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에 살어리랏다
한연석
산이 좋다.
무등산이 좋다.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이 좋다.
무등산 등산이 좋다.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 최고봉 천왕봉의 높이는 1187미터, 산세는 웅대하며 다양한 기암괴석 절경을 이룬 경승지가 많다. 무등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정겨워 좋다.
무등산. 무진악, 무악, 서석산, 무당사, 무덕산, 어떻게 부르든 무등산이 좋다.
능선에 따라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등이 북동방향으로 이어져 있으며 주위에는 신성봉, 수래바위산, 지장산이 있어 좋다.
혼자서 등산해도 좋다. 산장의 원효사 계곡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소근거려 좋다.
부부와 등산도 좋다.
망태사랑 꼬부랑 마누라와 편백나무 숲에서 삼봉 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친구들과의 등산은 더더욱 좋다.
사범학교적, 군대이야기, 교편생활의 추억담 등 모두 내로남불이요, 청산유수요, 상선약수다.
나는 등산을 통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다.
등산이 좋다.
등산은 영혼과 마음과 생각과 육체가 골고루 건강하게 하는 활력소요 치유제다.
웃음과 사랑과 감사의 생활을 실천하는 행복 바이러스다.
자신의 용기, 기지, 기량, 체력, 능력, 정력을 기르는 짜릿한 전율 자체다. 무아지경으로 안내하는 순수 스포츠다.
등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동안 수많은 등산기 중에는 가장 고전으로 손꼽히는 에드워드 윔퍼의 명저 ‘알프스 등반기’에는 “알프스 등산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건강과 우정을 가져다 주었다.”고 쓰여있고, ‘일본 풍경론’을 쓴 시인 시게타카는 “등산은 속마음을 넓게 하고 의기를 드높인다.”고 하여 인간성 회복의 지름길이라 갈파했다. 13세기에 발간된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중앙아시아의 산의 공기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 마을이나 계곡, 평야에 사는 사람들은 열병에 걸리면 곧바로 산에 올라 2.3일을 지낸다고 쓰여있다.
등산은 자정작용을 통해 인간을 포용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등산의 순수한 효시는 화랑도에서 시작된 듯하다. 불교가 전래 되면서 승려와 일반 신도들의 신앙생활과 수행목적으로 산행을 했을 것이다.
근대적 등산은 1926년 영국인 아처archur와 임무가 북한산 인수봉을 암벽 등산한 것이 근대등산의 시작이다. 1962년 대한산악연맹이 창설된 후 등산 인구는 급격히 늘게 되었다.
무등산이 좋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등산하기 좋은 산으로는 백두산, 개마고원, 묘향산, 낭림산, 금강산, 지리산, 설악산을 꼽고 있지만, 무등산이 더 좋다.
무등산은 광주, 전남의 진산이자 젖줄이요, 남도민의 신산이자 영혼까지도 보듬어주는 보배이다. 산세가 유순하고 동서남북 어디를 바라보건 둥글둥글한 모습이 한결같아 후덕하고 믿음을 준다.
무등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무던한 산, 무탈한 산, 무등하여 적격인 산이다. 봄 철쭉,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사철 경관과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구릉지에서 재배되는 수박과 차는 그 품질과 맛이 뛰어나며 춘설차 맛은 그윽하다.
무등산 등산기를 살펴본다.
처서도 지나 무등산 등산에 나섰다.
등산복 차림에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 19는 비 대면화, 개인화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인간의 행위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해버리고 있다. 코로나 19가 빨리 종식돼야 할 텐데, 등산객도 화이자파, 모더나파, 아스트라제네카파, 얀센파로 2명, 3명씩 오고 있다.
노무현길을 지나 증심사 계곡을 지나서 당산나무 옆 송풍정에 앉았다. 수령 500년 된 광주시 보호수 옆에서 저절로 시 한 수가 생각이 난다.
15세기 ‘유서석산기’에 나오는 무등산에 대한 대각국사의 시이다.
산이 좋아 그대여 무등인가
사람이 어리석어
나는 무등이라네.
높은 것과 어리석은 것은
비록 다르나,
그대와 나는 같이
무등이라네.
청명한 가을하늘에 뭉개구름 실려 오는 가을 문턱에 매미노래 처량하게 여운을 남기는 오늘은 누에능선과 백마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무등산 정상 자락을 마주하고 설법대에 앉았다.
문득 노산 이은상 시인의 특산차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무등산 작설차를
곱돌 솥에 달여내어
한 잔 들어 맛을 보고
또 한 잔은 빛깔 보고
다시 한 잔 향내 맡고
다도를 듣노라니
밤 깊은 줄 몰랐구나
토끼등을 타고 내려오는 무등산의 지형과 지물, 천연 경관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몸과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 가 없다.
인생 산수를 바라보며 이런 행복을 누리다니 정말 감사드릴 뿐이다.
나는 매주 수요일이면 우남 회원과 무등산 옛길을 등산한다. 광주의 크고 작은 행복과 아픔을 항상 아우르며 보듬어주는 의로운 무등산을 오른다.
우리 모두 15회 사범 동기생들인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영리한 사람도 미련한 사람도,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잘 배운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없다. 모두 다 우직한 사람들이다. 모두가 일체가 되어 즐거운 표정으로 무등산계곡을 걷는다.
배낭에는 각자 집에서 준비한 과일주 한홉과 간단한 안주를 메고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 집안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지나간 교직 추억을 허심탄회하게 담소하며 수준에 맞춰 걷는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 지면 각자 가지고 온 배낭을 열고 한 잔씩 기분 좋게 마신다.
한 잔의 곡차 술은 정이요, 창조요, 철학이요, 우리 우남의 삶 자체다. 이 이상 산천경개가 좋고 행복할 수 있을까.
더 해빙 the having이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고 변덕스런 가을 장맛비가 갠 오늘. 2021년 8월 28일 오전 10시, 코스모스 위로 고추잠자리가 춤을 추고 있다.
아내와 함께 소확행 등산을 한다. 소소하면서 확실한 행복 등산이다.
뜨거운 연분홍빛 사랑은 사라지고 청아한 순백의 사랑이 깃든 등산이다.
배낭에는 김밥, 과일, 음료수, 48장 민속화가 들어있고, 손에는 등산용 돗자리를 들고 편백 나무 숲을 향해 걷는다.
당신은 내 영원한 동반자요, 온리완 보석 같은 여자다.
편백 나무숲에는 휘발성 향기 물질인 피톤치드 향기가 그윽하고 등산용 돗자리에선 53년 부부애가 녹는다.
등산은 참선이고 사랑의 보고인듯하다.
편백 나무숲을 걷는 내 머리 위로 찬란한 8월의 태양이 빛나고, 옆을 바라보니 또 나의 반쪽, 아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
황금빛 무등산 에너지를 온몸에 느끼며 나는 오늘도 무등산을 오른다.
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아ㅡ,나는 지금 무등을 걷고 있다.
무등 뫼 솟는 햇살 첫 빛을 받아…
사범 교가 콧노래를 부르며,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봉사하겠습니다.’를 다짐한다.
(202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