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축축히 내리고 있었다. 수동상인(上人) 장운기는 장가장 한쪽 모퉁이에 홀로 고고히 피어있는 빨간 프록스 꽃을 물끄러미 처다보고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수동계곡의 고요함 속에서 한여름에 이렇게 고고히 홀로 피어 있는 꽃이였다.
먼 발치의 축령산 남이장군 바위가 한뼘에 달려 오듯 눈앞에 어른 거리고 있었다. 조선 세조시절 당시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남이 장군이 어릴 적 무예를 닦았다는 남이 바위 아닌가…
유자광의 거짓 고변을 들은 예종이 스물여덟의 남이를 죽이자 이 지역 사람들이 그 영혼을 위로하고자 남이와 관련이 있는 이 산을 축령산으로 이름 지었다는 전설의 산중에서 수동상인은 정초 영웅들을 소집한 것이다.
하나 이 회합은 수동상인 장운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송도혈마의 계략에 의해 소집된 강호최대문파 정초회의 비공식 대회였다…
“히히히----힝”
제일 먼저 냉면무심객과 순창쌍살, 자흥노독을 태운 흑두마차가 장가장에 도착하였으며, 안암논객도 부인인 숙경사태와 함께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공무파의 영암검사, 해남판관, 살사문의 살사일검이 사뿐히 말에서 내렸다. 독두문의 양대고수인 독두당랑과 통풍거사 역시 전주보살과 거제사태를 데리고 표표히 장가장으로 당도하고 있었다.
송도혈마 역시 먼저 도착하여 수동상인과 함께 정초 영웅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두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예를 올리고 있었으나 속마음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
“강호무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두 함께 건배 합시다 “
정초회주를 맡고 있는 순창쌍살 박상익이 건배를 제시하고…이어
수동상인 장운기도
“
그 동안의 강호은원들이 모두 정화하기를 바라며
이번 집들이 잔치에는 그동안 은인자중하던 송도혈마가
죽은자도 일으키고 남쪽바다에서만 생산되어 구하기 힘들다는
곰장어 12kg을 찬조하고 거기에 더하여 숯불에 구어 서빙까지 함으로써
그동안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일거에 만회하였다는….
첫댓글 달빛에 그을리면 전설이되고, 햇빛에 바래면 신화가 되는 것이야.
그날 모든 주연이 냉면무심객의 호랑에서 나왔구나. 단검에 타격이 크겠구려...
다음 11장은 언제쯤 출간되나요 기대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