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종묘대제를 보던 날, 약속시간보다 늦은 저는 급히 영녕전으로 달려가다가 제례를 행하러 들어가는 제관들과 나란이 가게 됐었어요. 모두들 안으로 들어가고 조용한 신로 옆으로 줄지어 걸어가는 제관들의 옷에서 나는 패옥의 소리는 정말 아름답고 장엄했었죠. 만약 깊은 밤이었다면 정말 웅장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을거에요.
사직대제를 본 날도 늦었어요. 사직에서 보자고 한 시간에 전 겨우 버스에서 내려 세종문화회관앞에 있었죠. 그때 길 건너편에 보이는 건 덕수궁으로 부터 오는 어가행렬이었어요. 기쁜 마음으로 어가행렬 옆에서 함께 걸었었죠.
그러고 보면 전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올해도 뭔가 내게만 있을 행운을 생각하며 어가행렬이 시작하는 경복궁에 달려갔죠. 하지만 행운은 여러 번 오지 않는 법! 올해는 늦는 바람에 아쉽게도 어가행렬의 뒷모습만 봤네요. 게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영녕전 대제때는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남신문 밖에 서서 안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커진 관심을 기뻐해야 할지 무질서한 모습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우선 항상 우리를 챙겨주시는 봉행위원 이보섭 선생님을 찾았죠. 우리가 미처 전화에 발신을 누르기도 전에 전화를 해주셨어요. 역시 반원들이 많은 인파에 길잃을까 걱정하시는 반장선생님이십니다. 먼저오신 김동순 선생님과 황윤영 선생님도 만났어요. 두 분은 황사손 옷입는 것을 도와주시러 먼저 오셨죠. 아침 일찍 오셔서 고생이 많으셨네요. 가까이서 면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황윤영 선생님이 많이 부러웠어요. 특히 위엄있는 면복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빨간 신발이 인상적이었죠..^^ 잠깐 오셨던 이옥화 선생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특히 정진주 선생님은 한국어 안내 도우미를 하셔서 역관의 옷을 입고 하루종일 땡볕에 서 계신데 너무 힘들어보였어요. 고생이 정말 많으셨네요. 그래도 그 역관옷은 참 잘 어울리셨어요.
같이 왔던 고향친구들은 한 시간을 남신문 앞에서 기다려서 정전 안에서 봤다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배가 고파 맛있는 잔치국수를 먹느라고 더 잘보이는 스크린 앞에서 봤어요..^^;; 종친인 이보섭 선생님께서는 종친석을 마다하시고 저희와 함께 해주셨죠. 김동순 선생님은 질문하면 대답해 주시려고 우리 옆에 앉아주셨어요. 14기가 왔는데도 아직도 사랑받는 13기입니다. 작년에는 정신없이 봐서 뭐가 뭔지 몰랐는데 올해는 홀기도 군데군데 들리고 정대업과 보태평, 문무와 무무도 살짝 구분이 되는 걸 보니 또다시 뿌듯한 마음이 드네요. 자꾸 보다보면 언젠가는 잘 들리고 모두 아는 날이 오겠죠?
언제나처럼 마지막에 신실 앞까지 다~ 돌아보고 뒷풀이를 갔네요. 관지구가 있는 신실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정진주 선생님이 너무 부러웠어요. 종묘대제때마다 저희 안내해주시느라 바쁘신 이보섭 선생님, 황사손 옷 입히시랴 옷매무새 다듬으시랴 바쁘신 김동순 선생님, 하루종일 땡볕에서 고생하신 정진주 선생님, 후드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와 사진을 찍어주시던 송혜경선생님, 정동 안내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오신 조태희 선생님 우리 13기 황윤영 선생님과 저 이렇게 함께 맛있는 도토리묵도 먹고 달걀말이도 먹었어요... 아쉽게도 배은하 선생님은 집에서 급한 전화가 와서 먼저 가시고 14기 안근찬 선생님과 홍예지선생님은 일행이 있어서 먼저 가셨네요... 참.. 안근찬 선생님~ 간식 감사합니다~~^^
대제에 쓰일 제수들 챙기셨다는 신현정 선생님도 고생이 많으셨어요. 못뵈서 아쉬워요. 멀리서 오신 경복궁의 최금선 선생님과 덕수궁의 임성순 선생님도 반가웠어요.
미국인인 저희학교 원어민 교사가 역사를 전공했는데 종묘대제를 관심있게 보더니 다 끝나고 나갈 무렵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서양역사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배운 서양역사와 다른 우리나라의 역사에 많은 흥미를 갖게 된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긴 역사에 대해 또 그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된 날입니다. ^^
첫댓글 에고! 부지런하셔라^^
그날의 일들을 스크린으로 보는양 자상하게도 정리해 주셨네요.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시간 저도 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감동입니다.^^
선생님의 글.. 멋져요~~ 싹 정리가 됐네요.. ㅋㅋ 선생님도 아침부터 늦게까지 고생하셨어요~~ 우리 샘들과 함께여서 긴 시간이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대표님 챙겨드리러 온 허간사님도.. 반가웠어요~~ ㅎㅎ
나에게 사흘 지난얘기는 묻지 말라고 했는데 윤주현샘 글을 읽으니 다시 다 생각이 나네요
복습 효과로 그날의 일은 석달 지나서 물어봐도 대답할것 같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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