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할 때 항상 불안하고 부정적이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비가 너무 왔지요?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아파트에 살 때는 비가 많이 와도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단독주택에 살다 보니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이 됩니다. 저희 집이 워낙 낡은 집이라 비가 좀 새거든요. 이번에도 비가 샜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천장에서 뚝뚝 떨어졌다면 양동이라도 대야 했을 텐데 벽을 타고 내려서 봐줄 만 합니다.
해주는 자기 슈퍼주니어 사진이 다 젖었다고 빨리 비 안 새게 해달라고 하는데 집 주인이 워낙 꼿꼿해서 들어주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고쳐달라고 말하면 전세금도 싸게 있는데 나가라고 할 겁니다. 지난번에 한번 말했다가 그냥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
집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만약 내 집이 없으면서 전세를 살면 무척 서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전 서럽지 않는 처지네요. 또 집주인 입장도 이해 갑니다. 제가 워낙 싸게 세 들어 사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참고 살려고요. 천장에서 떨어지면 그때 이사가든 고치든 하지요.
한 일주일 동안 제 마음이 미친 년 널 뛰듯 했습니다. 아래 질문하신 분처럼 너무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공황상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더 겁이 났습니다. 저는 제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이성적이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좀 괜찮습니다.
아침 준비를 하면서 스님 법문을 듣는데 그러시더라고요.
"자기에게 닥친 그 어떤 일도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그냥 일일 뿐이고, 거기서 내가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좋은 일도 되고, 나쁜 일도 된다. 내가 고문을 당한 그 며칠 동안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고문당한 것이 꼭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조건이든 그 조건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고맙게도 제게 너무 필요한 법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오늘 법문은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까 찾다가 이 법문을 찾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살면서 불안하시거든 오늘 스님 법문 듣고 마음의 평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질문] 무슨 일이든 일어날 때 항상 불안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가르침을 원합니다.
[법륜스님 법문]
○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미래와 과거에 사로잡히면 불안하다.
심리상태가 불안하고 근심 걱정이 많은 것은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좋은데 미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불안해집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과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로잡힌다 할 때는 그것이 머릿속에서는 현재로 인식된다는 거예요. 그것이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마음에서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 일어나는 겁니다. 과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일어나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히면 현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괴로워집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나 과거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은 다 꿈속과 같습니다. 그것이 생각 속에서는 현재화된다는 거예요. 현재화된다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것과 동일시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며 울 때가 있지요? 남의 얘기를 듣고도 울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내가 감정에 사로잡히는 거예요. 그런데 감정에 완전히 사로잡혀 계속 울다가 어느 순간 내가 감정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눈에 눈물이 흘러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과거에 사로잡히면 괴로움이 생기고 미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근심, 걱정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고 예측하고 설계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은 근심, 걱정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기획하고 생각하는 것이지 거기 사로잡히지는 않는 것이지요.
○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습관이다. 있는 그대로 봐라.
어떤 일들을 늘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습관이에요. 어떤 사람은 늘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늘 되는 쪽으로만 생각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사고의 습관이에요. 그래서 이쪽 저쪽 모두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입니다. 상황에 빠지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을 때 우리가 현재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행해 보아야,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고, 또 안 되면 왜 안 되는지도 알 수 있어요.
한 발 떨어져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훈련으로 나를 돌이켜보는 절도 해 보고, 실천 과제도 해 보고, 느낀 점도 함께 나누어 보면 좋습니다. 우리는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는 데 굉장히 서툽니다. 부부지간에도 속으로만 자기 의도, 욕구만 있지 내 마음을 상대에게 가볍게 내놓는 것이 잘 안 돼요.
○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계셔야지만 수행자는 법문만 있으면 된다.
마음을 이렇게 가볍게 내놓으면 서로 간에 교감이 일어나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이 마음 나누기라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굉장히 가깝게 만들고 똑같은 법문을 듣고도 ‘저 사람은 저렇게 듣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저 사람은 자기를 저렇게 극복해 나가는구나.’ 이렇게 배울 게 많아요. 그래서 내 마음공부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이렇게 도반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 잘한 것은 나도 할 수 있어서 나에게 희망이 되고, 그 사람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우면서 내 안 되는 것에 대해 위안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공부가 자꾸 진척이 됩니다.
부처님이 안 계셔도 경이 있으니까 우리는 지금 공부할 수 있습니다.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계셔야 하지만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법문만 있으면 됩니다. 경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거예요. 법문을 기준으로 해서 수행할 때는 반드시 도반이 있어야 합니다. 도반들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상가가 귀의처가 됩니다.
○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히는 순간 알아차려라. 그래야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경전을 읽고 법문을 듣고 도반들과 마음나누기를 하면서 수행하면,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에 자신이 사로잡히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걸 알아차림으로써 그 사로잡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볍고 자연스럽게 도반들과 마음나누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법당에 가야겠습니다. 마음이 힘들다고 법당에 안 갔더니 더 마음상태가 흐릿해지는 것 같습니다.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필요하지만 수행자에게는 법문만 있으면 된다는 말씀이 제 가슴을 젖게 합니다.
도반들과 나누기를 가볍게 하라는 것도 제가 잘 안 되는 것인데 한번 해보지요. 제가 부지런히 수행정진해야 남편도 좋고, 제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나날이 좋은 날입니다. 여러분도 나날이 좋기를 바랍니다.
* 도반(道伴) : 함께 도를 닦는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