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과 한자/한문 교육은 별개의 것
2014.10.12 이원영(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한자병기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가령 제가 잘 읽는 영문학자 김우창선생님 글이 있는데, 그 가운데 '심미적 이성' 이란 제목의 글을 보면 審美를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확인차 읽어봐도 審美를 뜻하는 심미인지, 아니면 다른 뜻일 수도 있는 心美 혹은 深美인지 아리송하더군요.. 이럴 때는 본문 어딘가에 괄호해서 심미(審美)라고 해주는게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전용과는 별개로 한자/한문교육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자 자체가 우리민족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한족의 생활풍습보다 우리민족의 풍습을 따라 만들어진 글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옛부터 한족의 주식은 밀/보리(麵/麥)이고 우리는 쌀(米)입니다. 어느 쪽이 간단합니까? 숟가락(匕)은 한족/왜족 모두 쓰지 않고 우리만 사용합니다. 그 숟가락을 사용하면 자란다고 해서 바뀔 화(化)라고 쓰고, 갖고 다니면서 크기를 견주면 비(比)가 됩니다.
그 쌀(米)을 먹고 기운을 낸다고 해서 氣라고 씁니다. 쌀을 잘 씻으면 깨끗할 정(精)이 됩니다. 쌀을 길러내는 벼(禾)도 형태가 간단합니다. 사람(口)마다 벼가 있으면 평화로울 和가 되지요. 밀짚이나 보리짚에는 벼禾라고 하지 않고 麥杆이라 두글자로 나타냅니다. 우리 민족은 가을은 볏짚에 있는 메뚜기를 구워먹는 단백질 섭취의 기회라 해서 禾+蟲+火를 줄여서 秋라고 한 것이고요. 볏짚으로 낟가리 積을 쌓거나, 벼 수확하면 이롭다고 利라고 씁니다.
한자는 예전에는 문자혹은 진서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는데, 분서갱유이후 한나라때 옛문헌을 복원했다고 해서 한자(漢字)라고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중국한족은 내륙에서부터 진출했기 때문에 해안풍습은 잘 모릅니다. 조개貝는 해안을 많이 보유한 민족의 중요한 단백질 원이었고, 희귀한 종류의 조개들이 많아서 그 일부가 화폐대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재산을 뜻하는 財는 조개를 캐는 재주가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콩(豆)은 한반도와 만주가 원산지로서 전세계에 전파되었습니다. 머리 頭는 콩과 조개를 형상화한 겁니다.
옥편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貝와 豆를 부수로 하는 글자가 부지기수지요..
또 한 가지, 한자어를 우리는 철저하게 일자일음(一字一音)으로 발음합니다. 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는 그렇지 않지요. 한자 하나를 여러 음절로 발음하는 게 많습니다. 한글과 한자는 쌍으로 음과 뜻을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할만 합니다.
결론은 한자도 우리문자라는 겁니다.
한자/한문교육은 실용적으로도 조어(造語)를 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고,
조어능력의 향상은 사고능력의 향상에 절대적으로 기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