이 눈에 뛰기도 하지만,
부모를 가장 잘 생각하는 게 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직 어린 나의 딸을 볼 때마다 누님의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누님도 저렇게 예쁘게 뛰놀던 시절이 있었지.
딸만큼 귀엽고 예뻤던 누님은 어느 덧 할머니가 되가고 있었다.
그랬던 누님도 나에게 한마디 말도 안해 주었다.
"야~ 시골팬티야~그건 네문제야.
니가 장가가는 거지 내가 시집가냐?
내가 소개시켜주는 여자들은 싫다고 했잖아.
그래놓고선 몰??"
그러고 말았다.
으~~~~~~~쩌비~~~~~~~~~~~
하여간 아버님 친구분에게 맞선녀의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썩 좋지를 않았다.
가뜩이나 그녀때문에 한 여름을 떨떠름하게 지냈고
남들은 서울올림픽이니 하면서 전국적으로
떠들썩, 왁자지껄, 고래고래, 중구난방 시끄러웠을 때
방한칸 짜리 월셋방에서 방바닥이나 긁으며
골방구리처럼 뒹굴며 지내기만 했다.
하긴 그간의 그녀의 소식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맞선녀는 이미 미국으로 돌아간 지가 지난 8월인데
다른여자 아니냐고 묻자 아저씨가 역정을 내시며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니가 시골빤쓴거야~ 그 여자애 이름이 이영애잖아!
키가 작고 똥똥하고 눈은 두꺼비눈 같고 코는 주먹코말야~
메기입처럼 입술도 두껍고~~
그애는 성격이 남자같아서 너는 감당이 되질 않아.
너는 색시처럼 곱게 생긴데다가 성격도 여성스러워서
전혀 어울리지 않아.
그런 애랑 결혼해서 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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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지금의 아내는 당시에 모 여자중학교 3학년이었고
전교의 퀸카로 군림하고 있었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시내버스로 두 구간 떨어 진 곳에 살고 있었고
그로부터 정확하게 10년 후의 만남을 위해
지구 몇바퀴를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때 정말 사랑했을까? 연재 끝--
지금까지 저의 글을 사랑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다른 글로 여러분의 애정에 보답하겠습니다.
계속 사랑해 주시고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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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아쉽네요.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정말 같은 사모님 만나신 것 같네요. 더욱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재밌게 그동안 읽었습니다. 좀 긴감이 있지만... 연재 소설로는 수준급입니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심이 ...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행복하세요...^^ 근데,그럼 사모님과는 무려 15살의 차이가.....^^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네요. 아련한 옛사랑의 그림자도 떠오르고...
10편의 글.. 정말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다. 글솜씨가 너무 좋으셔서 부럽습니다. 한국어를 잘해야 중국어도 잘 할껀데.. 표현력이 시골버스님만큼만 되면 얼마나 좋을지..^^ 다른 글로 또 찾아오실꺼라 믿습니다..^^
다음글 기대되네요^^
끝나지 말지....요즈음의 유일한 낙은 이 얘기와 마작 하는건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글솜씨 부럽습니다. 아...
이거 이거 얼른책임지고 다른 글 올리셔야 하겠는데요? 많이 기다리게하지 않으실거죠~~ ^^.
재밋게 잘읽엇습니다 (꾸벅) 다음글도 기대만땅하고 기다리겟습니다
전 왠만해선 답글 안남기는 습성이 있지만... 글을 읽고 나서... 결론은 지금의 사모님이 젊고 아름다우시다는 자랑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현재의 부인분과도 잘 지내실 것 같으신데요.. ^^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