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오묘한 섭리를 깨우쳐 주는 숭고한 행위」.
호스피스란 말기환자가 죽음을 편안히 맞도록 도와주고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총체적인 돌봄을 말한다. 통증완화 등 신체적 간호 뿐 아니라 지난 삶에서 겪은 갈등을 상담 등으로 풀어주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호스피스 활동은 종교와 철학을 초월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말기 암 환자에게 종교적인 봉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호스피스 기관들은 종교계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내 호스피스 활동은 1965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강릉 갈바리의원(14개 병상)을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한국 내 호스피스 기관은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40곳과 기타 사회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20곳 등이 있다.
호스피스 활동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강남성모병원은 지난 84년 의사, 간호사, 봉사자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을 설립했다. 또 작년 7월에는 호스피스병동을 호스피스센터로 독립시키고 호스피스 완화의학 전문의를 영입하는 등 체계적인 호스피스 활동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울러 자원봉사자 교육, 본당 호스피스팀 교육 등 일반인들을 위한 강좌도 개최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회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기관으로는 성모, 성빈센트, 성모자애, 대전 성모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과 전진상 의원, 모현 호스피스, 성모 꽃마을 등이 있다.
선두주자는 강남성모병원
하지만 교회를 통한 호스피스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의 삶의 권리에 대한 무관심, 호스피스 의료보험 수가 개발 부족, 제도적 장치 부족 등은 호스피스 기관들의 운영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의료?종교계에서 말기 암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 어려움을 방치해서는 안되며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줄곧 주장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8월 7일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이라고 밝힌 「호스피스 제도 법제화 방안」은 호스피스 활동의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전문 의료인 양성과 시설 확충 등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호스피스 제도가 정착돼 무리한 연명의술 대신 편안한 임종환경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한국에서도 환자중심의 의료복지, 질병중심이 아닌 인간 자체를 중요시하는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법제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면 호스피스 기관들의 활동은 보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며 환자를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하게 된다.
교회는 누구보다 먼저 호스피스 활동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성직자,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제도적 지원이 없는 열악한 현실에서도 호스피스 활동을 해 왔으며 이제 그 기틀이 잡혀가는 상황이다.
호스피스 제도 법제화와 관련,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호스피스 제도는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의료인 외에 자원봉사자 등 국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록 2004년도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하지만 법제화의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는 그간 호스피스 활동을 이끌어 온 교회 내 기관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 호스피스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