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기타를 사랑합니다. 기타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악기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타와 기타를 연주한 모든 훌륭한 뮤지션들이 내 인생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내가 기타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을 시작한지는 25년이 넘었습니다. 수천명의 기타리스트들과 일을 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그들 악기의 장점과 단점을 물었습니다. 그러한 의견들이 Parker Fly와 그 이후의 모델들을 디자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늘 변화해가는 재료들을 사용해 새로운 방식의 제조법을 개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디자인과 제조공정들 중 많은 부분에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천연소재와 인공소재를 배합해서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독특한 기타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추가적인 작업들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그 차이를 느끼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작업을 기꺼이 합니다."
이 내용은 파커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 중 파커의 창립자인 켄 파커의 말을 인용한 부분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 역사가 꽤 짧기 때문인지 현재 홈페이지에는 역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군요. 심지어는 언제 설립 되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좀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좀처럼 답장이 없군요. 비밀인가?
파커는 펜더의 텔레캐스터 출현 이후 가장 혁신적이며 진보적인 기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존의 기타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기타를 만들어냅니다. 재료도 상당히 다르며 만드는 방식도 달라서 결과적으로 기타를 잡는 느낌과 기타의 사운드가 기존의 기타들과는 많이 다르죠.
파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양분되는 인상을 받습니다.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과 아주 좋아하는 사람. 어떤 악기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파커는 그 차이가 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오해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어, 파커는 네크가 나무가 아니라던데? 그라파이트로 돼있다구."와 같은 오해죠.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써볼까 합니다. 역사 대신에(역사가 짧아 쓸 말도 별로 없구요) 마침 제가 갖고 있는 nitefly를 철저해부(!)..까지는 아니고 대충 해부해 보면서 얘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역사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서 대충 이렇게라도 떼운다는 것을 눈치빠른 분들은 벌써 알고 계시겠죠? 어쨌거나 글자는 조금, 그림은 많이 들어가는 페이지가 되겠군요. 제가 아는 한도에서 나이트플라이와 딜럭스, 클래식, 수프림, 아티스트 등의 모델(앞으로는 통틀어 그냥 "딜럭스"라고 하겠습니다.)과 비교도 해가면서 말이죠. 그럼 시작합니다.
이 기타의 모델명은 "Firefly" 입니다. 하지만 Nitefly-SA와 똑같은 사양입니다. 픽가드가 흰 색이 아닌 펄로이드라는 것을 빼고는요. Firefly는 미국의 대형 기타샵 체인인 Guitar Center 납품용으로 파커에서 생산했던 모델이고 현재는 더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픽가드 뿐이고 옆의 그림처럼 헤드에도 Nitefly라고 쓰여 있습니다. Fly Deluxe 모델인 경우는 "GUITARS"라고 써 있고 Fly Classic에는 "CLASSIC"이라고 쓰여있죠. 이로써 파커의 주력 모델은 Fly Deluxe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참고로, Nitefly는 SA와 M모델이 있는데, SA는 바디가 스웜프 애쉬(Swamp Ash)로 되어있고 픽업이 싱-싱-험으로 달려있습니다. M은 바디가 마호가니고 픽업은 험-험으로 되어있죠. 네크는 둘 다 마호가니입니다.
헤드의 모습입니다. 모든 파커는 기본적으로 이런 형태의 헤드입니다.
너트(nut)를 보면 6번줄 쪽으로 가면서 점차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죠.
독특한 헤드 디자인으로 1, 2번 줄이 그대로 공간에 노출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노출되기 때문에 모서리에 부딪쳐서 줄이 끊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어떤 기타든 줄이 끊어질 정도로 헤드가 어디에 부딪치면 헤드가 작살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이 그러한 위험에 특별히 더 노출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림에 구멍이 없다는 말이 보이죠? 딜럭스 모델은 여기에 구멍이 있어서 트러스 로드(truss-rod)를 조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페그가 은색인데, 딜럭스에서는 검은색으로 되어있죠.
네크의 앞면은 무광 피니쉬고 뒷면은 그림과 같이 광택이 나는 매끈한 피니쉬입니다. 페그는 Sperzel locking tuner로 되어 있죠. 락킹 튜너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부분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프렛보드와 위에서 본 네크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모든 플라이에서 동일합니다. 프렛보드는 따로 나무를 대는게 아니고 그냥 마호가니 넥(딜럭스는 베이스우드 넥, 휠씬 가볍죠) 위에 켄 파커가 말한 인공소재를 코팅했습니다. 이러니 넥이 나무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을만한거죠. 나무의 흔적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없으니까요.
프렛 또한 특이하게도 스테인레스 소재를 썼습니다. 내구성이 일반적인 니켈합금 프렛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고, 써 본 바로도 거의 닳지 않는 것 같습니다.
"프렛이 안닳는건 니가 연습을 안해서 그런거 아니냐."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변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나이트플라이 이후에 새걸로 구입한 ES-335는 지금 봐도 1번 프렛이 줄을 따라 조금 파인게 보이니까..내구성에 대한 파커의 주장은 일단 신빙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 프렛은 프렛보드에 박아넣은게 아니고 접착제로 붙였습니다. 뭘로 붙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까지는 떨어지지 않고 잘 쓰고 있습니다. 요건 좀 더 두고 봐야 할까요?
나이트플라이의 트러스로드는 여기서 조정합니다. 여기가 어딘가 하면, 사진 오른쪽 끝에 보이는게 마지막 프렛인 22번 프렛이고, 왼쪽에는 프론트 픽업이 있는거죠. 어딘지 아시겠죠? 여기 보이는 저 구멍에 젓가락 같이 생긴 쇠막대를 넣고 그걸 손잡이 삼아서 돌리는겁니다. 딜럭스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런 방식이 아니라 헤드 바로 옆에 구멍이 나있어서 거기에 렌치를 넣어서 돌리는 방식이죠. 딜럭스는 볼트온이 아니라 셋넥이기 때문에 이런걸 프론트 픽업 앞에 넣을 수가 없는거죠.
아 깜박 잊고 넥 부분을 넘어갈뻔 했군요. 헤드의 아래부분에 이렇게 시리얼 넘버가 박혀있습니다. 디럭스는 어디 박혀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시리얼 넘버 부여하는 방식도 나이트플라이와 딜럭스는 다릅니다. 제 기타를 보면 89269죠? 이걸 예로 들면 맨 앞의 8은 월을 표시합니다. 그 다음 9는 연도, 그 다음 269는 그 달에 생산된 순번이죠. 그러니까 제껀 1999년 8월에 269번째로 생산된 제품이죠. 그러니까 맨 앞의 8은 12까지도 될 수 있고 따라서 시리얼 넘버는 5자리 또는 6자리가 되는거죠.
딜럭스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시리얼이 001030이라면, 앞의 세자리인 001은 그 해의 첫번째 날이라는 뜻(365가 최대겠죠, 윤년이면 366까지)이고 그 다음 03은 그 날 3번째 생산된 물건이라는 뜻, 그리고 마지막 0은 연도죠. 그러니까 이 경우는 2000년 1월 1일에 3번째로 생산된 제품이군요. 나이트플라이보다 더 정확한 생산시기를 알 수 있죠?
네크와 바디의 조인트 부분입니다. 딜럭스와 가장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죠. 딜럭스는 넥과 바디를 아예 접착해버리고 뒷판에는 합성수지를 코팅해서 뒤에서 보면 이음새가 전혀 안보입니다. 특허받은 기술이고 가격이 올라가는 주 이유가 되겠죠. 고난도의 작업인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릴테니까 말이죠.
나이트플라이는 사진에서처럼 4개의 볼트가 네크와 바디를 조인트시키고 있습니다. 바디의 뒷부분에 스트랩을 거는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건 딜럭스와 동일합니다.
바디부분입니다. 척봐도 딜럭스와 확 다른 부분이죠. 딜럭스는 픽가드가 없습니다. 그래서 픽업을 바디에 직접 박아넣죠. 나이트플라이에서는 마치 펜더 스트라토처럼 픽가드에 픽업을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사진에 그 차이가 나와있습니다. 나이트플라이가 노란색, 딜럭스가 파란색이죠. 딜럭스에서는 그림의 두 부분은 폴피스 높이 조정용이 아니라 바디와의 접합에 쓰입니다. 나사를 픽업에서 바로 바디로 박아넣는거죠. 이렇게 함으로써 픽업을 바디와 함께 진동시킨다는군요.
파커의 모든 모델에는 디마지오(DiMarzio) 커스텀 픽업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비브라토 브리지 부분입니다. 스트링이 여길 관통하게 되어있죠.
줄의 지지부분에 피에조(piezo) 픽업이 박혀있습니다. 이게 파커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죠. Fishman이 파커를 위해 디자인한 픽업이라는군요.
각각의 새들(saddle)은 육각렌치를 이용해 전후조정이 가능합니다. 이로써 피치를 조정하는 것이죠. 펜더 텔레나 스트라토처럼 각 새들의 높이를 따로 조절하는건 아예 안되게 되어있습니다. 사실 지판의 곡률과 새들의 곡률이 맞아떨어지게 설계되어 있다면 굳이 각각의 줄높이를 따로 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특이한 취향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말이죠.
트레몰로 암을 끼우는 구멍이 있습니다. 나사같은걸 써서 고정하는 방식은 아니고 그냥 암을 끼우면 암과 구멍의 마찰력으로 끼워져 있게 되는 방식입니다.
아래 사진은 컨트롤 노브(control knob)들이 모여있는 부분입니다. 꽤나 복잡하죠? 딜럭스는 더 복잡합니다. 나이트플라이는 피에조 픽업의 볼륨 컨트롤만 있는 반면 딜럭스는 톤 컨트롤도 있습니다.
피에조/마그네틱 전환 스위치는 사진의 위치가 마그네틱이고, 가운데로 가면 피에조와 마그네틱을 동시에, 왼쪽으로 세팅하면 피에조만 사용하게 됩니다.
모노/스테레오 전환 스위치는 지금처럼 들어가 있는 경우가 모노이고, 눌러서 튀어나오게 하면 스테레오 입니다. 스테레오 아웃을 하면 Y케이블(한 쪽은 스테레오 잭이고 나머지 끝은 모노잭 두 개로 갈라지는 잭)을 사용해서 피에조와 마그네틱 출력을 각각의 앰프에서 낼 수 있게 됩니다. 앰프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거죠.
이제 뒷판을 한 번 보죠. 보기 편하게 뚜껑을 열어버렸는데 바디가 다 시커매서 그다지 잘보이진 않는군요.
트레몰로 암의 텐션 조정이나 브릿지 높이 조정은 펜더 스트라토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딜럭스의 경우에는 트레몰로 암의 텐션을 이런 코일 스프링이 아니라 판 스프링을 사용하죠. 그래서 스트링의 게이지를 바꾸면 그에 맞는 판 스프링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나이트플라이는 스트링 게이지를 바꾸면 이렇게 뒷판을 열어서 장력 조절나사를 조여주면 되구요.
아래 보면 9볼트 건전지가 들어가는 뚜껑이 보입니다. 이 건전지는 피에조 픽업을 위한 것이구요, 마그네틱 픽업만 쓸 때는 건전지를 안끼워도 작동합니다. 방전을 막으려면 기타를 안쓸때는 반드시 잭을 뽑아둬야 합니다.
다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픽가드를 한 번 열어보고 끝내도록 하죠.
꽤 인상적인 것은 겉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는 겁니다. 역시나 안쪽에서도 바디의 나무재질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콜타르 비슷한걸 발라놨더군요. 표면 피니쉬처럼 거울 같진 않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사진을 잘 보면 픽업에서 나온 전선들이 프론트 픽업에서부터 미들 픽업, 리어 픽업까지 곱게 땋아져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정성을 들인 흔적을 볼 수가 있죠.
이제까지 나름대로는 꼼꼼히 살펴봤는데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군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이는 형상만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악기에 대해서는 많든 적든 애정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소개가 아니라 자랑이 될 수가 있기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사운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라서요.
파커는 분명 혁신적인 악기입니다. 누구도 그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걸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떠나서 말이죠. 보통 파커가 나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는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없거나 아니면 파커에서 깁슨이나 펜더와 같은 전통적인 톤을 기대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50여년 동안 계속되어 온 사운드에 길들여지게 된거죠. 뭐 그렇다고 파커가 무조건 좋다라는 말은 아닙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파커에서는 좋은 기타들의 공통점인 "알맹이 있는 소리"가 나며,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기타들과는 꽤나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색깔을 뮤지션이나 청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실히 결정난 상태가 아니죠. 아직도 파커의 실험과 모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걸 종합해 보면 파커는 21세기에 그 성공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브랜드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