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국어생활과 문법 (3학년) 이호권(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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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보특강에서는 '형태소'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형태소는 현대의 문법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문법단위로 인식되는 것인데, 이 형태소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단어나 어절, 문장 등 전통적으로 사용된 문법단위에 비해, 형태소는 언어학자들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문법단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형태소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언어의 문법현상 특히 형태론적 현상에 대한 이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내용이 여러분들에게 '형태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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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소의 개념]
형태소(morpheme)가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단위"라는 말로 정의된다는 것은 이미 교과서와 방송강의를 통해 잘 아실 것입니다. 서양의 구조주의 문법이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1950년대 말부터 '형태소'가 국어문법의 단위로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문법 단위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가 형태소입니다. 즉, "최소의 유의적 단위"가 형태소이지요. "유의적"(의미를 가진, 의미가 있는)이란 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여기서의 '의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휘적 의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 달, 산, 바다, 나비, 나, 너, 하나, 어느, 늘' 등과 같이 어휘적 의미를 가진 형태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이들이 하나의 형태소라는 것을 잘 이해합니다. 더 쪼개면 전혀 의미가 없어지는(또는 쪼개기 이전의 의미와 관련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나비'는 한 개의 형태소이지만, '책가방'은 '책+가방'으로 나누어지는 두 개의 형태소라는 것은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휘적 의미가 아니라 문법적 의미를 가지는 형태소들입니다.
문법에서는 어휘적인 의미보다도 '문법적인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문법적인 의미'는 문법적인 '기능'(function)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제 먹은 떡이 맛있었다"라는 말에서 보통 사람들은 '어제, 먹다, 떡, 맛있다' 등과 같은 어휘적 의미만을 생각합니다. 이들은 각각이 하나의 단어입니다. 그러나 형태소는 단어와는 다릅니다. 단어와 같거나 그보다 더 작은 단위인 것입니다. 문법학자는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어제+먹+은+떡+이+맛+있+었+다". 여기서 '어제, 먹-, 떡, 맛, 있-'가 어휘적인 의미를 가지므로 각각이 하나의 형태소가 되는 것은 이해하시겠지요. 그런데 '-은, -이, -었-, -다'도 각각이 하나의 형태소가 됩니다. '-은'은 주제(topic)를 나타내고, '-이'는 주어(subject)를 나타내고, '-었-'은 시제상 과거임을 나타내고, '-다'는 이 문장이 종결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문법적인 기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문법적 기능을 '문법적 의미'라고 부릅니다. 문법론에서는 어휘적 의미보다 문법적 의미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지요. 문법론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이 '문법적 의미'를 밝히는 것입니다. 마음에 금방 들어오지 않는, 그래서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문법형태소'와 친해지는 것이 앞으로 문법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형태소의 식별 기준]
그렇다면 최소의 유의적 단위로서의 형태소를 좀더 체계적으로 분석해 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어학자들은 형태소를 식별해 내는 두 가지 기준으로 '계열 관계'(paradigmatic relation)와 '통합 관계'(syntagmatic relation)를 주로 이용합니다.
계열관계란 어떠한 음성연결체가 다른 음성연결체로 대치(代置)된다는 뜻입니다. 말이 너무 어려운가요? 간단한 예를 들어보지요. "꽃이 예쁘다"라는 문장은 1차적으로 '꽃이'와 '예쁘다'의 두 어절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꽃이'의 자리에 '얼굴이'라는 다른 어절이 대치될 수도 있고(즉, 바꾸어 넣을 수 있고), '예쁘다' 자리에 '크다'라는 어절이 대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계열관계를 만족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꽃이 예쁘다'를 '꽃이'와 '예쁘다'로 나누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원리로 '꽃이'는 '꽃+이', '예쁘다'는 '예쁘+다'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꽃'의 자리에 '나무, 하늘, 산' 등의 단어가 대치될 수 있고, '이' 자리에 '를, 에, 도' 등이 대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쁘+다'의 경우도 스스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예쁘' 자리에는 '크, 작, 높' 등이, '다' 자리에는 '고, 며, 니' 등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로 최종 분석되어 나온 '꽃, 이, 예쁘, 다' 각각의 것이 형태소가 되는 것입니다.
통합관계란 형태소 사이에 다른 형태소가 끼어들 수 있거나 빠진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꽃이'라는 어절은 중간에 조사 '만'이 끼어들어 '꽃만이'가 될 수 있고, '예쁘다' 또한 선어말어미 '었'이 끼어든 '예뻤다'(예쁘+었+다)가 가능하지요. 이는 '꽃'과 '이', '예쁘'와 '다'가 각각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단위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단위가 형태소이잖아요. 혹 이런 생각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요. '예쁘'는 다시 '예'와 '쁘'로 나누어질 수 있지 않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앞에서 본 '나비'를 '나'와 '비'로 나누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잘못입니다. 더 쪼개면 원래의 의미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안 되지요. '예쁘다'의 경우는 '었'이 삽입되었어도 '예쁘'와 '다'의 원래의 뜻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장에 시간상 '과거'의 일이라는 사실만이 추가될 뿐이지요. 통합관계에서 끼어들어갈 수 있는 요소(여기서는 '만', '었')들도 모두 형태소의 자격을 가지는 것들입니다.
[형태소 분석의 실제]
형태소를 분석하는 연습 한번 해보지요. 다음 문장을 형태소 분석해 보십시오. 몇 개의 형태소로 나뉠까요.
"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다."
들에는: 들+에+는(3개, 쉽지요. '바다에는'이 가능하니 '들'은 형태소, '들에도'가 가능하니 '는'은 형태소, '들만은'이 있으니 '에'도 형태소)
아름다운: 아름+답(다우)+은(3개, 어렵지요. '사내다운, 꽃다운'이 있으니, '아름'은 형태소입니다. 이 '아름'은 다른 형태소와 결합하지 않고 '아름답-'에만 나타나지요. 이런 걸 유일형태소라고 한다고 교과서에 잘 나와 있어요. '아름답고, 아름다워'와 비교해보면, '답∼다우'(음운론적 이형태)가 나오지요. 이형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마지막의 '은∼ㄴ'도 마찬가지입니다. '(밥을) 먹은'과 '(집에) 간'의 '은∼ㄴ'을 생각해 보세요.
꽃들이: 꽃+들+이(3개, 쉽지요. '꽃+이' 사이에 '들'이 끼어들어갔지요.)
피었고: 피+었+고(3개, '피고', '피겠고', '피었다' 등을 생각하면, 여기서의 문법형태소 '었'과 '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 문법형태소가 어떤 기능을 하느냐 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 문법론(특히 형태론)입니다)
하늘에는:(3개, 굳이 분석을 해드릴 필요는 없겠지요.)
흰, 구름이: 희+ㄴ, 구름+이(당연히 아시겠지요)
떠: 음절 수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뜨+어'(2개)로 분석해야 합니다. '뜨고, 뜨면'의 '뜨'가 모음어미 앞에서 'ㄸ'란 이형태로 교체된 것입니다.(흔히 'ㅡ' 탈락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걸 잘 틀리더군요. '(우리의) 살 길'의 '살' 같은 건 어떻습니까. '살다'의 어간이 '살-'이니 1개의 형태소인가요? 아니지요. '죽을'을 생각해 보면, '죽+을'로 분석되니, '살'은 '살+ㄹ'의 2개의 형태소인 것입니다. '살-'의 'ㄹ'이 탈락된 '사'가 '살'의 이형태입니다. 거기에 미래(추측)를 나타내는 'ㄹ'이 결합한 것입니다.
있다:(2개, 분석 생략)
* 학교(학과) 홈페이지 학습자료실에는 인터넷보충학습이 올려져 있습니다. 한번씩 읽어보시기. 학기말 시험 때에는 지난 해의 학보특강(제 홈페이지 자료실)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감사합니다
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