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배낭여행(카이로-누웨바-아카바-와디무사)

[joinstar]

7월 31일(금)

   오늘 아침은 빵과 시리얼, 삶은 달걀을 먹었다. 한식을 기대한 것이 잘 못인가? 젊은이들의 취향을 맞춘 것일까? 어제 온 가족 여행자들은 사막 투어를 떠나고 없다. 딸의 휴가가 짧아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짐은 챙겨 놓고, 나가서 택시를 잡아서 흥정하고, 혹시나 몰라 택시를 사진 찍고(여자 혼자 타고 가니까 걱정이 되어서) 보냈다. 토루고만 bus station에 가서 누웨바 행 밤 버스 ticket을 예약(80P)하고, 시타델(입장료 50P, 현지인 2P)에 갔다.

   시타델은 중세 아랍 세계의 영웅 살라딘 장군이 1176년 십자군에 대항하기 위해 건설한 요새이다. 그 후 19세기까지 정치 중심지 역할을 한 이곳은 카이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요새 안에는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군사 박물관, 경찰 박물관, 살라딘의 우물 등이 있다.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는 은색의 거대한 돔과 연필 모양의 탑이 있는데, 이런 탑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단다. 내부 장식도 외관에 못지않게 호화롭다. 거대한 샹들리에와 수많은 램프에 불이 켜지고, 주위의 스테인드 그라스와 햇빛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건축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 한편에서는 가이드가 설명하고, 다른 편에서는 기도하고, TV방송사는 녹화하고, 앉아 쉬기도 한다. 무하마드 알리의 무덤도 있다. 고전 박물관이나 경찰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은 별로 볼 것이 없다.  

 

시타델 정문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모스크 내부

 

 

시타델에서 내려다 본 카이로 전경 및 모스크

   군사박물관이 점심시간이라 닫아서 벤자민 그늘에 은박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물이 먹고 싶어 매점에 물어보니 물이나 콜라가 10P란다. 밖에서는 3~4P인데 그냥 돌아왔다. 현지인들한테 물으니 5P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비싸게 받는가보다. 나무에 기대어 졸다가 어린이들이 와서 물통(다 먹어가는 물통을 수집하려고 하는 것 같음)을 달라고 해 깼다. 안 준다고 하면서 가라고 해도 안 간다. 마침 지나가던 경비원이 어디론가 데려간다. 군사박물관에는 화살의 발전사, 화포의 발전사(포병출신이라 재미있었음), 무기의 발전사, 이집트 전쟁사, 혁명의 역사, 전쟁의 영웅들을 장르별로 전시를 해 놓았는데 이집트인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박물관일 것 같다. 우리나라 전쟁기념관과 같다. 야외에는 화포와 전투기, 탱크, 인물 동상 및 흉상이 전시되어 있으나 이글거리는 태양이 눈으로 들어와 볼 수가 없었다. 정문 앞에는 수평의 지층을 잘 볼 수 있는 언덕이 있고 그 밑에 동굴이 있는 것 같다. 

 

안에서 본 시타델 정문

 

정문 앞 건너 편 동산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쉰다. 숙소 숙박료를 계산하는데 이상한 계산을 한다. 아침 8시경에 들어왔는데 하루로 친다는 것이다. 그런 법이 카이로 한국인 숙소에 있는 법인지 몰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그것도 들어온 날은 말도 안 해주고 갈려고 하니까 젠장.........., 오늘 저녁까지 이용한 것을 치더라도 비싸다. 깎아서 계산을 했다. (다른데서 만난 사람과 블로그에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니까 카이로 한인들이 이런 바가지를 씌운다고 함)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바가지를 조심하시길 바라면서 이름을 밝혀 둡니다. 숙소명은 YALLAVINA 이고 주소는 http://cafe.naver.com/yallavina 입니다. 카이로 한인 숙소는 대부분 아파트를 빌려서 운영하기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은 점인데 영어 짧은 여행자들이 처음 입국을 할 때, 밤에 도착할 때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나와 저녁을 먹는다. 도로변에 요리실과 카운터만 있는 음식점인데 음식을 사가는 사람이 많다. 승용차들도 대각선으로 주차하고 주문을 하면 금속 쟁반(차 유리에 걸치도록 만든 쟁반)에 음식을 갖다 준다. 그러면 차에서 식사를 한다. 우리도 음식을 사서 길거리에 앉아서 먹었더니 차 안의 부인이 우릴 보고 웃는다.

   배낭을 챙겨 bus station으로 갔다. 승차장이 지하에 있는 현대화된 터미널이다. 역시 짐 검사를 하고 짐은 화물칸에 싣고,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10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우리가 다합에서 왔던 길을 거꾸로 간다. 에어컨이 시원해 편한 잠을 잘 것 같다. 전등이 꺼지고 버스 엔진과 기사만 살아있고 나머지는 수면 모드에 들었다.

8월 1일(토)

   휴게소 풍경은 전에 본 것과 같다. 홍차를 한 잔하고 또 수면 모드에 돌입했다. 검문소를 몇 곳 지난 후 아침이 밝아온다. 아카바 만이 보이는 검문소에서는 경찰이 젊은이 몇 명을 데리고 내리고 버스는 그대로 출발한다. 새벽 5시 20분이다. 버스는 이스라엘 국경인 타바에 들려 승객 몇 명을 내려주고 해안을 따라 누웨바로 달린다. 끝없는 사막이 펼쳐진 가운데 간간히 유목민 천막과 가축들이 보인다. 동물도 지역을 잘 타고 나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풀이 없는 사막에서 무엇을 먹을까? 불쌍하다. 해안으로는 리조트가 이어진다. 신축 중으로 개장을 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다. 관광 수입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 같다. 누웨바에는 7시 50분 쯤 도착했다. 요르단 가는 배편 ticket office는 9시에 연단다. 시내로 가기는 멀고 교통비도 들고 해서 간단히 홍차를 시켜서 코푸타와 아침을 먹고 쉰다.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시리아인(boxer였는데 교통사고로 은퇴하고 스포츠 관련 일을 하며, 독일어를 잘함)이 말을 걸어온다. 미국인들이 나쁘단다. 아랍인들 괴롭힌다고 하면서 이슬람인 들은 착하다고 한다. 시리아가 어떠냐고 물으니 아무 문제없단다. 우리나라에서 월급이 얼마냐고 물어서 2000달러라고 했더니 부자란다. 2009년 1월 시리아 GNP가 1,946달러(한국 19,751달러, 이집트 1,739달러, 요르단 2,795달러, 이스라엘 22,475달러)이니까 부자라고 할 만 하다. 9시에 ticket office가 문을 열고 이집트인, 요르단인, 시리아인 들이 엉망으로 줄을 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돌아와 쉰다. 10시 쯤 다시 가서 보니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다린다. 마침 한국 여인이 있어서 말을 건넸다. 부인(결혼 10년차)은 어제 배가 없어서 하루 숙박을 했다며, 오늘 사람이 많을 것 같으니 일찍 표를 사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남편이 줄을 섰다고 같이 표를 사면 어떻겠냐고 해 얼른 여권과 돈을 건네주었다. 10시 15분이었다. 이 부부는 10년 동안 일하고 사표내고 세계 여행을 떠났단다. 1년을 계획하고 남아프리카~케냐, 영국, 이집트로 해서 요르단 시리아 터키로 가는 중이란다. 여행을 끝내고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는 참으로 멋진 젊은이들이다. 느려터진 매표원들 덕분에 표는 11시 20분에 나왔다. 느리긴 했지만 전산으로 작성한 표이다. 운임 60달러, 출국세 50P(10달러)인 표에는 배 시간이 없다.  

매표소의 무질서

   점심을 챙겨먹고 남은 돈은 요르단 디나르로 환전하고 1시쯤 부두로 갔다. 짐 검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더니 emigration 앞에 긴 줄을 서 있는데 좀처럼 진행이 안 된다. wait line도 안 지키고, 가족은 단체로 창구를 가로막고 여권을 한 묶음 제출한다. 부인이 여러 명이니 자식도 많다. 출국카드를 영어로 써서 내면 관리인은 그 옆에 아랍어로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기재한다.  

아랍인들이 대부분 출국한 한상한 출국장

   2시를 넘어서서 출국신고 후 대합실에 들어섰는데 긴 의자를 차지하고 누워서 자는 사람, 담배를 피우는 10대들, 어수선하다. 3시 30분 외국인이 먼저 타라고 하면서 버스가 왔다. 배에 오를 때 또 2번 여권 검사를 한다. 계단으로 4층 정도 올라갔더니 요르단 입국 관리들이 여권을 맡기란다. 배의 후미에 있는 식당 코너에 자리를 잡고 젊은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5시 30분 출발했다. 토요일은 스피드 보트가 없어 슬로우 보트로 간다. 아카바 만은 정말 잔잔하다. 유리 거울과 같은 수면 위를 우리 배가 엉망으로 만든다.  

 

슬로우 보트

 

승선을 기다리는 아랍인들

 

항구의 건물들

갑판 위의 모습

   아카바 만 깊숙이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삼국 국경이 접하는 아카바에는 밤 9시 50분에 도착했다. 오늘 와디무사(페트라 관광도시)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서둘러 1번으로 줄을 섰다. 관리들이 객실로 들어가라고 해 갈 길이 멀다고 했더니 한 쪽으로 비켜있으란다.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 먼저 내리라고 소리친다. 별로 반응이 없자 우리들 보고 내리란다. 내려와 보니 마침 staff들이 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함께 타고 immigration에 갔더니 직원들이 없다. 환전소도 닫혀있고 조용하다. 검역신고서를 내고 세관 검사소 까지 갔을 때 여권을 가진 관리가 코리안을 부른다. 너무 일찍 나간 것이다. 다시 돌아가 입국 비자(이 곳은 경제 자유구역이라 비자피 없음)를 받고 세관을 통과하여 출구에서 대기했다. 와디무사로 가려면 미니 밴에 탈 인원을 모집해야 한다. 카이로에서 같이 온 프랑스 부부는 여기서 잔단다. 다른 서양 여행자들도 여기서 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우리 넷이 택시 흥정한다. 우리는 30디나르(1디나르는 약 1,860원)를 생각했지만 기사가 40디나르를 고집한다. 출구에서 실랑이를 하면서 시끄럽게 하니까 경찰이 와서 듣고는 25D를 말하다가 얼른 35D란다. 30디나르에 흥정하고 짐을 싣고 11시 15분 출발했다. 신설된 것 같은 고속도로에는 화물차가 많다. 아카바 항은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이자 인접 아랍 국가들의 화물이 수출입 되는 항구이다. 100~120Km/h로 달리던 택시는 12시가 넘어 휴게소에 들린다. 기사가 담배와 커피를 사서 마시다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대기하는 우리 모습이 딱했는지, 음료수 한 캔씩 사서 먹으라고 건네준다. 물가가 비싼 나라, 바가지가 심한 나라라고 경계했더니 친절한 사람도 있다. 먼저 다녀온 후 악평을 해 놓은 사람들 때문에 친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혹시 사기를 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밤 1시가 넘어서 와디무사 발랜타인 호텔에 도착하여 20D(디나르)에 방을 잡았다. 다른 여행자들이 자고 있어 조용조용히 방에 들어가 간단히 씻고 잠에 들었다. 어제부터 카이로-누웨바-요르단의 아카바-와디무사 참 긴 여정이었다.

[My way]

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