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 스페이스디벨롭파100 -
오, 아름다운 스강나하르여!
1.
인간의 교만함과 사악함이 극에 달하자 마침내 만물을 주재하는 우주의 영(靈) 절대신(神)께서 기어이 인간을 저버렸음인가?
서기 2036년11월25일 오후3시 정각, 우주의 영롱한 보석 지구가 죽음의 행성으로 바뀌는 죽음의 시각을 맞이한 인류는 바야흐로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살아남은 인류 또한 지상으로 나다닐 수 없는, 지하에 갇힌 신세가 되었음은 물론, 대다수가 번식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뉴나치즘에 세뇌된 극렬과격테러단 싸이파의 인류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인 광양자화학탄 데쓰루의 투하 이후 폐허가 된 지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요 지옥 그 자체였다. 천지를 시꺼멓게 뒤덮은 잿빛 먼지로 태양도 제 빛을 잃었고, 도심의 곳곳은 사람들과 동물들의 녹아 뒤엉킨 사체들로 즐비하였으며, 시체 썩는 냄새와 코를 쏘는 듯한 자극적이고도 매쾌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범 지구연합국가 유니타스의 알렉산드로 미하일로프 대통령도, 싸이파의 수장 드윈 스뮐러도 단 한발, 광양자화학탄 데쓰루의 폭발과 함께 형체도 없이 산화되었지만, 애꿎게도 32억에 이르는 인류 가운데 지상에 머무르고 있었던 23억 이상의 인류가 그날의 대참사로 일시에 목숨을 잃었으며, 특수보호막이 설치되지 않은 허술한 지하대피소로 숨었던 3억 가까운 인류들 또한 시름시름 앓다가 수개월 사이에 모두 죽어갔다. 특수보호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모든 사람들이 일거에 죽어간 것이다. 또한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들도 폭발 당시의 뜨거운 열기와 강한 산성으로 녹아 없어졌다.
그나마 재벌, 특권층 등 신귀족층이 구축해 놓은 지하세계의 두터운 특수보호막에 가려져 살아남은 5억의 인구도 유전자변이로 인한 신체변화로 고통을 겪게 되고, 인류의 대를 잇게 할 생식능력을 잃었다. 즉, 남성은 남성으로서의 정자 생식능력을 상실하고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난자 생식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지표면이 짙은 농갈색의 미끈거리는 부유물로 덮여 악취를 풍기는 죽음의 바다로 변한 지구, 대지가 온통 끈적거리고 독성이 강한 짙은 회색 재에 뒤덮여 어떠한 생명체도 온전하게 살 수 없는 죽어버린 행성, 그것이 인류의 원초적 고향인 지구의 종말이었다.
- 제10회에서 계속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