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7.
남창오일장
생선을 사러 왔다. 최남단 오일장으로 나를 이끈 것은 오로지 반건조 생선이다. 시골 할머니들이 손수 깨끗하게 손질해서 좋은 햇살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생선을 구하러 왔다. 남창오일장은 소문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유통과정이 짧아 값이 싸고 맛도 좋은 생선이 가득하다. 팔려는 상인과 사려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흥정이 보인다. 곁눈질만 슬쩍 던지고 돌아서는 손님을 잡으려고 호객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닌다. 나는 이런 이유로 전통시장을 좋아한다.
전통 오일장이다. 해남에서 완도로 건너가기 직전의 해안가인 북평면 남창리에 위치하며 2일과 7일에 장이 선다. 족히 1,000평은 됨직한 장터에는 철제 기둥 위에 투명 플라스틱 지붕을 덮었고, 방풍벽까지 설치했다. 시멘트 바닥에 전을 펼친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두툼한 외투와 넓고 긴 목도리를 둘렀다. 봄의 2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에도 체감온도는 여전히 영하다. 뉴스에서는 연일 한파주의보를 보도하고, 강한 바람과 추위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이런 추위에도 활어와 건어물, 해조류, 어패류를 진열한 노점상들로 빽빽하다. 해산물 사이에 양파, 고구마, 시금치, 콜라비, 미나리, 당근 등 농산물도 보인다.
반건조 돔을 찾았다. 분홍색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긴 여섯 마리의 돔은 밝은 은빛으로 황홀하게 곱다. 내가 원하는 생선이란 것을 첫눈에 딱 알았다. 돔 여섯 마리를 삼만 원이라 한다. 흥정 중에 “이 생선이 제일 맛있어요”라며 끼어드는 아주머니의 참견 때문에 콩알만큼의 의구심조차 갖지 못했다. 조기 다섯 마리를 더 올려놓으며 오만 원에 가져가라고 한다. 홀린 듯이 돔 여섯 마리와 조기 다섯 마리를 샀다. 이 많은 생선을 언제 다 먹지. 매일 굽고, 찌고, 삶아야 할 판이다.
짜다. 몹시 짜다. 조기도 짜고 돔도 짜다. 생선을 굽지 않고 채반에 받쳐 찐 데는 이유가 있다. 국토 최남단 해남의 반건조 생선 맛을 오롯이 느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생선의 단맛과 고소함은 뒷전이고 다짜고짜 짜기만 하다. 인상을 찌푸릴 만큼 짜다. 사실 나와 아내는 평균보다 훨씬 싱겁게 상을 차린다. 간이 약한 음식은 간장을 찍어서 먹으면 되지만 짠 음식은 달리 대책이 없다. 또한, 간이 없어야 재료가 가진 진정한 맛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큰일 났다.
대책이 필요하다. 짠 생선의 짠맛을 줄일 요리 방법이 없을까. 넓은 전골용 냄비에 무 반쪽을 1cm 두께로 썰어서 깔았다. 돔을 세 마리 올리고 물을 가뜩 부었다. 약한 불로 오랫동안 끓였다. 대파, 양파, 소금, 고춧가루를 더했지만, 소금이나 간장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생선이 품고 있는 짠맛은 물과 무에 중화되었으리라 확신한다. 냄새로는 알 수 없으나 국물에 녹아내리고 무가 흡수했을 테니 완벽한 요리임이 틀림없다.
여전히 짜다. 무척 짜다. 이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듯한데 전혀 추리할 수 없다. 다시 가야겠다. 남창장터에서 간하지 않은 심심한 반건조 생선을 구하러 서둘러 가야겠다. 맛있다는 쏨뱅이도 찾아봐야겠다.
첫댓글 달리 요리 방법이 있나?
한여름도 아닌데 그렇게 소금 붓고 말릴이유가 없는데
알아봤지... 소금을 뿌리는 게 아니라 소금물에 담궜다가 말린다네.
너무 오랫동안 담가두면 그렇게 짜진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