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토요일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
오늘은 딸 식구가 영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에 오후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제네바 공항에 가야한다. 원래는 해발 3200m의 알프스 정상 티틀리스Titlis를 구경하려다 날씨가 좋지 않아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으로 갔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다. 여러 도시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많아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곰’이라는 뜻 베른은 12세기경 이곳 영주가 도시 이름을 짓기 전 사냥에서 처음 잡힌 동물이 곰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도시의 상징인 곰은 도시 문장에서부터 시계탑 인형 등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볼거리는 U자형으로 흐르는 아레Aare강을 중심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 규모가 작아 중앙역 근처에 주차하고,슈피탈 거리Spitalgasse, 감옥탑Kafigtuen, 마그리트 거리Marktgasse거리, 시계탑Zeitglockentrun, 크람 거리Kramgasse, 그리고 대성당 Munster까지 걸어서 다니기로 하였다.
니테크Nydgg다리
중앙역 동쪽의 슈피탈 거리에서 약 1.2km의 니테크Nydgg다리 사이에 관광명소가 자리하고 있어 한나절 정도로 충분히 둘러 볼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 길, 우리가 사진으로 보았던 중세 유럽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어 옛 시가지라 부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슈피탈 거리Spitalgasse ; 중앙역 남쪽에서 돌아 옛 시가지가 시작되는 곳이 슈피탈거리다. 도로는 네모난 검정색 돌로 포장되어 있다. 거리 양편으로 중세의 집들이 있고 도로 가운데 백파이프 연주자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분수대 꼭대기에서 빨간 모자를 쓴 연주자가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밑으로 물줄기를 사방으로 품어낸다. 그리고 라우벤Lauben 아케이드 건물에 상점과 소극장이 많아 거리가 복잡하였다. 슈피탈거리가 끝나는 곳에 감옥탑이 있다. 1897년까지 감옥으로 쓰였다가 지금은 전람회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슈피탈 거리(Spitalgasse)
마크르트 거리Marktgasse ; 감옥탑을 지나면 시작되는 거리다. 안나 자일러 분수Anna Seilerbrunnen, 우아한 여인상이 조각된 분수가 보인다. 조금 거닐면 사냥군의 분수Schutzenbrunneneh도 있다.
베른 시내에는 100개가 넘는 분수가 있고 옛 시가지에만 11개의 분수가 있어 아름다운 분수는 여기에 모두 모여 있다. 대부분이 16세기에 세운 것이다. 분수마다 각기 다른 모양과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시계탑Zeitglockentrun ; 베른의 상징 건물로 1191년에 세워져 베른의 서쪽 성문으로 사용되었다.
시계탑Zeitglockentrun
1530년에 만들어진 시계는 매시 4분전부터 시계에 장치된 인형들이 나와 시간을 알린다. 이것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추어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왔다.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인형 모습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시계탑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식인귀 분수대Kind-lifresserbrunnen; 광장에 어린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조각한 식인귀 분수대 Kind-lifresserbrunnen가 있었다. 손자가 자세히 보고 정말 어린이를 잡아먹는 귀신이 있느냐 물으며 무서워하였다. 어린이를 들고 입으로 먹는 악귀의 모습이 징그러웠다. 무슨 이유로 조각하였을까? 궁금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식인귀 분수대Kind-lifresserbrunnen
크람 거리Krmgass ; 고풍스런 건물에 관광기념품과 민속품 토속 공예품점이 많아 그런지 관광객이 북적거려 활기차 보였다. 이 거리에도 2개의 분수가 볼거리다. 베른 시를 세운 체링겐을 상징하는 곰이 무기를 든 체링겐 분수와 사자를 맨손으로 물리친 삼손의 분수다.
49번지 거리에 물리학자 아인 슈타
Einstein 박사가 1902년부터 1909년까지 7년 간 살았던 집이 있었다. 박사님의 생활용품만 전시되어 있다 하여 들어가지 않았다. 유럽은 어디든 이름이 붙으면 입장료가 있다.
아인 슈타인Einstein 박사의 집
대성당Munster ; 142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472년 만인 1893년에 완
공된 스위스 최대의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대성당Munster의 전면 모습
중세 유럽인들의 종교는 현세 삶보다 사후의 세계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나보다. 성당 건물을 몇 세기를 이어가며 지었으니...... 우리나라의 사찰과 교회 건물도 거대하게 짓지만 유럽의 유명한 성당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들은 생활 전부를 종교 안에서 행하고 종교를 떠난 삶은 없었던 것 같다. 성당 입구에 조각한 ‘최후의 심판’에는 죽어서 두려움에 떨며 심판을 기다리는 234명의 표정을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정말 우리가 죽으면 저 과정을 거처야 할까?
대성당Munster 입구의 조각상
거리를 돌다보니 재래시장이 있었다. 제법 길게 늘어선 시장거리의 풍경은 팔고 사는 물건과 사람의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5일장과 비슷하다. 하루 종일 장이 서는 게 아니라 몇 시간 동안 반짝 물건을 거래하고 나면 파한다 하였다. 우리는 빵과 소시지 과일을 샀다. 강변 산책로 시원한 벤치에 앉아 시내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제네바 공항으로 출발했다.
딸 식구들과 일주일의 유럽여행은 영원한 추억이며 다시 할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손자 도현이가 손을 흔들며 떠나는 모습이 아른거리고 숙연해진다. 이별이란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짠하고 아린 슬픔으로 남는다.
이제 아들과 둘이서 남은 여행을 해야 한다. 잠간 아무도 없는 외딴섬에 내린 쓸쓸함이 감싸고 막막하였다. 사위는 어려우면 바로 돌아오라며 떠났다. 지금까지는 사위가 있어 든든하게 안심여행을 했지만 식구를 보낸 이별의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안전운행이 걱정 되었다.
내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제네바 시로 들어왔다. 교통이 복잡하고 우리가 예약한 호텔에 주차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상가 거리 주변도로에 주차할 수는 있으나 주차하려는 차가 많아 자리 잡기가 힘들었다.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시내구경에 나섰다.
스위스 최대의 레만호수Lac Leman는 동서 길이가 72km다. 145m에 달하는 대분수의 물줄기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호수 둘레로 형성된 상가의 야경은 어둡고 침침하였다. 바람이 폭풍전야처럼 세게 불고 추워 숙소로 돌아왔다.
영국 집에 도착한 딸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한 달 채우려 말고 돌아오라고.
레만호수Lac Le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