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0.
느긋한 점빵
"제가 귀촌 1세대입니다."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곱다. 구례 귀촌 1세대라면 70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젊어도 너무 젊다. 조그마한 가게 내부에는 훤히 들여다보이는 빵 제조실이 왼쪽에 있다. 출입문 오른쪽으로는 점빵에 있을 물건들과 주먹만 한 크기의 식빵들이 진열되어 있다. 바닥에는 유기농이라 표시된 양파, 당근 등의 야채가 몇몇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딱 시골 구멍가게 모양이다.
이런 곳에 빵집이 있다니 어처구니없다. 읍내에서 족히 2km 이상 떨어진 30여 호의 적은 동리에 자리 잡은 그야말로 작은 빵집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텅 빈 겨울철 논바닥들만 보인다. 손님이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장소다. 장사가 잘되냐고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왜냐고? 화를 내거나 신세를 한탄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내공이 느껴진다. 뭔가 다른 게 있을 것만 같다.
유기농 빵과 식재료, 가공품 등을 판매한다고 한다. 유기농 재료로 백미 식빵, 현미 식빵, 흑미 식빵을 구워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빵집이다. 그래서 상호가 '느긋한 쌀빵'이다. 옆에는 '느긋한 점빵'이라는 상호도 같이 붙어 있다. 유기농 쌀빵과 유기농 제품들을 진열해 놓은 것으로 보아 유기농 마니아임이 틀림없다.
한 낮인데 손님은 우리 둘이 전부다. 점심으로 감자빵, 고구마빵, 팥빵 3개를 먹었다. 방문 손님보다 SNS를 통한 배송이 중심인 모양이다. 카카오톡으로 180여 명의 회원을 위해 유기농 쌀빵을 굽는다고 한다. 글루텐뿐만 아니라 우유, 버터,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건강한 빵이라고 한다. 여사장님의 미소에서 여유가 보인다.
구례에는 효모빵을 만드는 '월인정원 오후 3시 빵집', 자연 효모로 자연 발효하여 식사용 빵을 만드는 '목월 빵집', 우리밀 케이크를 만드는 '사나래밀' 등의 몸에 좋은 빵을 판매하는 빵집이 여럿 있다. 모두가 상당히 비싸다. 주말이면 그 비싼 빵을 구매하려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몸에 좋은 밀가루가 있나 보다. 은퇴자에게는 비싸면 부담스럽다. 느긋한 것도 좋고 유기농도 좋다. 하지만 너무 비싼 건 싫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짠맛 강한 바게트도 별로긴 마찬가지지만.
첫댓글 참 재미지다 뒷집지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아주 느긋한 신입이요
내가 극작, 연출, 구성한걸 주연으로 출연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