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케인스주의가 국내적, 국제적 수준으로 정착되고 있었던 1950~1960년대에, 과거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신생독립국가들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1946년 필리핀, 1947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1948년 버마(현재는 미얀마), 남한과 북한, 말레이시아, 1949년 중국, 1951년 가나, 리비아, 1956년 수단 등 과거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 건국이 잇달아 진행되었다.
이러한 탈식민지화(decolonization) 과정을 통해 세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자본주의 선진국들인 미국, 서유럽, 그리고 일본을 합친 제1세계(The First World)와
소련을 위시한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으로 구성된 제2세계(The Second World),
그리고 주로 서구의 구식민지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들이었던 제3세계(The Third World)가 그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구도가 형성되었는데, 제3세계 국가들은 양 거대진영과는 거리를 둔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자 했다.
단적인 예로 중국, 이집트, 가나,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유고슬라비아 등 29개국은 1955년 인도네시아의 반둥에 모여 반식민주의와 제3세계의 단결을 선언하는 '비동맹회의(반둥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공식적인 식민지배의 종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구식민국가의 일방적인 경제적 지배를 폐지하고 신생독립국가들을 국제사회의 평등한 일원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프라샤드, 2015).
그리고 국제연합(UN) 내에서 주도적으로 UN무역개발회의(UNCTAD)를 구성하여, 선진국들로부터 제3세계 국가들의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시도했다.
식민지 시기의 일방적인 지배-종속 관계로부터 탈피하여 민족주의적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제3세계 국가들의 새로운 지향이 바로 '발전주의'였다.
이들은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선진국과의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입대체산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좀 더 단기적이고 효율적인 성장을 목표로 국가주도적 발전전략을 채택했다.
1950~1960년대의 국제적 환경은 발전주의의 성공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세계은행은 제3세계 국가들에게 풍부한 차관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공업화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요인은 제1세계와 제2세계 사이에 형성된냉전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경쟁구도하에서 각각 제3세계를 자신의 편으로 유인하고자 했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군사적 지원과 투자를 이들에게 제공했던 것이다.
그 결과 제3세계 가운데 이러한 조건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몇몇 국가들, 예컨데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 브라질, 멕시코 등은 제조업 중심의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맥마이클,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