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폰으로는 글을 잘 못 쓰는데 애들이 제가 노트북 잡으면 가만히 안둬서 폰으로 열심히 써 보겠어요.
첫째 산부인과 정하기
저는 2020년에 NC에서 오스틴으로 이사했고 그때 첫째가 임신 16주쯤이었어요. 오스틴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집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 구글 리뷰 좋은데 무작정 전화했어요. 물론 보험이 되는지는 확인했구요. 블로그를 살펴 보니까 산부인과의 분만 시설이 같이 있는 곳에서 진료를 받으면 출산까지 진료 받는 거를 선불로 내게끔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부로 분만 시설이 없는 곳을 정했어요. 그때는 한참 코로나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라서, 한국에 가서 출산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전화해서 의사를 정해야 되는데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아무나 괜찮다. 대신 동양인 산모를 많이 경험해 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딱히 반영 된 거 같진 않아요. 우리 의사는 친절 하지만 그렇게 유능한 의사는 아니었어요. 아 그리고 이 병원도 둘째 낳고 Ascension 으로 편입되서 지금은 분만병원이 있는 산부인과가 되었네요.
유도 후 응급제왕
39 주차가 돼서 마지막 진료를 하면서 유도 날짜를 잡았어요. 그런데 며칠 후 전화가 와서 그 날 안 될 수도 있다고 다른 날로 잡자고 하더라구요? 근데 마침 전화 받은 그날 점심을 먹는데 뭔가 생리같이 물이 세더라구요. 그래서 산부인과에 전화 하니까 양수가 새는 거 같다면서 짐 다 챙겨서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출산 가방싸놓은 거를 들고 두시쯤에 병원으로 갔구요. 간호사가 종이 같은걸로 테스트 하더니 양수가 맞다면서 분만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 전에 진통이 있으면 어떻게 할지, 나 내려주고 남편 어디에다가 주차 하고 이런 거 다 시뮬레이션 했는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 그냥 쫄래쫄래 걸어서 들어갔어요. 그때까진 아무런 진통이 없었거든요. 유도 잡을 때 언제 된다 안된다 해서 마음이 불안했는데 출산 특성상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막상 낳으러 가면 다 자리가 있는거 같아요.
녹여 먹는 약 같은 거를 먼저 먹고 그걸로 안 되면 옥시토신으로 유도 하는 스케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유도약은 4시쯤 먹었던 거 같은 데 5시 반쯤에 양수가 촤아하고 터지면서 진통이 오더라구요. 제가 아픈 걸 진짜 못 참는 사람이라는 거를 깨달은 게 일곱 시쯤 되니까 너무 아파가지고 에피듀럴 넣어 달라고 했어요. 근데 저 같은 사람이 많이 없는지 ㅋㅋ 간호사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약간 황당 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의사 (제 담당의는 퇴근했고 미리 소개 받은 당직의) 가 와서 일단 다른 진통제를 먼저 넣어 주겠다 해서 넣었는데 졸리기만하고 진통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요구를 했고 8시반쯤인가에 에피 듀얼 넣었던 거 같애요. 그리고 저는 황당하게도 잠이 들었어요. ㅋㅋ
12시쯤에 간호사가 절 깨워가지고 애기 심박수가 떨어진다고 자세를 바꿔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자세를 바꾸고 얼마나 열렸는지 간호사들이 계속 내진하고 그러다가 2시쯤인가 당직의가 와서 응급 제왕 해야 된다고 싸인을 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가보다 하고 수술실로 옮겨졌는데 남편은 그때 엄청 무서웠다고 하더라구요.
의사가 뭐 할 말 있냐고 물어 봐서 나 켈로이드성피부니까 신경 써 달라고 했는데 의사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그런 눈으로 쳐다 봐서 좀 쫄았었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되게 상냥한 의사였어요. 그때 제 기분이 그냥 그랬었나 봐요.
수술이 다 끝나면 회복실로 옮겨 지는데 마취약 부작용인지 제 몸이 덜덜덜 떨려가지고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닌데 계속 젖을 물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못 하겠다고 하다가 한 1시간 쯤 뒤 부터 물렸던 거 같애요. 그리고 병실 준비가 됐다고 해서 아침 7 시쯤에 옮겼어요, 원래 제왕을 하면 3박4일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때 한참 코로나 때라 보호자가 밖으로 나가면 다시 못 들어 온다는 거에요. 그래서 남편이 계속 같이 있었는데 너무 불편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2박3일 있다가 퇴원했어요. 그게 너무 후회 돼서 둘째 때는 3박4일 있다가 나왔습니다. ㅎㅎ (근데 또 오래 있는만큼 병원비를 더 내는 거 같아요.)
암튼 저는 제왕 둘째날에 샤워하고 걸어다니고 했어요. 미국 제왕은 한국에 비해 회복이 엄청 빠르다고 해요.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둘째 제왕
제왕절개를 하면 출산 후 다음 임신까지 18개월을 띄우라 하더라구요. 절개한 부분이 아물기 전에 늘어나서 찟어지는걸 방지하고자 하는거 같아요. 그렇게 튿어지면 산모가 죽을 확률이 엄청 높다고 하네요? 근데 전 노산이라 12개월 후 첵업때 의사 (수술해준 의사가 좋아서 그 분으로 담당의 바꿈. Dr. Natasya Ikbal. 간호사들한테 물으니까 다 그 샘 잘하는 샘이라고 하더라구요. 대신 진료 받을 때마다 대기시간이 좀 길어요.) 샘에게 언제 다시 임신할 수 있을지 물었더니 바로 시도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서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5개월 걸려서 18개월 띄워지게 되었어요 ㅎㅎ
둘째는 당연 제왕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사가 브이백(제왕 후 자분)을 권하는 거예요. 거기서 의사랑 실갱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생각해 보겠다 정도로 넘어갔었는데 그 후로 굉장히 큰 자궁 경부 용종이 발견 돼서 자연분만은 불가능하다 라고 판정을 받고 제왕절개를 확정했어요. 용종 수술을 먼저하면 출혈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제왕하고 바로 용종 제거 수술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즈음에 제가 난관절제술 이라는걸 알게 되었는데요. 남자들 정관수술같이 난관을 절제하는 영구피임수술이에요. 제왕을 하면 개복하는 김에 김에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들어서 의사에게 물어보니 놀라면서 내가 너한테 안 물어봤나? 하더라구요. 보통 의사들이 노산 제왕 산모에게는 물어본다고 해요.
둘째는 제왕 스케줄은 39주차 목요일로 잡았어요. 목요일에 수술하면 3박4일 입원하고 일요일에 퇴원해서 월요일부터 이모님에게 케어 받음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첫째는 자분하려고 들어갔다 응급 제왕한거라 처음에는 분만실에 있었는데 제왕은 회복실에서 준비하더라구요. 회복실이 분만실의 절반? 1/3 정도로 작아서 좀 답답했어요. 물론 애 낳고 회복할때는 그런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제왕하러 수술실 들어가면 원하는 노래도 틀어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요. 수술도 금방 끝나고 다 좋았는데 둘째 숨쉬는게 이상하다고 폐에 물이 안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제왕하는 아가들은 눌려서 나오는게 아니라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해요. 소아과 의사들이 한참을 관찰하고 이게 뭔가 인위적으로 빼낼 수 있는게 아니라서 회복실로 옮겨가서도 skin-to-skin 계속 하라고 그게 도움된다고 해서 방금 출산한 몸으로 4시간 정도 몸에 애를 얹어 놓고 있었어요. 굉장히 힘들었고 또 나중에 보니까 그 왔다갔다 한 소아과 의사들 빌이 꽤 비싸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NICU에 데러가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어요. 결과적으로 아~무런 조치없이 그냥 자연적으로 좋아져서 모자동실로 다음날 왔구요. 그거 땜에 또 한 1000불 더 낸거 같아요;;
산후조리 이모님
첫째 때는 이사한지 얼마 안되서 이모님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몰라가지고 결국 친정 엄마가 2달 반정도 와계셨다 가셨어요. 둘째는 좋은 이모님 모시고 케어 받고 싶어가지고 여러 엄마들이 추천한 유선경 이모님을 병원도 가기 전 임테기 두줄 떴을 때 연락드려서 예약했습니다 ㅎㅎ 출퇴근 8-5로 일하시고 3주 기본이에요.
저는 모유 직수 해서 제가 애 먹이면 바로 이모님께서 안아서 트름 시켜주시고 분유나 남은 모유로 보충해 주시고 놀아주시고 재워주세요. 제가 모유 수유 하는 동안 저 먹을꺼 준비해 주셔가지고 저는 진짜 애 먹이고 바로 식탁에 앉아서 간식 먹고 그 다음에 그냥 쉬면 되요. 저희 둘째는 잘 자는 애여가지고 이모님께서 집안 청소도 해주셨어요. 원래 집안일은 요리, 설겆이, 애기 빨래, 애기 젖병 설겆이 + 소독 정도인데 저희 아파트는 작기도 하고 애가 너무 순하고 모유수유니까 씻을것도 많이 없고 일이 없다면서 찬장 정리도 해주시고 먹고 싶은거 있음 더 만들어 주시고 했어요. 남편 음식, 첫째 음식 (이건 추가금 있음) 도 만들어 주십니다. 주말에 먹을 것들도 냉장고 가득 만들어 주시고 가셔서 제가 정말 할게 없었어요.
애기 목욕은 직접 다라이(?)를 가져오시더라구요. 애기 작을 때는 아기 욕조도 커서 직접 가져오신대요. 그리고 조리 도구도 집에 없으면 본인꺼 가지고 와서 하셨어요.
이모님 계신다고해서 룰루랄라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혼자서 밤수를 해야 했으니까요. 저희 남편은 낮잠 못자고 밤에 꼭 잘 자야하는 스타일이라 밤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데요. 혼자서 비몽사몽 일어나서 애 먹이고 트름시키고 기저귀 갈고 놀고 다시 자고 조금 있다가 그걸 또 하는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밤수하는데 남편이 못일어나는 집은 꼭 이모님 모시기를 권합니다. 그 정도도 케어 못받으면 화딱지나서 이혼하고 싶어질 수 있어요. ㅎㅎ
이모님은 개인적인 이야기 많이 안하시고 묵묵히 일하시는 스타일이에요. 저도 특별히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사항이 없는 스타일이라 꽤 잘 맞았어요.
한 가지 변수가 2023년 1월말에 무슨 윈터스톰이 있어가지고 길이 다 막혀서 3주차에 3일 못오셨어요 ㅜㅜ 그나마 3주차라 얼마나 다행인지... 다행히 음식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걸로 버티고 못오신 날은 그 다음주에 보충해 주셨습니다.
둘째 출산 후 회복
그리고 둘째 제왕 회복도 저는 엄청 빨랐어요. 흉터도 첫번째보다 더 작아졌더라구요. 첫째 응급 제왕하게된 날에 담당의가 제왕 잘하는 분이었다는게 큰 행운이었던가 같아요. 둘째 때 그 분으로 바꾸고 후기에 태동검사도 자주해주시고 초음파도 자주 해주셔서 좋았어요.
아 근데요... 살이 정말 안빠져요. 저 지금 인생 최대 몸무게인데 진짜 임신한 것도 아니고 이 몸무게여도 되나? 싶습니다. 얼른 살 빼고 싶은데 미국은 데이케어 비용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둘째 2돌까지 가정 보육 하기로 했거든요. 육아하는데 힘은 드는데 운동은 못하고... 물론 제 의지에 달린 일이겠지만 너무 힘드네요. 다이어트 시급한 모든 엄마들 화이팅 입니다!!
딱히 공유할 사진이 없어서 첫째 둘째 뒷모습이나마 공유해 봅니다 ㅎㅎ
첫댓글 혹시 산후도우미 이모님 비용을 어느정도 주셨나요
어느 정도를 드려야 적당한지 몰라서요
이모님들마다 원하시는 금액이 있을텐데요. 2023년 초 기준 출퇴근은 주 1200불이었어요. 아마 물가 상승 땜에 지금은 더 오르지 않았을까요? 끝나고 팁 한 10% 해드렸어요~
아구...고생많으셨어요!! 애기들 뒷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저 뒷모습보면 정말 많이 뿌듯하시겠어요^^ 다이어트..ㅜㅜ 저도 정말 운동하고 싶어 죽겠어요ㅠㅠ 일단 저도 18개월까지는 버텨보려구요. 하...운동하는 모습을 상상만 하네요 요즘은ㅎㅎㅎ
맞아유~ YMCA 나 라이프타임 같은데 맡아주는데 미리미리가서 애 적응 시켰어야 하는데 집에서 델꾸만 있었더니 엄마 껌딱지라 이제는 30분 떨어져 있기도 힘드네요 ㅎㅎㅎ 기관 가려면 좀 떨어뜨리는 훈련 시켜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와 생생한 후기 정성스럽게 적으시고 고생많으셨어요!! 폰으로 글 작성하는거 저도 어렵더라고요. 응급제왕인데도 담담하게 대처를 잘하시고 좋은 선생님 만나서 잘되었어요!! 아가들 뒷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워요!!
정성스러운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폰으로 작성하는거 어려운데 이렇게 길게 잘 정리해서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첫째때도 마취 부작용에 둘째때도 NICU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빠르게 잘 회복하시고 산후조리 이모님도 잘 만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살은 우리 편하게 맘 먹고 천천히 빼기로 해요.... ㅎㅎ 형제가 사이좋게 걸어가는 모습이 뒷통수도 밤톨같이 예쁘네요. 응급 제왕에 힘든일들 많으셨지만 예쁜 아기들과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07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