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OOR CLIMBING
장 기 활
고도화된 장비와 첨단 테크닉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현대 등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비는 하루가 다르게 개선, 발전하고 있으므로 잠시 한눈을 팔다보면 지나간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마침 금년은 라인홀드 메스너가 17년간에 걸쳐 히말라야의 8000m 거봉 14좌를 모두 등반함으로써, 등산 올림픽(?)의 금메달 수상자로 결정된 해이다.
엄청난 기록인 동시에 17년간의 체력 안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방대한 자료며 기록들을 어떻게 수집, 분석했는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국내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몇몇 산악회를 제외하고는 엄두도 내지 못할 어마어마한 분량이리라. 악우회에서 아이거 북벽 등반 계획을 세워 놓고 남산 밑의 전세방에서 합숙 훈련을 할 때, 수집한 정보와 등반 루트를 매일매일 토론을 통해 분석, 검토한 일이 있다. 일종의 IN - DOOR - CLIMBING인 셈이다.
후일 등반 성공 후 이 토론이 굉장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고 실토한 게 계기가(?)되어 성균관대의 안나푸르나 훈련시에는 대원 필독서로 정하여 의무적으로 등반기를 정독케 한 일이 있다. 집념의 사나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등반의 세계에서 다른 팀의 기록을 분석하여 내 경험으로 만든다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해서 등반 기록 내지는 등반기를 읽어야 하며 이울려 루트(지도)까지도 분석하였을 때 좀 더 깊이 있는 등반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암벽에 매달리다가 계절이 바뀌면 빙벽을 하고, 야간 산행과 장기 등반을 들어가고, 독도법 교육을 하는 게... 우리의 1년 산행 기록이다. 우물안 개구리 식의 초라함 속에서도 우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된 것이다. 다른 것 다 제쳐놓고라도 외국 기록을 분석, 검토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아예 "읽는다"는 자체마저 거부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이래 가지고는 우리의 내적인 양식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테니 어떤 방식으로든 탈피해야한다. 그 지름길이 IN - DOOR - CLIMBING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상국 회원의 해외 등반에 이어 오랜만에 남동건 회원이 알프스에 다녀 왔다. 실질적인 등반 경험도 중요하지만 좀 더 진취적인 그러면서 비중 있는 등반이 될 수 있도록 연구 검토하는 자세로 IN - DOOR - CLIMBING에도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