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40년 전통이 담겨있는 한우해장국과 얼큰 육개장을 맛본 평택주물럭집!
평택에는 나름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맛집들이 꽤 있다.
평택시와 송탄시, 평택군이 합쳐 도농복합도시로 된 평택은 평택시내와 송탄, 안중의 세곳에 비교적 번화가가 자리하는데,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온 전통 있는 식당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평택 시내의 파주옥, 군계폐계닭, 고박사냉면, 가마솥, 걸식곱창, 삼오정, 최네집 등과 송탄권의 김네집, 삼다도, 미스리햄버거,
어부네, 안중지역의 쌈촌과 호성식당 등 이름난 식당에는 나름의 맛과 내력으로 항상 발걸음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물론 전통이 있고 유명하다고 다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몇십년의 전통이라고 소문난 집이라고 갔다가 실망하고,
불친절함에 가끔 어안이 벙벙할 때도 있으니까. 전통이 이어진 집들이 현재에도 손님에게 친절함과 고유의 맛으로 대한다면,
대를 이어 가겠지만 전통이란 이름표에 파묻혀 초심을 잃고 허우적대면서 외면당하는 곳을 봤을때엔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몇십년의 세월을 이어온 전통의 명찰보다는 현재 고객에 대한 배려와 끊임 없는 노력이 아닐까.
십여년 무렵부터 가끔 해장을 위해 들르곤 했던 평택역 근처 명동골목 구석진 곳에 있는 평택주물럭집.
평소에 주로 먹던 선지와 천엽 등이 들어간 양평식의 해장국이 아닌, 한우우거지해장국을 내는 곳이다.
평택 시민들에게는 술 한잔 한 다음 날 으레 들리는 해장국집이고 주물럭과 갈비로 꽤 맛이 괜찮다고 알려진 곳이다.
40년 전통의 평택주물럭집의 모습은 이 집의 내력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간판에 적힌 이름마냥 돼지주물럭과 돼지갈비가 유명하지만 정작 손님들이 많이 찾는것은 해장국과 육계장.
외부에서 보면 허름하고 작은 식당처럼 보인다.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 세네개와 주방이 나오는데,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방이 두곳에 있어 외부와는 다른 모습에 살짝 놀란다.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하고 쾌적하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좌식으로 되어 있는 내실이 나온다.
내실 문 옆에는 신발을 넣어둘 수 있는 신발장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보다 한결 깔끔하지만 정감있던 기억도 나쁘지 않았다.
저녁에 돼지갈비와 주물럭을 먹으면서 쇠주 한 잔 걸치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해장하러 갔었는데.
입구의 탁자에서는 파인애플과 사과, 배 등 음식에 들어갈 재료를 다듬느라 분주하다.
직원분들이 여덜 아홉분 정도 계시는데, 다른 식당처럼 이곳에도 외국분들이 거의 대부분인 듯하다.
차이점이라면 다른 식당의 아주머니들보다 친절한 서비스가 돋보였다는것.
벨을 누르면 빨리 오셔서 웃으면서 필요한것을 가져다 준다.
일부 잘되는 식당에 가면 주문하려해도 감감 무소식, 대충 듣고 가서 기다리는데 다시 몇분..
돼지주물럭집을 찾는 분들은 대개 두 파트로 나뉜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줌니들은 돼지갈비나 주물럭, 불고기를 많이 드시는 반면,
아저씨들이나 젊은 분들은 대부분 해장국이나 육개장을 주문한다. 밖에는 육계장이라고 되어 있지만 육개장이 옳은게 아닌가 싶다.
2008년도에는 5천원이었는데, 치솟는 물가 때문인지 6천원으로 다시 7천원으로 올라버렸다.
돼지갈비나 주물럭은 1인분 300g에 만원이니 양도 많고 가격도 착한셈이다. 시내 나가보면 180g ~ 200g에 보통 12,000원을 받으니까.
어제 뚜껑을 열고 부어버린 이슬이 때문에 속이 참 미식미식 허하다. 해장국 하나와 육개장 한그릇 잽싸게 주문.
주문하고 잠시 앉아 있는데, 꾸역 꾸역 사람들이 속풀이를 하려고 밀려든다. 여기 저기서 해장국이요, 해장국이요하고 주문한다.
돼지갈비와 주물럭에 이어 이곳에 고추장돼지불고기가 신메뉴로 출시되었다.
300g에 11,000원이면 괜찮은 가격대인듯하다. 괴기도 궈먹고 싶었지만 일단 해장국으로 속을 다스려준다.
돼지갈비에는 뼈다귀가 붙어 나오지만 돼지주물럭은 그냥 뼈없이 나온다. 글쎄 돼지갈비나 주물럭이나 비슷한걸로 알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돼지갈비도 주물럭처럼 뼈 없이 주물주물해서 나오니깐.
사람들이 꽉 차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하고 조금 빠진 시간에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손님들이 들고 나가는 통에 이모들은 커다란 통을 들고와 남김없이 밀어넣고 쓱싹쓱싹 빠른 손길로 자리를 정리한다.
주문하고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콘에 떠와 냠냠 먹으면서 경찰25시를 시청한다.
외부에서 보면 40년된 집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보면 4개월 된것처럼 느껴진다.
옆 손님보다 먼저 왔지만 주문이 느려 바로 다음 차례로 육개장과 해장국이 상에 차려진다. 빨간 육개장과 맑게 보이는 해장국.
둘 다 한우가 제법 들어가 있고 들통에서 오랜 시간동안 한우사골을 끓여낸 육수로 만드는지라 향기가 좋다.
은은하게 코 끝을 스치면서 지나가는 한우우거지해장국. 육개장은 꽤 매워 보이는 진한 빨간색이다.
그냥 매운맛이 전부가 아닌 내장까지 침투해서 알싸하게 만드는 얼큰한 매콤함이다.
해장국에는 날계란이 하나 딸려나오는데, 해장국에 다대기를 넣고 날계란 하나를 탁탁 투하하면 끝이다.
40년 전통의 한우우거지해장국이 그냥 만들어진건 아닌가보다. 허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집으로 남기가 쉽지는 않겠지.
한우갈비를 만들고 남은 뼈다귀를 푹 고와 만든 우거지해장국은 향기마져 아름답다.
진하고 고소한 향이 풀풀 풍긴다. 해장국은 속을 데워주면서도 음주때문에 미뎌진 가슴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부드러우면서도 잡내 없는 깔끔한 맛이라고 할까. 국물이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먹으려면 계란을 넣지 않는것이 좋다.
계란을 깨서 넣으면 국물이 좀 진득해지고 텁텁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난 계란을 좋아하니 한개 톡.
해장국에 들어가는 고기들은 마구리뼈 부위살이라고 한다. 국물은 마구리뼈와 사골, 소머리를 함께 넣고 푹 끓인단다.
마구리살은 소의 갈빗대의 양쪽 끝에 붙어 있는 부분인데, 등심을 떼어내고 아랫 부분 양지를 떼어낸 살코기가 거의 없는 부위.
마구리살로 갈비탕처럼 내는 곳도 있는데, 맛을 보면 마구리탕이나 갈비탕이나 맛은 모두 훌륭하다.
마구리건 소구리건 어뗘라 맛만 있으면 되지. 참나물과 깍두기, 적당히 익은 얼갈이 김치가 반찬으로 나온다.
깍두기 국물을 조금 넣어주고 제법 간이 든 얼갈이 김치를 해장국에 말은 밥에 올려 먹으면 그야말로 끝내준다.
간간한 해장국에 톡 계란을 깨서 넣어준다. 국물이 조금 식었기에 계란을 잘 풀리게 휘저어준다.
마구리살이 잔뜩 붙어 있는 해장국의 소고기들은 입안에서 씹을 틈도 주지 않고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계란을 풀어 넣으니 국물이 좀 진득해지고 모양이 빠지지만 그래도 국물맛은 진국이다. 배추우거지도 넉넉하게 들어갔다.
정작 해장국보다 더 맛나다고 후루룩 먹어치우는 수니씨. 커다란 냉면그릇에 듬뿍 담아온 빨간 국물을 한방울 남김없이 먹는다.
그리 맛있냐고 물어봤더니 뱃속에 들어있던 이슬향기가 싹 빠지는 기분이란다. 적당히 얼큰하게 맵고 간도 입에 딱 맞는다고 한다.
어제 먹었던 성환 시장의 순대국밥에 비하면 백만번 좋다고 한다. 고사리와 토란대, 시금치 등이 들어가고 고추기름이 가해져 맛이 좋다.
글쎄 중국집에 가서 짬뽕과 짜장면 중에 뭘 먹을래 하면 항상 고민되는 것처럼 육개장과 해장국을 놓고도 선택의 기로에 설듯하다.
인생 뭐 있어. 그냥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제법 많이 들어있는 괴기들을 왠만큼 헤치우고 빠뜨린다.
우기적우기적 빠른 숟가락질로 국물과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폭풍흡입모드로.
그냥 쉬려했지만 해장국의 유혹에 다시 이슬이 몇잔을 마셔준다.
해장으로 해장국과 이슬이를 함께 먹어주니 속이 풀렸다가 다시 중화된다.
간만에 다시 만난 평택주물럭집의 해장국은 역시 예전의 전우를 저버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골목에 쌀쌀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새롭게 바뀐 평택의 전통시장을 구경하러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