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택시노동자들이 20일 하루 전면적인 파업을 실시했다.
이들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노사 양측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오후 시청 서울광장 집회에서 정부에 △LPG 최고가격제 시행 △택시연료 다양화 및 요금 현실화 △택시 공급과잉 해결책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인파는 최대 3만 여 명(주최측 추산)에 달했다.
이들은 정유회사 규제를 통한 LPG 가격 인하, 버스와 화물에 적용하는 디젤·CNG 세금 혜택을 택시에도 적용, 유휴 택시 5만여 대에 대한 단계적 감소를 해나가는 데 정부 보조금 지급 등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생계수단인 택시 드라이브를 중단하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은 3년 전 택시비 500원 인상 이후 연료비의 상승과 경기불황에 따른 승객 감소로 극심한 생계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하루 10여 만 원을 입금(사납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20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택시파업 결의대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집회 참석자 가운데 1988년부터 택시운전을 했다는 최수길(78)씨는 “이제 ‘따블’ 외치는 승객은 거의 없다”며 “우리는 요금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LPG 가격만이라도 잡아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야간에 나오면 한 시간에 6000~7000원조차 못 벌 때도 있다”며 “기사식당을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월 기준 26일 출근해 하루에 10~11시간 일하고 받는 실수령액은 90여만 원이라고 말했다.
주간에 10만 원, 야간에 11만4000원을 입금한다는 최씨는 자신이 직접 LPG를 구입해 영업하지만 LPG 가격이 올라 운행해도 남는 것이 1~2만 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최근 2~3년 전부터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월급에서 공제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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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에서 43년째 운전해오고 있다는 한 택시기사의 얼굴이 어둡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택시운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최씨는 “먹고 살 게 없어 택시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택시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변변찮은 퇴직금 털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식당 아니면 택시 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날 집회 현장을 찾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 수십여 명은 “약속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반복해가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단상에 올라 발언하려 할때,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물병 등을 던졌고 많은 택시기사들은 야유를 보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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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택시면허를 취득해 택시운전을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 온 김문수 지사는 “택시를 몰아보니 도저히 입금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주무부처에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는 LPG 부담 줄이고, 감차에 따른 보상금을 내년 예산에 편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급여를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 또한 현장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택시노동자들은 “정치인들은 못 믿어”,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쏟아내면서 일부 물병 같은 것을 던지기도 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로 한 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과 함께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얄팍한 ‘표밭갈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최수길씨는 “가족까지 다 하면 100만 명이라고 하니 찾아온 것 아니냐”며 “정치인은 우리를 속이지만 그래도 이런 걸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일대를 운행한다는 김아무개씨는 “뉴스에서는 파업해도 별 일 없을 것이라던데 10월, 12월에 또 파업하면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 보자”며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돼야 하는 이유는 이미 ‘대중교통’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씨는 “노선은 없지만 영업구역이 있고, 정류장은 많이 없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 택시인데 왜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택시의 경우 버스와 대등하게 45% ‘공로분양 수송 분담률’(공공도로에서 승객 이동시키는 정도)을 담당하고 있다”며 대중교통 수단에 택시를 포함시킬 것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주최 측은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을시 10월과 12월 재차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