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신부
_유능화/연세필의원
# 27년 동안 ‘신부님’소리만 듣고 살았던 신부님이 안식년을 이용해서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신부님’ P 신부의 글을 모 잡지에서 읽었습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으로 나왔다는 그는 신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서 자식들 공부 시키고+집 장만하고+ 헌금을 내는지 알려고 일부러 자원한 것입니다.
안식년에 바닥 인생을 체험하려고 하는 발상도 멋지고 ‘사랑’의 참된 의미를 쓰레기통을 통하여 깨닫는 것도 참으로 신선하게 닥아 옵니다.
# 그는 그동안 강단 위에서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 했는데 청소부로 일해 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가 그것을 줍기 위하여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정말 평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질투도 없습니다. 그게 참 사랑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랑은 오래 참으며, 온유하며, 투기하지 아니하며......”의 거창한 사랑이 아니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만 제대로 버리더라도 사랑임을 깨달은 P신부님은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 받았는데 허리를 펼 뜸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든 것입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을 걸레질 하고 잠간 쉬었다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 것은 견딜 만 했는데 사람들의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한 여성이 커피가 잘못되었다고 자판기 앞에서 불평을 하길래, P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넣어서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 주었는데 그 여성 왈 “ 고마워요. 저건( 잘못돼서 걸쭉하게 된 커피) 아저씨가 드시면 되겠네.“ 하더랍니다.
내가 그때 청소복이 아니라 신부복을 입고 있었다면 그 여성이 어떤 인사를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 또한 그 순간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때문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신자들이 허리 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와 온종일 허리 굽혀 휴지를 줍는 청소부의 오버랩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교만(?)의 껍질이 조금은 벗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퇴근하면 배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식사하고 곧바로 떨어진다.”며 본당에 돌아가면 자기처럼 피곤하게 일주일을 보내고 주일미사에 온 신자들에게 평화와 휴식 같은 설교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라도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똑바로 버리렵니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 사랑이니까요. 그런데 사람을 외모로만 보고 本質을 파악 못하는 저의 습관은 언제 고쳐질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좋은 오늘
더 좋은 내일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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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쓰레기 항상 쓰레기 통에 버려요 ㅎㅎ (자화자찬)
커피 자판기 앞의 여성.. 정말 그런사람도 있나봅니다?
가난하고 낮은곳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해봅니다.
지극히 작은자에게 한것이 곧, 나에게 한것이라고..하시며..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
시편말씀도 떠오릅니다.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그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과 같이
우리도 외모로 사람을 판단치않는 善하고 福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진실로-
음악이 좋아서.. 또 다시 글도 읽어 봅니다.
이 원장님, 교회를 아주 열심히 다니는 신실한 분입니다. 우리 사무실 2층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