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대하사극 『찬란한 여명』(토.일 밤9시50분)에서 이동인역을 맡은 김갑수(39)가 30일 66회를 마지막으로 극을 떠난다.이동인은 어지러운 구한말 개화파의 선두에 서서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선 기승.중인이란 신분과 논 리의 과격성 때문에 보수.혁신세력 양쪽의 미움을 받아 정체불명의 자객에게 숨을 거두게 된다.이동인은 애당초 극 주인공으로 마지막회까지 출연할 예정이었다.그러나 절반을 좀 넘긴 66회로 하차하고 만다.극중 이동인의 조기퇴진은 실제 이 동인의 비극과 비슷하다.
역사책이나 위인전에서 본 적이 없는 이동인이란 인물에게 시청자들은 매력 대신 생경함을 느꼈고 원활한 후반부 전개를 위해 퇴진이 불가피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갑수는 개인적으로 이 배역에 애정이 대단하다.『시대를 앞서보는 능력,선두주자로서 희생을 마다않는 용기가 참 멋있었고 연기하는 보람을 느꼈다』는게 그 이유다.배역마다 혼신을 다해 몰입하는 그인만큼 미사여구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이 배역으로 그는 자주 따라붙어온 두가지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됐다.하나는 「시대와 불화하는 괴팍한 지식인」 전문배우란 이미지다.연극 『님의 침묵』(84년)에서 만해,『길 떠나는 가족』의 이중섭,영화 『금홍아 금홍아』의 이상에다 또 하나의 선각자역을 더한 것이다.또 하나는 연기에 관한한 망아지경(忘我之境)으로 배역 속에 녹아드는 그만의 상징인 까까머리다.이상하게도그와 까까머리는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지난해 가을『찬란한 여명』 출연제의를 받은 그는 연예사상 유례 없는 대단히 비싼 삭발을 하게된다.1백회 출연을 전제로 편당 30만원씩3천만원을 삭발보상비로 받기로 KBS측과 계약을 맺은 것.방송사가 그렇게 공을 들이고 그 또한 「머리값」에 뒤지지 않는 열연을 했음에도 『찬 란한 여명』의 흥행은 신통치 못하다.이유를묻자 그는 일단 시청자에게 섭섭한 마음을 토로한다.『대하극은 시청자도 좀 진득하게 봐줘야 삽니다.「사극은 야사나 궁중비화만팔린다」는 현실은 말초적 재미만 추구하는 시청문화에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드라마가 재미없다면 물론 제작진이나 연기자가 일차적인 책임자지요.그러나 재미란 것은 좀 참고 몰두하는데서 조금씩 얻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는 일단 좀 쉬다가 9월께 12년만에 『님의 침묵』을 재공연하는 것으로 연극무대에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