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택(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강원도는 흔희들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으로 지역을 분할하여 비교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커피교육문화를 예로 든다면 현재로는 원주와 강릉이 춘천보다 다소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원주는 대학에 커피전문가과정이 활성화 되어 있고 또 그 여세를 몰아 지난 해에 같은 대학에 관광조리음료과가 신설되어 커피에 뜻을 둔 학생들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난 98년부터 제과제빵과정이 대학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되어 그 동안 639명의 수료생이 배출되어 베이커리 카페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강릉은 원주와는 커피에 접근하는 패턴이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원주가 대학이라는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가가 배출되어 커피문화가 형성되어 간다면 강릉은 이미 커피에 뜻을 둔 분들이 그 지역의 커피 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면이 그렇습니다. 보헤미안과 테라로사가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테라로사는 창립자인 젊은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 돋보이는 곳입니다. 관동대학을 지나서 좀 떨어진 곳에 학산이라는 시골 마을에 테라로사 커피 공장이 있습니다. 커피공장이라고 하면 무언가 머리에 개념이 잘 정리되지 않는 분이 많으리라 믿습니다만 커피콩을 볶는 곳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지요. 공장이라고 하면 딱딱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쉬운데 그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밤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예전에 허브 밭이었다는게 사장님의 설명입니다.
그 곳에 목조 건물이 한 채 있고 또 그 옆에는 잘 생긴 강아지도 한 마리 있습니다. 천장이 높은 공장안에서 대형 커피 콩 배전기(Roasting machine)가 커피 향기를 뿜어내고 있고 또 그 한쪽에는 소박하게 만든 커피 바가 있어서 에스프레소 커피와 핸드 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상당히 넓은 공장안에는 전 세계 여러나라의 커피 생산지에서 수입된 생두가 마대와 나무 상자에 포장된 채 수북히 쌓여있고 또 한쪽 벽에는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수집한 커피 기구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박물관 구실을 해 주고 있습니다. 테라로사 커피 공장은 가공한 원두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커피에 관심을 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또 그 분들을 위하여 교육장 구실도 하고 있습니다.
테라로사의 가장 큰 자랑은 그 공장안에서 일년에 두,세 번 정도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째즈, 첼로 연주 등 생각지도 못하는 다양한 음악 장르가 거기서 연주되고 있습니다. 커피콩을 쌓은 자루위에 걸터 앉아있는 사람,와인 잔을 기우리는 사람, 에스프레소 커피를 음미하면서 빽빽하게 들어 선 사람들의 숲 속에서 청중들은 열기를 뿜어내고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쌓여있는 수마트라 만델링,케냐,과테말라, 하와이 코나,콜롬비아 커피가 그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가장 맛있는 상태로 생두가 숙성되어 가는 그 곳이 '테라로사'입니다.
테라로사(Terarosa)는 어원이 포루투갈어로서 '커피가 잘 자라는 보라 빛 땅'이라는 뜻이라는군요. 그 말 그대로 그 곳은 커피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강릉 시내 문화의 거리(임당동)에 있는 카페 '테라로사'에 다녀 왔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아의 카페에는 커피와 와인,그리고 치즈와 케이크가 판매되고 있었고 거기에 20대의 젊은 남녀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테라로사의 커피문화가 이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강릉에 가면 '테라로사'를 한 번 들리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원주로 돌아오는 길이 훨씬 더 행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
(2006년 8월호,예술이 흐르는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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