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가 창간한 1969년 무렵은 우리나라의 TV광고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69년 MBC TV가 개국해 64년 앞서 개국한 TBC TV와 함께 상업방송시대를 열고 있었다.
상업방송의 꽃은 광고(CF). 바야흐로 양대 민방이 본격경쟁에 나서면서 CF도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슬라이드 필름을 이용한 초기 TV광고에서 스토리 보드가 있는 흑백필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컬러TV가 도입된 80년부터는 아예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치열한 CF전이 전개됐다.
강산이 세번 변한다는 30년간 TV광고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또 한국의 TV광고를 대표하는 CF모델들은 누구였는가.
▲TV광고의 형태 변화
우리나라 최초의 CF는 56년 5월 12일 HLKZ-TV 개국일에 방송된 유니버어설 레코드의 광고였다. 이후 60년에는 만화가 신동헌이 ‘야야야 차차차...’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선원들의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CF에 있어 일대 혁신이었고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기도했다.
이후 70년대에는 미녀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한 태평양화학의 화장품 광고, 해태제과의 ‘열두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농심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동양제과의 ‘아빠 오실때 줄줄이 사탕’, 보령제약의 ‘이소리가 아닙니다 용각산’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여성 스타킹 광고 ‘캉캉’이 화제작이었다.
80년 컬러텔레비전 시대의 개막은 TV광고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됐다. KBS MBC등은 광고 제작부에서 비디오 테이프로 자체제작했는데 내용이 단조로왔다.
영화진흥공사 특촬부에서 마무리 작업을 했는데 시간도 많이 걸렸고 화질이 깨끗하지 못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작업을 한 경우는 깨끗한 화질과 발전된 크리에이티브를 얻을 수 있었으나 비싼 제작비와 교통비가 문제였다.
90년대 접어들면서 매체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SBS TV가 91년 12월 첫전파를 쏘았고 케이블 TV가 95년 3월 방송을 시작하면서 TV광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정보통신 산업이 부각되면서 이동통신과 PCS 광고는 과거 CF의 대명사라고 할수있는 화장품이나 제과 음료를 제치고 가장 노출량 많고 광고비 투자가 많은 분야로 떠올랐다. 톱모델들을 앞다투어 자사 모델로 끌어들였고 유머광고에서 휴머니즘에 소구하는 광고, 섹스 어필 광고등 광고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전략들이 도입됐다.
▲TV광고모델
CF모델의 역사는 화장품 광고 모델의 역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에 있어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분야가 화장품이고 연예계의 미녀톱스타들은 모두 화장품 광고를 통해 등장했다.
국내 첫화장품 광고 모델은 56년 영화배우 김보애였다. 태평양화학 아모레 ABC 크림과 100번 크림의 모델로 등장한 김보애는 당시 전형적인 계란형 미인이었다.
60년대에는 이처럼 완벽한 현모양처형, 복스러운 얼굴의 동양적인 모습이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영화배우 출신 미인들이 화장품 모델로 나섰다.
첫 화장품 TV광고 모델은 69년 태평양 아모레 화장품의 홍세미였으며 70년대 화장품모델로서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아닌 주미였다.
73년부터 78년까지 태평양의 간판 모델로 활동했던 주미는 어린이에게 무용을 가르치던 선생님출신이었다. 태평양은 이후 주미라는 장수모델로 성공을 거두자 신인들을 캐스팅해 스타까지 키워내는 관리전략으로 재미를 보았다.
82년 MBCTV 청춘쇼프로 <영11>에서 백댄싱팀‘영스터스’의 멤버로 활동하던 황신혜를 모델로 캐스팅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80년대초에는 LG드봉화장품이 새로운 화장품업체로 등장하면서 소피 마르소라는 외국인 모델을 캐스팅하는 강수를 썼다. 이를 통해 LG는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는 외국인 모델이 한국에 와서 CF촬영을 한 첫번째 사례이기도했다.
화장품광고 모델이 되기 전단계라는 제과광고는 롯데와 해태 빅2의 대결장이었다. 80년대 중반 가나초코렛의 모델로 나선 채시라는 수년간 롯데제과의 얼굴이었고 자체 모델 충원을 위해 실시한 미스 롯데 선발대회는 신인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 첫 미스 롯데인 서미경을 비롯, 80년대 초반의 원미경이 유명했고 이혜숙은 미스 해태로 유명했다.
정윤희는 해태제과의 간판모델로 눈길을 끌기시작해 이후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하는 톱스타로 성장했다.
현재 CF모델시장은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이다. CF=인기의 척도라는 말처럼 최진실 김희선 심은하 고소영 전도연등이 90년대말 광고시장을 주도하는 톱모델로 활동하고있다. 【홍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