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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언덕 관광을 끝내고 베르사유 궁으로 향했다.
RER C선을 타면 종점이 베르사유 궁이라기에 대충 탔다가 여러번 왔다갔다 해야했다.
아래 보이는 ~Tour Eiffel 다음 역부터 두 갈래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두 갈래길 중 아래 갈래 방향으로 종점을 보면 어쩌고저쩌고 Versailles(베르사유)라는 표기가 보인다.
현지 사람들은 '벌(v)사히'라 말하더라. 이상한 구석에 박힌 다른 곳을 안내하기도...
아무튼 마지막 일정이다보니 대충 타고 쉬엄쉬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RER C선이 멈추었다.
'Bd Victors (아래 표기)' 역에서 멈추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가만히 기다렸다.
수다떨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기차가 한쪽 구석으로 빠져서 아예 운행할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내 일행 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RER C선 플랫폼 강도질
뭔가 싶어 내렸더니, 기차가 Victor 역 플랫폼에서 한쪽으로 빠져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한 남성이 "Come Here!"(일로와라)이라 하길래 역무원인줄 알고.. 대충 미안하다며 플랫폼방향으로 막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Get on the first train"(첫번째칸에 타라) 이라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 싶어 지나가다 첫번째 칸을 보니, 첫번째 칸 안에 5-6명의 승객이 갇혀있었고 그의 동료 몇명이 있었다.
그제서야 그 친구들이 인질 마냥 어린 여자아이들을 한명씩 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선 플랫폼 가까이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그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당연히 폐쇄된 곳보단 오픈된 곳이 대응하기 좋을 것이므로)
근데 생각보다 플랫폼과의 거리가 꽤 멀어 동료에게 신호를 주고 전력으로 뛰었는데, 무서운 표정으로(이 친구도 당황한듯) 쫒아오던 강도는 이내 첫번재칸으로 돌아갔다.
바라하리 같이 생긴 얼굴로 전형적인 유럽사람들의 얼굴과는 달랐다.
바다하리
X같은 협조
기차에서 70m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플랫폼에 올라 멀뚱멀뚱 서있는 알바생?에게 첫번째칸에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했다.
그런데 되려 "저쪽은 꽤 위험하니 가까이가지 않는 것이 좋을거다"라 하는게 아닌가. 마치 망보고 있는 한패마냥.
이게 뭔 X같은 경운가 싶어 인근 병원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은 "리셉션에 문의해달라(내 소관이 아니다)", 리셉션은 영어를 못알아들어 "Emergency"로 가라...
짱나서 건물 밖 시민들에게 경찰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으나, 영어를 잘 모르는 중년의 부부들은
친절하게도 역은 여기서 가깝다는 안내만 해준다.(우리가 거기서 왔건만..)
이 날의 경험이 내가 파리에서 받은 가장 강렬한 인상이 되어버렸다.
잡혀있는 다른 승객들엔 미안하고 구차했지만 우리도 더이상 관광을 망칠 순 없다는 생각에, 그냥 베르사유로 바로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좀 전 역으로 돌아가 RER C선을 다시 타려는데,
다른 흑인 아이로 바뀐 알바생(?)이 이쪽 구간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알려준다.(대체 뭔가.. 관광책자에선 이렇게 가면 된다고 보고 왔건만)
다른 파리 시민들도 우리와 똑같이 영문도 모르고 우회하는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을 거라 추측해본다. (갑자기 노선이 변경되었다거나)
아무튼 할 수 없이 우린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베르사유 궁까지 가야만 했다.
진짜 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