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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운봉 - 노치마을 - 주천면)
(2009-10-07 05:20:58 sfm홈피)
-(((( 참 좋은 길 ))))-
"참"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진짜, 에나 등등..
거짓없는 진실의 의미인가?
참나무, 참취, 참옻, 참당귀, 참다래등의 식물 이름에서의 참은 아류와 구별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참살이, 참삶은 행복하고 소박하고, 보람찬 살이를 말함이리라.
참 좋은 가게, 참 좋은 여행, 참 좋은 사람, 참 좋은 나라, 참 좋은 선생님, 참 좋은 밥,
참 좋은 우리동네, 참 좋은 내낭군, 참 좋은 나무, 참 좋은 음식, 참 좋은 생각, 참 좋은 인연, 참 좋은 인생, 참 좋은 길...
근년들어 나는 "참 좋은"이란 말이 참 좋다.
물론, '참 안됐다, 참 너무했다, 참 고약하다, 참 못됐다' 등의 부정적인 접두어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참 좋은"이란 말 하나만 해도 가리고도 남는다.
'참'에서 느끼는 말의 향기는 천리 먼길을 가고도 남을 만큼 여운이 진하다.
여기다가 '좋은'은 그야말로 '얼씨구절씨구"다.
"참+좋은"은 아무리 유능한 언어학자라해도 더 이상의 나은 말을 만들 수가 없을 듯하다.
그래, 오늘도 참 좋은 길을 간다.
추석 전전전 날, 수요일이다.
단대목이라 거리가 분빌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여느때와 다름 없다.
다만 주천에 도착했을때 파출소는 잠궈 놓고, 소장님과 김경사가 농협앞에서 보초서고 있는 것만 빼고는...
방천길을, 생명길을 자유길을 걸어갑니다.
오늘 걷는 길은 운봉 - 주천구간이다.
차는 운봉양묘장 한켠에 세워 두고 푯말이 가르키는대로 방천길로 접어든다.
14km 남짓한 구간 길 걸음의 시작이다.
방천길에서는 멀리 마을 숲이 하나 보인다.
얼마지 않아 소나무 소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에 민박집이 있다.
목기장 노인 부부가 하시는 민박집이다.
식사도 가능하단다.
할머니의 손맛이 어지간하여, 밥맛이 아주 좋단다.
다음에 구간 이음길을 마치고 전 구간 걸음길에는 먹기도 자기도 해보고 싶다.
주위 소나무공원이며 너른 들녘, 옆에는 지금 걸은 방천뚝 개울이 흘러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다
소나무 소공원.
여기서 길손은 가끔씩 비박도 한단다.
젊다면야 뭘 못하랴...
소공원 옆의 민박집... 운봉쪽이다.
주인장 노부부가 예약하면 밥도 해 준단다.
돼지두루치기도, 백숙도..
영감님은 목기장이라 목기구경도 덤으로...
다리를 건너면 행정리다.
마을정자가 이채롭다.
무릇 동네 정자는 여름철 한 철용인 것으로 알아왔는데 여기 정자는 사계절용으로 만들었다.
정자 여덟귀 마다 유리문을 해 달았다.
처음 대하는 모습이라 신기하다.
이 곳 마을을 지나나 싶은데 마을을 지나지 않고, 걸어온 방천길 건너 뚝방길을 다시 걷는다.
그랬다.
멀리 보았던 마을숲을 보고 가라는 것이다.
푯말은 서어나무숲으로 길손을 데려다 준다.
3-400여평 규모의 작은 숲이나 숲를 이루고 있는 서어나무의 연륜이 큰 모습으로 묻어 난다.
숲속길을 따라 농로길을 간다.
다시 되돌아 본 숲은 가지끝 가지런하여 우듬지가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참 좋은 숲이다.
서어나무의 연륜.
되돌아 본 서어나무 숲.
농로길을 지나 방천(뚝방)길,
마을길 지나기를 거듭한후 숲길로 접어든다.
짧은 소나무 숲길이다.
들머리는 吳, 金氏의 묘원이다.
사유지인 묘원옆으로 길을 내어준 吳金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묘원을 지나면 솔밭길이다.
역시 길은 숲길이 좋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흙의 촉감이 고슬하여 참 좋다.
거기다가 솔향과 풀향으로 귀가 춤을 춘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향기는 귀로 듣고, 냄새는 코로 맡으라"고.
오씨 묘역..
소나무 숲길
노치마을에 도착한다.
전부터 대간이 지나간 마을인지라 가게도 있다.
여기가 오늘 일정의 반지점이다.
길손은 한참을 쉬어 간다.
노치마을의 들녘은 꽤나 너르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느낀게 山村과 野村의 대비이다.
너른 들에서 사는 민초들은 알곡 생산이 그나마 나은지라 산에서 사는 민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들에서는 이삭이라도 주워 연명이라도 하지만, 산에선 이것 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먹을게 없어 굶주리던 시절에는 어떠했겠는가?
배고파 우는 내 아이 눈에 나는 눈물은 부모 가슴에 피눈물이 되어 흘러 내렸으리라...
그래선지 들녘 사람들은 낯선이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주나, 산녘 사람들은 아직도 그리 못하는 것 같다.
오직 산에만 기대사는 인생산데 산에 나는 내 목숨같은 소중한 삶을 낯선이가 행여 손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아 있슴이리라.
가게집에 여장을 풀어 제낀다.
옆에 바로 <ㅡ 여원재, 정령치 ㅡ> 라고 가르키는 대간 푯말이 서 있다.
푯말을 보니 대간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우쭐한 마음이 든다.
몽아 꿈속이가?
꿈 깨라....
노치샘도 거기에 있다.
이리 가면 섬진이요, 저리 가면 남강이라.
물론 남강은 낙동이다.
남강을 지나 낙동에 이른단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한 갈래 뿐이다.
허 - 허 - 허 - ...
할머니한테 라면을 시켜놓고, 맥주 몇 잔을 한다.
안주삼아 먹는 다래가 달다.
마당에 앉아 있는 널따란 바위가 앉을자리 겸 식탁이다.
물과 라면만으로 끓인 참라면이 참 맛좋다.
라면도 2000원, 쎤한 맥주도 2000원이다.
노치마을이 보인다.
운봉 - 주천구간은 여기가 중간지점이다.
노치마을 입구의 돌탑..
백두대간 길의 흔적임을 보여주는 걸개 같은 벽화.
가게집과 돌팍바위...
위에 다래나무가...
대간길 안내 푯말.
이리 가면 남강이요, 저리 가면 섬진강인디...
여기가 노치샘이라 안그라요.
가게집의 할머니 부뚜막과 가마솥.
할머니께 인사하고 길을 나선다.
동네길을 지나고 뚝방길도 지나면서 참 좋은 솔나무를 여럿 본다.
"독야청청"이다.
오랜 세월을 가슴에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꼭 그러하다.
돌다리에 발을 얹는다.
인제 참 좋은 숲길로 가는 것이다.
노치마을 끝어귀쯤의 초가집...
참 한가롭고 평화스럽지요?
그건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시지요...
요리 가시요~~잉...
돌다리도 건너고..
숲길에 들어서니 참 좋습니다.
숲길에 들어섭니다.
나무도 풀도 길손을 반기는 듯 싶습니다.
이렇다지요.
식물(나무)도 好不好가 분명하며, 눈으로 보기도 하고, 가슴으로 울기도 한다지요?
지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가서면 춤까지 춘다지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서려하나 아직은 내공부족인가 봅니다.
이 숲길은 오늘 구간의 백미입니다.
오르막도 있어 숨길이 힘도 드나, 숲에서 듣는 향기는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듬뿍 전해져 가뿐하기 그지 없습니다.
숲길 걸음은 자유입니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아도, 누구의 간섭도, 빨리 가려는 욕심조차도 없습니다.
그저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 것이지요.
그래요.
숲길 걸음은 정해진 시간이나, 계획이 있다면 맛이 덜할 것 같아요.
자유를 만끽하며 걷는 걸음중에 생명이 요동칠 것 같아요.
숲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사람인가요, 아니면 짐승인가요?
아니지요.
숲의 주인은 숲이지요.
숲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개체가 주인이지요.
바위에서부터 풀 한포기, 흙 한줌까지가 모두 주인이지요.
오직 사람만이 주인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주인될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은 끼워 줄테지요.
그러기에 주인 아닌 사람이 숲에 들때는 겸손한 마음으로 주인께 허락받고 들어야 된다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객이 주인인양 행세하는 꼴이랍니다.
빌어 쓰는 처지에 남용까지 막 해대니 차마 보기조차도 민망한 꼴불견들입니다.
꼭 바로 잡아야 할 숲의 예절이지요.
참 좋은 숲길을 한참이나 걷습니다.
마지막엔 깔딱고개도 하나 나옵니다.
그저 먹을려고 했나 싶었는데... 맛 좀보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어디 세상에 공것이 있남요.
멀리 누런 주천 들녘이 보입니다.
여기 들판도 꽤나 넓네요.
비부정을 지나 오늘 종착역 주천면에 도착합니다.
둘레길로 인해서 생긴 밥집인지는 몰라도 꽤나 큰 식당이 세개나 보입니다.
냉면집도 있어요.
소장님과 경사님은 여기 밥맛이 아주 좋다네요.
다음번엔 꼭 한번 들러야지요.
시간을 절약하려다 보니 택시를 탑니다.
구룡계곡을 지나 정령치 바로 아래에서 운봉분지로 향하니 금방입니다.
확실히 알았습니다.
왜 운봉이 분지인지, 왜 고도가 500m나 되는지를...
모르시는 분은 주천에서 운봉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보시면 알게 됩니다.
한쪽자락이 불탄 흔적이 남아 있는 솔나무..
모진 생명을 이어가는 솔이 경외스럽다.
계속 이어지는 참 좋은 숲길.
사무락다무락도, 개미정지도 도통 의미를 모르겠다.
검색해 봐야지.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사무락다무락은 '사망(事望)다무락'이 운율에 맞춰 변천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무락은 事望의 운봉지역를 의 사투리라 하며
다무락은 담벼락 혹은 돌무더기를 가리키는 역시 사투리이다.
우리는 담부랑이라고 하는데...
즉, 일이 잘풀리기를 기원하는 돌무더기라는 뜻 일 것이다.
사무락다무락은 사망(事望)다무락(담벼락의 남원말)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고 액을 막아 화를 없에고자 지날 때 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함.
개미정지는 힘든 고갯길에서 장꾼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인 듯...
개미도 정지, 쉬어가는 곳???
도로변의 둘레길 표시 화살표.
빨은 전라에서 경상도로, 검은 그 반대...
솟보거리주막..
길손이 먹고, 마시고, 자고, ( )도 치는 곳이란다.
팔순의 동네할머니.
눈썹이 짙어 "할매 화장했네"하는 말에 안했다고 하신다..
오늘 종착역이요.
여기 밥이 맛있다 쿠네요...
파출소는 비워 둔채 근무이탈한 소장님과 김경사님.
졸들은 어데가고... 여기 밥맛과 전라도 음식자랑이 대단하다.
운봉에서 주천구간은 14.3km정도입니다.
운봉에서 시작은 운봉읍 양묘장 방천(뚝방)길에서 시작합니다.
주천에서 시작은 농협옆 파출소에서 시작합니다.
운봉 출발은 5시간정도 걸리나, 주천출발은 6시간정도 걸립니다.
이유는 걸어 보시면 압니다.
이 구간에는 밥집은 없습니다. 목기장 민박집은 바로 운봉이구요, 다만 노치마을 가게집에서 할매가 기분 좋으면 라면을 끓여주십니다. 물론 한 개는 안되겠죠. 막걸리는 가끔 있고, 쎤한 맥주는 있습니다. 노치마을 가게집이 이 구간의 절반 지점입니다. |
2009-10-09 06:17:30 |
아직도 꿈속입니다.
깨지않는 꿈이면 좋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 지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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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산(자연)에 들때는 늘 겸손하며 그 일부라도 될 수만 있다면 참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참 좋은 냄새가 이 글에서 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풋풋한 글이다.
..
...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울리는
'참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