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
실로 오랫만에 문경의 한 산자락을 찾아 나선다. 운달산... 김룡사를 비롯 대성암, 화장암, 양진암
등 유난히 사찰이 많이 자리잡고 있는 문경의 명산이다.
80년대 중반경이니 어언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듯 하다. 그 때는 운달산만을 목표로 잡았는데도
워낙 교통이 불편했던 곳이라 전날 오후 출발하고도 들머리에 도착하니 오전 해가 넉넉히 뜬 시간
이라 하루산행으로 꽉 찬 일정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문경도 집에서 불과 두시간 남짓 소요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므로 새벽에 일찍 출발한다면 당일 산행으로써 웬만한 장기코스를 다 소화할 수 있다.
백두대간 대미산에서 분기한 능선은 여우목고개를 거쳐 운달산-단산-배나무산-월방산-악천산
-천마산까지 도상거리 약 45km의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낙동강변에서 그 맥을 다하는데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서는 운달지맥으로 명명이 되어 있다.
그러나 배나무산 이후의 산들은 워낙 낮은 산으로 이어지므로 산행으로서의 매력은 별로이다.
대신 여우목고개에서 운달산 주능으로 붙은 뒤 운달산쪽이 아닌 동쪽 공덕산-천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배나무산에서 지맥 능선을 벗어나 서남쪽의 오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시종 해발 8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하고 있기에 운달산을 연계한 능선잇기의 매력적인 코스가 될 것이다.
우선 천주산을 출발하여 공덕산을 거치고 계속해서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운달산까지
진행해 보기로 한다. 도상거리 약 20km, 하루 산행으로는 빠듯한 일정이다.
더구나 공덕산을 지난 후 운달산 직전까지는 그야말로 개척산행이나 다름없는 전인미답의 코스로써
시종 산길이 불투명하고 종종 바위지대까지 도사리고 있기에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론적으로 야간 산행으로까지 이어졌고, 13시간이 훨씬 넘는 긴 산행끝에 비로서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06시 30분, 점촌.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이제는 점촌까지도 금방이다. 동군포에서 1시간 30분 소요...
작년 말 개통된 이래 처음 달려 보는데 시종 지름길로써 대개의 오른길은 터널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금방 충주이고, 수안보이고, 연풍이고, 문경이고, 이어 점촌IC이다.
점촌IC를 빠져 나와 터미널앞에서 우회전하여 잠깐 더 달리니 4거리가 나타나고, 우측 도로쪽으로
약간 더 간 곳의 주유소 옆에 기사식당 하나가 문을 열어 놓았는데 원하는 메뉴 다 된다고 한다.
된장찌게로서 아침식사를 한다.
07시 47분, 간송리 불당골.
이어 34번 국도를 따르다가 산양에 이르러 동로를 거쳐 단양으로 이어지는 59번국도를 따른다.
그러면 얼마 후 산북 면소재지를 지난 후 좌측으로 김룡리쪽 923도로가 갈라지는 대하리가 되는데
만일 동로방향의 버스시간이 맞으면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로써 간송리로 들어가는 것이
나중에 차량회수에 시간을 절약할 듯 싶다.
그러나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는 버스시간이 불명확하여 잠깐 기다리다가 그냥 간송리까지 차를
몰기로 한다.
계속하여 59번 국도로 접어들면 경천호라는 저수지를 끼고 도는데 의외로 경치가 좋고 또한 넓다.
그 저수지가 끝나자 비로서 좌측으로 암봉을 이룬 천주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잠시 후 '천주산
천주사 관음영탑 묘원'이라고 입간판이 있는 간송리 불당골 마을이다.
점촌에서 30분 전후 소요, 도로 한켠 넓은 공터가 보이기에 그곳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한다.
07시 55분, 산행시작.
천주사로 들어서는 시멘트도로로 접어듦으로써 산행 시작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을 듯 거대한
암봉을 이루고 있어 천주산이라고 했던가?
구름한점 없이 파란 하늘을 이룬 가운데 정면으로 암봉의 천주산이 솟아 있으니 잔뜩 기대감에
사로잡히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다소 위압적인 느낌도 든다..
08시 17분, 천주사.
20분 남짓 시멘트도로를 따르니 천주사이다. 화장실을 지나자마자 천주사를 우측으로 두고
'천주산 1시간' 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등산로가 보인다.
천주사 들르는 것은 생략하고 그냥 등산로로 접어 든다. 아무래도 산불경방기간이기에 스님이나
신도를 만난다 해도 공연히 시비거리가 될 수 있는 탓이다. 멍멍이가 요란하게 짖어 대지만 별다른
인기척은 없다.
08시 27분, 지능선.
본격적인 등산로, 처음부터 급 오름길이다. 하기야 바로 앞으로 정상이 우뚝 솟을 채 올려다
보이는데도 이정표에는 1시간씩이나 소요된다고 했으니...
물이 없는 골 옆으로 이어지는 급오름길을 10분 극복하니 산길은 우측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천주사
뒷쪽으로 연결된 지능선 위로 오르게 된다. 지능선 쪽으로도 희미한 길이 있는데 철망이 쳐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오래 전에 폐쇄를 한 모양이다. 34분 휴식.
09시 11분, 돌탑.
서서히 바위지대가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그러나 왠만한 곳은 밧줄이 매달려 있어
생각보다는 그리 위험한 산길이 아니다.
10분 진행을 하니 돌탑군이 나타난다. 능선은 바로 위 암봉 위로 이어지지만 산길은 좌측 사면쪽
으로 이어지고 있다. 곧바로 올라설 수 없는 직벽의 암봉이기 때문이다.
뒤돌아 보면 돌탑 사이로 산행을 시작한 간송리 도로와 천주사로 이어지는 시멘트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기도 한다.
09시 31분, 천주산.
좌측사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어느 덧 긴 슬랩지대를 밧줄로서 오르게끔 되어 있다. 약간의
고공 공포증을 느끼지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데다가 로프까지 있으니 별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슬랩지대를 오르면 표지기들은 우측의 절벽 중앙을 가로질러 아까 돌탑군 위로 있는 직벽의
암봉 위로 오르게끔 되어 있는데 역시 경사도 완만한 가운데 로프가 가이드 역할을 하는 탓에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 다만 겨울철 눈이라도 쌓여 있다면 조금 위험도가 있을 듯...
어쨌거나 그렇게 암봉 위로 오르고, 이어 가이드 철제 구조물을 의지하며 이어지는 릿지길을 잠깐
더 극복하니 천주산 정상이다. 정상석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한켠에는 산불감시탑이 있다.
암봉을 이룬 천주산 정상은 사방이 온통 절벽을 이루고 있기에 더욱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우선 지나온 간송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좌측으로 동로면이 전체 한 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그 뒤 백두대간 도솔봉이 감싸고 있다.
또한 우측으로는 경천호가 내려다 보이고...
가야할 능선으로 시야를 돌리면 바로 앞으로 공덕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너머로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울러 대간쪽으로 펼쳐져 있는 암릉의 황장봉산 줄기가 언제
보아도 장쾌한 느낌이다. 멀리 대미산과 포암산 줄기까지 보인다. 29분 휴식.
10시 22분, 안부십자로.
잠깐의 릿지길을 조심스럽게 빠져 나오면 급경사 내림길로 이어지는데 미끄러운 마사토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바위지대보다 더 위험하다.
가급적 나뭇가지를 의지하면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려야 한다. 한 곳은 적당히 잡을 나뭇가지
마저 없어 아주 신경을 쓰면서 스텝을 조절해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11분 내려서면 비로서 급경사길이 끝나고 난관지대도 모두 다 빠져나온 듯 하다.
다시 11 분 더 내려서니 옛 성황당 흔적이 있는 안부 십자로, 우측 노은리쪽으로 내려서는 산길이
천주산만의 산행을 할 때 메인산길이 되는 듯 표지기도 촘촘하고 산길도 한결 뚜렷하다. 9분 휴식.
11시 06분, 공덕산.
안부십자로에서 공덕산까지는 바위지대 아닌 육산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시종 급 오름길을 극복해야
한다. 자연히 힘 꽤나 써야 하는 구간, 와중에 뒤돌아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천주산이 여전히 멋진
자태로 우뚝 솟아 있다.
35분 후 공덕산 직전 능선3거리에 도착한다. 즉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바위능선을 이룬다는
공덕산 남릉이 분기하는 곳인데 공덕산 정상은 여기서 남릉인 좌측능선쪽으로 약 20~3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어 발길을 돌려 공덕산 정상에 이르면 넓은 공터를 이룬 가운데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이 있는데
나무들이 공터를 둘러쌓고 있어 조망이 그리 확 트이는 편은 아니다.
단지 천주산 방향은 벌목을 해 놓아 그 전모를 음미할 수 있고... 가야할 운달산쪽은 숲 사이로
어렴풋이 그 형체를 보여주고 있다. 22분 휴식.
11시 50분, 사불암 삼거리.
능선3거리로 되돌아 나와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접어드니 초입 넓은 헬기장이 반긴다.
이어 순한 내리막길, 공덕산의 메인등산로가 되기 때문에 산길도 그만큼 잘 나 있다.
마침 10명 남짓 일행을 이룬 한 팀과 마주치기도 한다.
그렇게 12분 내려서니 안부십자로, 양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약간 희미한 편이고 뚜렷한 산길은
계속 능선을 따라 오름길로 이어진다.
와중에 '사불암 20분 정도 소요'라는 이정표를 대하니 이곳 역시 공덕산의 메인등산로인 모양이다.
이어 10분 더 진행을 하면 능선이 분기하는 봉인데 여기서 메인등산로는 좌측으로 내려서고...
우측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거의 다닌 사람이 없는 듯 족적이 희미하다. 비로서 오지의 개척
산행이 시작된다고 할까?
12시 04분, 지능선분기봉.
그래도 초입은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운데 방화선 형태를 이루면서 편안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낙엽밟는 소리가 갑자기 요란해 진 듯, 벌써부터 오지산행의 매력을 느끼는 기분이다. 중간중간
진달래가 활짝 피어 더욱 분위기가 좋다. 단지 좌측 멀리 보이는 운달산쪽이 확 트이는 장소가
나타나지 않으니 약간 아쉬을 뿐, 그저 나뭇가지 사이로만 조망이 되는 탓이다.
그러다가 14분 진행하면 우측으로 지능선이 분기하는 봉인데 이곳부터는 산길이 거의 불분명하여
그저 좌측으로 방향을 바뀐 주능선쪽으로 잡목을 헤치면서 길 흔적을 내 본다.
12시 07분, 암봉.
그러는 가운데 암릉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곧바로 예상치 않게 멋진 조망을 이루고 있는 암봉이
나타나는데 잡을 곳이 적당히 보이므로 오르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좌측으로는 수직절벽을 이루면서 조망이 확 트인 가운데 넓직한 반석지대까지
이루고 있다. 조망을 즐기기에는 천혜의 명당자리인 셈이다.
가야할 산줄기, 즉 운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전체 한눈으로 조망되는데 멀기는 먼 느낌이다.
큰 봉우리만 세어 보아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번째 봉우리이다.
과연 오늘 안으로 저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어쨌거나 하도 조망이 좋다는 핑계를 잡고 아예 식사까지 하고 가기로 하고 도시락을 꺼낸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 시간이 된 것이다. 식사시간 40분 소요.
13시 06분, 지능선 분기.
계속되는 암릉사이를 잡목을 헤치면서 암릉지대를 빠져 나오니 능선을 따라 어느정도의 산길흔적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이따금씩 바위지대가 반복되기도 하고...
진행을 할만 하면 가급적 릿지로 진행을 하고 진행이 불가할 것 같으면 사면으로 우회를 하는 등,
19분 진행하면 능선이 분기하는 지점인데 이곳 역시 바위지대를 이루면서 고사목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가야할 능선과 그 뒤로 황장봉산 능선이 시원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 능선쪽이 마루금이다.
13시 26분, 산막고개.
이후로도 종종 눈길을 끄는 바위들이 나타나기에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산길은 한결 좋은 편, 그러다가 이따금씩 '송이입찰지역'이라는 주황색 천이 매달려 있으니 아마도
이곳 일대가 송이군락지인 모양이다.
아까 암봉 이후 계속 능선을 따라 오래된 비닐끈이 따라 왔는데 그 역시 송이입찰지역 경계를
표시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어쨌거나 이후에도 능선따라 송이입찰지역푯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비닐끈이 이어지고,
그렇게 20분 남짓 진행을 하니 바로 아래로 절개지와 함께 시멘트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산막고개, 즉 좌측 산막마을과 우측 도하미기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갯마루인 것이다.
1차선 도로이지만 최근 포장이 된 듯 시멘트로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어 승용차 진입도 무난할
것 같다.
13시 35분, 능선분기점/민둥묘.
경사가 조금이나마 완만한 곳을 택해 절개지를 오르니 다시 희미한 산길이 시작된다. 낙엽이 수북
하게 쌓여 있는 육산 형태의 산길...
그러한 산길을 8~9분 오르면 능선이 분기하는 곳인데 잔디가 하나도 없는 민둥묘 한 기가 분기점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희미하게나마 이어진 산길은 우측 능선쪽으로 향하고... 가야할 좌측 능선쪽으로는 전혀
길흔적이 없이 잡목만 무성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길을 만들면서 진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두어 배가 더 걸릴 것인데 아직 절반도 진행을
하지 못한 상태이니.... 10분 휴식.
14시 10분, 봉.
다행히 잠깐 잡목을 헤치니 울창한 수림을 이루는 가운데 낙엽이 푹신하게 쌓인 능선을 이루고
있어 진행에는 큰 부담이 없다.
간헐적으로 희미한 산길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18분 지난 시간, 좌측으로 조망바위 하나가 자리잡고 있어 지나온 공덕산을 잠깐 음미해
본다. 이제는 제법 까마득한 거리... 그 뒤 천주산도 빼꼼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운달산은 아직도 거리가 하나도 좁혀지지 않은 채 까마득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과연 오늘 그곳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빨라야 해질 무렵이나 도착할 수 있을 듯...
조망바위를 지나자 간간히 바위지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7분 더 오르니 오름길이 끝나는 한 봉우리
이다.
14시 24분, 조망바위.
이후로도 계속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어 진행속도가 한결 느리다. 그래도 이따금씩 주변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나니 오지산행의 멋이라 해야겠다.
14분 후 좌측으로 절벽을 이루는 가운데 또하나의 멋진 조망바위를 대하고 잠시 여장을 푼다.
운달산쪽이 한눈으로 조망되는 곳, 아직도 까마득한 거리여서 부담스럽지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저 곳에 이를 것이라고 단정을 하면서 여유를 찾아 본다. 15분 휴식.
14시 44분, 안부송전탑.
조망바위를 뒤로 하고 5분여 내려서면 작은 송전탑이 있는 안부, 우측에서 희미한 산길이 올라와
능선쪽으로 이어지니 길 상태가 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본다.
15시 31분, 888봉.
그러나 그것은 완전 오산, 산길은 금방 흐지부지 없어지고 다시 잡목속의 바위사이로 이어지는데
이따금씩 통과못할 바위지대까지 나타나 옆으로 잡목을 헤치면서 오르려니 더욱 시간이 소요되는
듯 싶다.
양손까지 사용해 가며서 기어 올라야 하는 곳도 부지기수... 지도상으로만 볼 때 능선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쉽게 진행을 할 줄 알았는데 안부로부터 1km 조금 넘는 888봉까지 근 50분이 소요
되었으니 예상 밖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아무튼 이제사 반 거리 약간 넘어선 듯, 이런 식의 속도라면 일몰 전 운달산에 도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간탈출을 할 곳도 마땅한 곳이 없으므로 어쨌거나 야간 산행으로 이어지더라도 끝까지
진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888봉 이후로는 바위능선이 끝나고 비교적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기에 다소 진행이 수월할 듯 보이는 점이다. 17분 휴식.
16시 01분, 돌축대.
울창한 수림속에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기 시작하니 한결 진행이 여유롭다. 희미하게나마 산길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13분 진행을 하면 둘축대가 둘러쌓인 공터가 하나 나타난다. 바로 전방의 밋밋한 봉우리가
지도상 삼각점으로 표기되어 있는 911.9봉이 될 것이다.
16시 08분, 911.9봉.
계속해서 7분 더 진행을 하니 잡목덮인 공터를 이룬 가운데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911.9봉이다.
ROKA라는 글자가 알아볼 듯, 못 알아볼 듯 희미하게 새겨진 삼각점이다.
한편 정면의 운달산과 우측 대미산 쪽으로 시야가 확 트여 그 전모를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16시 13분, 조망바위.
다시 5분 남짓 진행하면 좌측으로 절벽을 이루면서 마당바위를 이룬 멋진 조망바위가 나타나니
시간이 늦은 가운데도 잠깐 그 멋을 즐기고 진행을 한다.
특히나 커다란 적송 한 그루가 차지하고 있어 그 사이로 건너다 보이는 운달산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운달산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제법 높은 봉우리 4개
를 극복해야 비로서 운달산이 되는 것 같아 최소 3시간은 더 진행을 해야 할 듯 싶다.
16시 55분, 989봉.
이어 바위지대가 잠깐 더 이어지는데 우측 사면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지만 혹시 여우목고개 방면
으로 내려서는 길일지도 모르므로 그냥 잡목을 헤치면서 릿지로 넘어선다.
그러나 바위지대를 넘어서면 우측으로 내려섰던 희미한 산길이 다시 올라 서므로 힘들게 릿지로
진행을 하지 않았어도 된다.
아무튼 그렇게 바위지대를 지나면 전형적인 육산형태의 길로 이어져 한결 진행이 수월한 느낌이다.
잠깐 더 진행을 하니 우측 급사면쪽으로 희미한 산길 하나가 내려서고 있는데 아마도 그 곳이
여우목고개로 내려서는 분기점이 아닌지?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여우목고개는 예전에 찾았을 때와는 달리 반듯하고 포장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계속해서 울창한 수림를 가로지르면서 편안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다가 한 차례 급 오르막을
극복하니 능선이 분기하는 989봉이다.
멀리서 볼 때 유난히 뾰쭉하게 솟아 있기에 부담스러워 보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극복한 기분이다.
여기서 마루금은 좌측으로 바짝 꺾어 마전령으로 내려서게끔 되어 있다. 12분 휴식.
17시 29분, 마전령.
급경사 내림길, 거기에다 희미한 길을 이룬 가운데 지능 형태가 여럿 갈라져 마전령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잡기도 애매하다.
그저 희미한 길 흔적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으로 진행을 하니 다행히 마루금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
하게 마전령 고갯마루로 내려설 수 있었다.
즉 처음 갈라지는 지능선에서는 우측, 그 다음 갈라지는 곳에서도 우측, 마지막 갈라지는 곳에서는
좌측... 이런식의 진행이다.
워낙 사람의 발길이 없어 낙엽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급 내리막을 헤치고 내려서면 넓은 임도가
가로지르고 있는 마전령 고갯마루 직전인데 바로 내려설 수 없는 절개지를 이루고 있어 우측으로
약간 돌아서 내려서야 한다.
어쨌거나 마전령까지는 무사히 진행을 했는데 다시 약 250m 정도 고도차를 극복해야 할 생각을
하니 다소 부담이 된다.
특히 오늘따라 유난히 컨다션이 좋지 않은 금수강산님은 여기서 탈출을 원하는 눈치, 그러나 도로
따라 약 3km 되는 가좌리쪽으로 탈출을 한다 해도 워낙 오지 지역이라 교통편이 될지 의문이다.
경우에 따라 다시 4km 정도 대승사 입구인 전두리까지 더 진행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그 힘이면
운달산을 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말로 설득을 하면서 오름길로 접어 든다.
18시 02분, 925봉.
그래도 이제까지와 비교하여 한층 산길이 뚜렷하여 생각보다는 쉬운 오름길이다.
오름길 초입 한 서낭당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잠깐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공덕산과 산막고개가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시야에 들어와 꽤나 먼 길을 주파했음을 실감케 한다.
30여분 후 비로서 오름길이 끝나면서 925봉에 도착한다.
울창한 원시림과 함께 펑퍼짐한 산세를 이루면서 저 건너로 운달산 정상이 이제는 아주 가깝게
롤려다 보이기도 한다.
18시 15분, 장구령.
이어 완만한 능선길을 잠시 잇다가 한차례 내려서면 지도상 장구령으로 표기되어 있는 안부인데
양쪽 산길이 모두 희미한 평범한 고갯마루이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펑퍼짐한 산세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니 단연 오지의 멋이 넘치는 기분
이라 할 수 있다.
18시 27분, 910봉.
다시 오름길이다. 이미 산행을 시작한지도 10시간이 넘어섰기에 약간의 오름길도 부담스럽다.
12분 오르면 오름길이 끝나는 910봉, 운달산 정상이 바로 건너에 있어 어느 덧 목표점이 잡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직은 운달산 일반등산로가 시작되는 장군목까지는 또하나의 봉을 넘어서야 한다.
18시 38분, 장군목.
다행히 910봉보다 약간 더 높은 분기봉 오름길 앞에 이르자 산길은 그 분기봉을 오르지 않고 우측
사면을 통하여 장군목으로 이어지게끔 되어 있다.
10분 후 운달산 메인등산로가 시작되는 장군목에 도착한다. 여지껏 희미한 산길내지 길흔적도
없는 능선을 진행하다가 아주 뚜렷한 등산로르 접하니 마치 속세로 돌아와 산행을 다 한 기분,
즐비한 표지기가 오히려 반가울 정도이다. 공덕산 메인등산로를 벗어난 후 처음 대하는 표지기들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부터는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번 접한 곳이기에 비록 야간 산행으로 이어진다 해도
걱정할 일이 없다.
빠르면 두 시간, 늦어도 두시간 반 전후면 완전 하산을 마칠 수 있으리라. 야간 산행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서 모처럼 느긋한 휴식을 즐겨 본다. 18분 휴식.
19시 02분, 일몰.
오름길로 들어서니 비로서 일몰이 시작된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는 일몰이긴 하지만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아래 유난히 해가 커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
한편 지금 이 시간이 일몰 시간이니 해가 무척 길어졌다는 사실도 새삼 느낀다.
19시 35분, 운달산.
금방일 것 같은 운달산 정상, 그러나 막상 접하니 생각보다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정상이겠거니
한 봉을 오르면 그 뒤로 더 높은 봉이 나타나길 수 차례...
장군목을 출발한지 39분 후 비로서 운달산 정상이다.
넓은 공터를 이룬 정상에는 삼각점과 화장암 1시간 20분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아울러 한켠에
작은 정상석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어제가 보름날, 이미 어둠이 물든 상태이지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훤히 내려다 보고 있어 또다른 운치를 자아 낸다. 10분 휴식.
19시 52분, 헬기장 3거리.
오랫만에 랜턴을 켜는 것 같다. 뚜렷한 길을 7분 진행하면 헬기장이 나타나면서 3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직진은 단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이고 좌측 길이 화장암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다.
당연히 좌측 길로 내려선다.
20시 24분, 해발 약 700고지.
예전 진행을 할 대 편안한 능선이라는 기억인데 시종 급경사 내림길이다. 바위지대도 종종 나타
나고 긴 로프를 통해 내려서는 지점도 나타난다.
딴은 어둠속에서 금선대쪽으로 갈라지는 산길도 놓친 모양, 어쨌거나 여전히 급한 내림길로 이어
지는 산길을 30분 가량 내려서니 잠깐 쉼을 하고 가자는 의견이다.
이사벨라님의 고도계를 확인하니 약 700고지... 절반 정도는 내려선 기분이다. 5분 휴식.
20시 57분, 화장암.
쉼을 한 후에도 시종 급한 내림길, 편안한 산길이었다는 옛 기억이 완전 무색할 정도이다.
그렇게 20분 남짓 더 내려서면 비로서 산길은 능선을 벗어나 우측 사면쪽으로 이어지고 잠시 후
계곡이 가까운 삼거리에 도착한다. 화장암 윗3거리라는 이정표가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능선따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계곡길로 접어든 후 금선대를 경유
하여 능선으로 붙은 것 같다.
아무튼 이정표가 있는 3거리에서 7분 더 내려서면 드디어 화장암이 되는데 불빛도 모두 꺼져 있는
상태이고... 그만큼 늦은 시간이라는 이야기이다.
계곡을 건너서면서 물한컵 받아 마시니 갈증이 완전 풀리는 기분이다.
21시 20분, 김룡사입구.
잠시 후 냉골3거리를 접하고 넓은 길이 시작된다.
이어 10분 후 우측으로 화려한 불빛의 산사가 보여 김룡사인줄 알았는데 잠시 후 또다른 불빛의
산사가 좌측으로 보이는 바 그 곳이 김룡사이고 김룡사인줄 알았던 산사는 대성암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차량도 드나들 수 있는 대로이다. 잠깐 랜턴을 꺼 보니 달빛이 하도 밝아 굳이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 웬지 모를 운치가 철철 넘치는 기분이다.
21시 30분, 김룡리.
곧 김룡사 일주문을 지나면 잠시 후 김룡리 마을 상가가 시작된다. 다 온 것이다.
한 가겟집으로 들어서서 캔맥주 하나 들이킴으로써 비로서 장장 13시간 30분이 넘는 긴 발걸음을
마무리한다.
그 후.
가겟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주민 승용차 한 대를 수배하여 간송리에 주차해 놓은 승용차를 무사히
회수를 하고 점촌으로 나오니 시간은 벌써 22시 45분이다.
마침 아직껏 문을 연 감자탕 집이 하나 보여 간단하게나마 그곳에서 뒤풀이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다소 늦은 귀경길이 되었는데 그나마 한점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덕택에
동군포에 도착한 시간은 01시 10분, 그런데로 준수한 시간이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