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호에게
내일도 창밖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릴까?
미명이라니요? 얼굴 붉히지 마시고 차분하게 마음 가다듬고
언어 순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명이란 ‘허울 좋다’ ‘그럴듯하다’란 말이잖아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서 듣기 거북하군요.
또한 서로가 의견을 제시하는데 왜 그것에 대해 반박을 하고 비판하시는지요?
남이 말을 하면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여기면 그만인 것을요. 왜 내 생각의 잣대를 남에게 대시는지요?
내가 님에게 “너는 편견적 우월의식이 강하구나” 하면 기분 좋으실까요?
또 불의의 냄새가 난다고 하셨나요? 정의는 뭐고 불의는 무엇인지요?
“정의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이 둘을 포함한 중립적인 개념”이라고
백과사전에 명기돼 있더군요.
정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법은 누군가에겐 악법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우린 지금까지 많이 봐왔잖아요?
‘평화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정의가 바로서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만
이런 유토피아적 세상의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양의 justice는 사법적 판결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동양의 義는 도덕적 당위성이 첨가된 개념이어서 살짝 다르니까요.
의견을 주고받거나 내 주장을 피력하는 거야 상관없는 일이겠으나
친구 사이에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는걸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카톡 보고 살짝 기분 언짢았으나 그냥 지나치려 했지요.
헌데 작은 앙금 같은 것이 가시지 않아 용기 내여 이 글을 씁니다.
내 이야기가 혹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얼굴 찡그리게 했다면
진심 사과드립니다.
또한 단톡방에서 나가겠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유 속에 내 행위도
포함돼 있으므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왈가왈부 내주장 하지 않겠습니다.
내겐 고준담론보다 내일 햇빛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하니까요.
모두 모두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소서.
박동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