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사무실 10년째인데
지하철 가는 첩경을 이제 알았으니
어지간이 무딘 늘보다.
이 길을 놓치고
많은 시간을 버리며
살아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걸어가며, 생각하며
반성도 하고, 용서도 하고
내 삶의 작은 조명등이 되고 싶었다.
종로는 제2의 고향이다.
초등학교를 여기서 다녔고
민족의 비극 6.25 동란도
여기서 만났다.
아버지의 직장이 종로였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이곳에서 먼길 떠나셨다.
피란길에서 돌아와
종로에서 서식하며
대학도 종로에서 다니고
옛날 자두골이 그리워
종로 세검정에서 살았다.
종로에는 비원도, 종묘도, 경회루, 옛 창경원,
권력의 상징 청와대도 있다.
광화문 네거리에는 거룩하신 세종대왕께서
아직도 못난 백성을 지켜주신다.
종로의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문화의 거리 인사동이다.
그림이 있고, 시가 있고, 고전이 흐르고
골목마다 생막걸리에 모듬전, 순두부, 삼합과
장안의 으뜸 떡집거리며
전통한식당 宣川, 泗川이 품격을 이어 온다.
"줄 없는 거문고" "제비가 물고 온 박씨"
"오 자네 왔는가" "풍류사랑"도 있고,
천상병 시인의 주막집 "歸天"도 보인다.
쌈지 길은 종합선물 전시장이다. 없는 게 없고
꿈도 있고, 미래도, 희망도 있다.
낮 12시가 되면 운현궁 옆 천사들이 다니는
경운학교에서 쇼팽의 "즐거운 농부"가
경쾌하게 퍼져 온다.
종로는 내가 더욱 더 사랑할 꿈의 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