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범어사와 팔공산 동화사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각각 부산과 대구를 대표하는 진산과 대찰이어서 부산과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명당 골짝에는 불교의 기운이 스며 있어 금정산에는 주봉인 고당봉과 범어사 주변에 금강암 대성암 원효암 자장암 내원암 미륵암 등이 숨어 있고 팔공산에는 동화사에서 동봉으로 이어지는 골짜기 안에 부도암 내원암 양진암 염불암 등이 위치해 있다. 팔공산은 특히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봉과 서봉이 솟아 있어, 이 세 봉우리는 세 부처의 형상에 비유해 삼존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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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동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처럼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등 꽤 험하지만 전망이 좋아 팔공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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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 또한 빼어나다. 전체적으로 육산이면서 일부 능선이 바위로 이뤄져 스릴 넘치면서도 빼어난 조망을 제공한다.
두 산에서 느끼는 장쾌함은 지리나 덕유 못지 않다는 것이 지역 산꾼들의 자랑이다.
그러면서 두 산은 서로를 부러워한다.
팔공산은 총 길이가 17.337㎞로 국내 최장인 금정산성과 산행 중 낙동강과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금정산은 관봉 정상에 위치한 기도 효험이 영험한 갓바위 부처의 존재를 높이 산다.
종주 산행지로 많이 애용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금정산은 북쪽의 양산 다방에서 남쪽의 백양산 끝자락에 이르기까지 주능선이 20㎞ 정도 남북으로 내달리는 반면 팔공산은 동쪽 갓바위에서 서쪽 가산산성까지 도상길이만 무려 25㎞나 뻗어 있다.
거의 지리산 종주와 맞먹어 산꾼들은 대개 1박 2일을 잡는다.
산행은 동화사 매표소~주차장~관광안내 부스~부도암~양진암 갈림길~양진암~양진암 갈림길~염불암~철탑사거리~기암군~동봉~신령재~폐 건물~약수암~통일약사여래대불~동화사~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지만 곳곳에 터를 잡고 있는 산내 암자나 빼어난 경관에 넋을 놓고 있노라면 이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차장에서 관광안내 부스가 보이는 왼쪽 포장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동화사는 반대편인 우측에 위치해 있어 하산길의 몫으로 남겨두자.
5분 뒤 비구니 수행도량인 부도암을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은 염불암(동봉 등산로),
오른쪽은 양진암 방향이다. 잠시 정리를 하면 이렇다.
왼쪽 길은 포장로를 1.5㎞나 걸은 뒤 염불암을 거쳐 본격 등산로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600m 뒤 양진암을 본 후 이어지는 산길로 염불암~동봉 순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중간에 변수가 하나 있다. 100m쯤 뒤 왼쪽에 열린 산길이 바로 그것. 양진암 가는 길임을 감지하고 올른다.
전신주가 서 있는 정점 갈림길에서 오른쪽, 이어 만나는 사거리에서도 철책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이면 경내에 선다. 역시 비구니 수행도량인 양진암의 육화전 뒤로 염불봉과 암벽훈련장인 병풍암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암자를 나와 우측 계곡을 건너왔던 사거리로 다시 올라와 이번엔 우측 철망을 따라 오른다.
참고 하나. 왔던 길을 반복해 걷기 싫다면 산행 초입 포장로를 따라 600m를 걸어 양진암을 둘러본 후 바로 사거리로 오르면 된다.
금정산 산행길마냥 폭이 넓고 소나무 뿌리가 애처롭게 드러나 있다.
왼쪽으로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인다.
4분 뒤 한 굽이 올라 전신주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열린 샛길로 향한다.
산죽길에 이어 갈림길. 우측으로 25m 뒤 갈림길에선 좌로, 이내 갈림길에선 우측 오름길을 택한다.
다시 갈림길에서 직진, 산허리를 감아 돌면 또 갈림길. 우측 소나무 사이로 20m쯤 가면 또 갈림길. 왼쪽 급내리막길로 내려서 쓰러진 나무를 통과, 물 마른 계곡을 건너면 다시 산허리길로 자연스레 한 굽이 오르면 갈림길. 좌측 아래 초록빛 지붕 건물은 옛 팔공산장, 우측으로 올라선다.
까마귀 울음 대신 목탁소리가 저 멀리 들려올 것이다.
전신주를 지나자마자 운치있는 홍송을 보며 왼쪽 샛길로 돌면 비로소 염불암에 닿는다.
양진암 갈림길에서 35분 걸리는 미로와 같은 이 옛길이 부담스럽다면 포장로를 이용, 바로 염불암으로 와도 된다.
법당인 극락전 앞마당엔 탑신은 없고 옥개석만 포개져 있는 청석탑이 훼손을 우려한 듯 유리관 속에 모셔져 있고, 뒷마당엔 옛날 염불소리가 들렸다는 거대한 화강암 양면에 마애불좌상과 보살좌상이 새겨져 있다. 암자를 포근히 감싸면서도 앞이 훤히 트인 산세 또한 일품이다.
이제 동봉(1.5㎞)으로 향한다. 절 입구 계단 옆에 '동봉 정상'에 이어 만나는 '팔공산 동봉 약사여래입상'이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간다. 이때부터 기존의 등산로라 길 찾기는 전혀 문제없다.
돌길과 돌계단이 이어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내려선 후 물 마른 계곡을 건너 7분쯤 오르면 사거리. 직진하면 수태골(2.7㎞), 왼쪽 케이블카(1.4㎞), 오른쪽 동봉 방향.
동봉 가는 길은 두 가지. 일반 등산로인 좌측은 돌계단의 연속으로 쉬운 반면 전망이 좋지 못하고 우측 길은 밧줄에 의지 하는 등 꽤 험하지만 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험로 또한 두 갈래로 밧줄을 잡고 날등을 오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험한 길도 있다.
개구멍도 통과한다.여하튼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중요한 건 힘든 만큼 반대 급부로 빼어난 절경을 시야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구간의 기암괴석은 금정산이 전가의 보도처럼 자랑하는 표현인 '천구만별(千龜萬鼈)'을 차용해도 될 법하다.
마침내 동봉(1167m). 사거리에서 대략 30분.
우측으로 웅장한 서봉 및 파계봉과 신라 때 오악 중 하나인 중악(中岳)으로 나라의 태평성대를 비는 천신제가 열렸지만 지금은 군부대가 주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 돼 버린 주봉인 비로봉이 손에 잡힌다.
하산은 우측 신령재(2.7㎞) 방향. 얼핏 평범하게 내달리는 능선길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다.
곳곳에 '위험 절벽주의'라 적힌 팻말이 눈에 띄는 데다 밧줄이 걸려 있는 바위 내지 암릉길도 있고, 때론 암봉을 우회하기도 한다.
참고 하나. 능선길에는 자연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세운 '정상 등산로 ○'라고 적힌 팻말이 30~100m 간격으로 서 있다. 동봉은 98번이며 1번은 갓바위 부근이다.
이 능선은 기암괴석이나 암릉을 이룰 땐 그 아래로 등로가 내달린다.
이 때문에 염불암에서 본 염불봉이나 병풍바위를 놓치기 일쑤다.
이를 알리는 이정표가 없기 때문이다. 염불봉은 '정상등산로' 84번이며 병풍바위는 80번 부근이다.
간혹 시야가 트이는 능선에선 양진암이나 동화사 통일대불을 확인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기서 6.5㎞ 정도 계속 직진하면 갓바위에 닿지만 당일치기로는 무리이다.
급경사길이 10분 정도 이어지지만 옛길처럼 지그재그로 돼 있어 큰 부담은 없다.
25분 뒤 계류를 건너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지나면 갈림길. 옛 산장건물 쪽으로 내려선 후 다리를 건너 건물 앞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향한다.
4분 뒤 약수암과 동화사 샘터를 잇따라 지나면 사실상 산행이 끝나며 도로와 만난다.
직진해 높이 33m의 통일약사대불을 둘러본 후 다시 나와 동화사 구경을 마치고 관광해설사 부스를 우회하면 이내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천년도량 동화사…왕건 전설 품은 파군재
경북도는 지난 1980년 팔공산과 서쪽 가산 일원을 합쳐 도립공원으로 지정했으나 이듬해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관리권을 분리해 대구 지역(파계재 기준 동쪽)은 자연공원으로, 경북 지역은 도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전체 면적은 대구시 자연공원 지역 31㎢와 경북 도립공원 지역(경산 영천 군위 칠곡 등 4개 시군) 91㎢을 합쳐 122㎢로 웬만한 국립공원을 능가한다. 참고로 월출산은 56㎢, 금정산은 23㎢이다.
신라 천년고찰 동화사는 원래 유가사였는데 흥덕왕 7년(832년) 심지대사가 중창할 때 겨울인데도 오동나무가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하여 동화사(桐華寺)로 불리게 됐다.
동화사에서 맨 먼저 만나는 전각은 봉서루(鳳棲樓). 풍수지리상으로 동화사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대웅전이 봉황의 머리이며 봉서루가 꼬리, 봉서루 앞 커다란 바위 위 세 개의 둥근 돌이 봉황의 알을 의미한다. 오래전 바위 아래 있던 둥근 세 개의 자연석이 분실된 이후 새롭게 마련해 올려 두었다고 한다.
주차장 인근의 비로암에는 두 점의 보물이 있다. 잠시 들러보자. 비로자나불과 삼층석탑. 특히 이끼 낀 고색창연한 3.71m의 삼층석탑은 학자들 사이에서 미적 측면에서 최고로 친다.
또 한 가지.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고 동화사로 오다 파계사로 갈라지는 지점에 '파군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유래는 이렇다. 후삼국 시절인 927년 고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은 이곳 팔공산 지역에서 맞서 싸우다 왕건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옷을 바꿔 입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 싸움이 공산전투이며, 파군(罷軍)재는 왕건군이 견훤군에게 패배한 곳이다. 신숭겸 장군의 유적지인 표충단도 근처에 있다. 또한 이 전투에서 그의 충복 8명이 전사하자 왕건이 그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팔공산이라 명명했다는 설도 있다.
# 교통편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 대전 방향~도동분기점서 팔공산 대구공항~팔공산IC~팔공산 지묘등 우회전~파군재 삼거리서 직진~공산터널~동화사 방짜유기박물관 좌회전~팔공산 케이블카 좌회전~동화사 주차장 순. 문의 팔공산 자연공원 관리사무소 (053)982-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