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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안록키 빙폭원정 보고서
캐나디안록키(CANADIAN ROCKIES) 개요 캐나디안 록키는 캐나다의 알버타주(ALBERTA)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맥으로서 남으로는 미국의 글레이셔, 옐로 스톤 국립공원 그리고 콜로라도, 유타, 뉴멕시코, 아리조나까지 이어져 뻗어있는 장대한 산맥이다. 원 정 개 요 대의 명칭
대상지 원정기간 대원구성(총 6명)
원정결과 총경비 총 화물량 주요일정 원정일정
빙폭등반보고 부 근 호
* Lower Weeping wall Right-Hand : 1979년 초등 John Lauchlan, Raymond Jotterand 92년 2월 16일(일) 맑음 - 위핑필라 등반 어제 하루를 푹 쉬고 컨디션은 좋은 상태다. 금석이형과 내가 푹 자라고 오늘 아침 식사는 새벽 5시부터 운회형과 혜영이누나가 준비하고 있었다. 6시가 조금 지나 기상하여 출발준비를 마쳤으나 너무 일러 약 20분간 시간을 보내고, 형님들이 금석이형과 나를 먼저 태우고 Weeping Wall로 향한다. 캠프정리와 설것이는 운회형과 혜영이누나 몫이었다. 미안한 마음뿐이고 오늘은 어떻하든 등반을 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긴다. 용문이형은 차를 돌려 다시 캠프로 향하고 종선이형님의 격려를 뒤로하고 얼음밑에 서니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한다.(08:40) 장비를 챙기고 먼저와 같은 등반방식으로 등반하기로 하였고 Upper Weeping Wall 등반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Lower Weeping Wall의 등반시간을 단축시키려고 가장 쉬워 보이는 루트로 등반을 시작하였다. 단번에 60m를 등반하여 확보를 마치고(08:42) 금석이형이 출발하여 바로 Lower Weeping Wall등반을 한다. 완경사인 곳은 눈이 덮히고 속은 얼지 않아 경사진 바위를 어렵게 아이젠이 "벅벅"소리를 내며 올라 10:13 소나무에 확보를 마쳤다는 무전 연락이 온다. 최대한으로 빠른 속도로 등반을 하기로 다짐을 하며 출발하였으나 얼음이 없는 곳을 피해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보다 더 어렵게 Lower Weeping Wall을 마치고 금석이형과 도킹하였다.(11:04) 담배한대를 피우니 꿀맛이다. 이틀전 럿셀해둔 길을 따라 올라가니 휠씬 수월하게 중단설사면을 지날 수 있었다. Lower Weeping Wall에 도착하여(11:50) 같은 방식으로 12:08에 내가 먼저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직벽에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고 동굴로 들어가 동굴에 설치된 확보지점을 이용하였다. 12:47 도착하여 금석이형에게 출발무전교신을 하니 곧바로 금석이형이 올라 오셨다. 13:11 형과 만나 나머지 구간을 걱정하며 동굴속에서 담배도 피우고 간식도 먹고 꿀차도 마시며 "형! 고생문이 훤~하다" "행복 끝, 불행 시작"하면 마음을 달래 본다. 금석이형이 꿀차를 한잔 더 마시더니 "간다" 말한마디 하시고 출발한다.(13:31) "형! 스크류 팍팍 치고 나가요." "그래!" 어려운 얼음을 한스템 한스텝 조심조심 올라 간다. 나는 동굴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기록을 위하여 무전기로 확보지점을 설치할 때 형님들게 보고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자일이 얼마 남았냐고 물어온다. 약 30m 남았다고 전하니 잠시후에 "완료" 소리가 들린다.(14:43) 형이 확보물을 설치하는 시간을 기다렸다. 14:52 출발한다. 후등이라는 안전성을 이용하여 최대한 속도로 픽크를 번갈아 찍으며 어떻게 올라가는 지도 모르고 그저 시간단축을 목적으로 무아지경속에서 등반을 한다. 오르는 중 도대체 형은 어떻게 이곳을 선등으로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석이형의 얼굴이 보이고 형과 한곳에 섰다.(15:28) 손은 펌핑이 되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후등이니 이렇게 미친 듯이 올라오지 선등이라면 절대 자신이 없었다. 내 실력의 한계를 느낀 피치였다. "헉 헉 형!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니가 할래?" "형이 하세요. 난 자신이 없어요" 확보를 바꾸고 금석이형이 다시 출발한다. "간다!" "예! 형 수고하세요. 헉헉" 오후 들어 햇살이 비치면서 표면이 녹기 시작한지 한참 되었다. 낙수도 심해지고 겉으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얼음이 약 10cm 균열이 있고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금석이형의 무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음의 균열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금석이형은 이제 막 마지막 피치를 넘어서고 있다. 설사면에 올라 확보지점을 찾아 올라가는 검석이형은 이제 등반이 끝났다고 여유를 갖는 것 같다. 이 때 머리 윗쪽에 있는 길이 10m 폭 1m정도의 얼음덩이가 벽으로부터 분리되며 굉음을 내며 약간 주저 앉는다. 겁이나 형에게 빨리 확보하라고 재촉하였다. 금석이형의 완료소리가 들리고(16:55) 곧이어 회장님과 형님들께 감사한다는 인사말이 무전기 속에서 들려 온다. 나는 얼음이 곧 무너질 것 같아 간이 콩알만해 졌는데... "고맙습니다. ~칙~~해서~칙~하겠습니다~칙~하고요."하며 계속 숨찬 목소리로 외친다. 이제 내가 마지막 한 핏치 45m를 등반하면 모든 등반이 끝난다. 용문이형은 조심하며 최대한 속도를 빨리하여 오르라고 하신다. 17:01 출발 당장 붕괴 위험이 있는 지역을 벗어 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올랐다. 금석이형 답지 않게 스크류를 촘촘히 설치하였다. 짧은 곳은 5m도 안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잡생각에 "에이 머리 아프다."하며 혼자 중얼거리며 올라가다 보니 금석이형이 보인다. "형! 수고하셨어요" "형 그런데 어떻게 올라 왔어요." 하니 "씩!" 웃기만 한다. 담배를 피우고 차를 마시고 축하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나무에 들러 있는 슬링이 매우 낡아 'Made In Korea' 슬링을 한번 더 두르고 하강을 시작한다. U.W.Wall의 길이가 155m이고 동굴까지의 길이가 약 92m~100m이기에 90m 2동으로 하강을 하였다. 밑의 형님들은 자일이 모자랄 것이니 피치를 나누어 하강하되 확보가 좋은 지점에서 미리 피치를 끊으라는 말씀이시다. 그러나 금석이형은 다 내려가 보고 부족하면 그곳에서 확보하려 했던 것이 수직으로 떨어진 자리는 이틀전 얼음이 썩고 썩어 후퇴했던 지점이었다. 션트에 매달려 확보물을 하나 더 설치하고 "완료"소리가 날때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고 내가 하강을 시작할 때는 벌써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금석이형은 픽켈의 의지하여 있었고, 매달려 90m 자일 2동을 회수하고 사려서 다시 내리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제 완전히 어둠으로 천지가 뒤덮혔고 멀리 밑의 형님들 랜턴 불빛만 빤짝 거렸다. 설치한 두 개의 스크류중 한 개를 회수하여 내려 가자는 형의 제안이다. "형! 돈 1~2만원에 화물칸 타고 김포 갈 일 있어요!" 바로 U.W.Walld 밑에 도착하니 다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설사면을 걸어 내려가 확보물이 확실한 L.W.Wall을 하강하면 된다. 한번은 소나무에 한번은 동굴속의 슬링에, 소나무에 도착하니 피로가 엄습해 온다. 하루종일 먹은 것은 별로 없고 헉헉 대기만 하였으니, "형 맛이 가는 것 같은데요" "나두 그래" 히죽 히죽 "앞으로 두 번 더 하강해야 하는데 뛰어 내리죠?" "그래 운회 보고 밑에서 받으라고 그래라" 하강을 마치고 형님들과 포옹 "수고했다. 자랑스럽다." "고맙습니다. 뭐 좀 먹을 것 없어요." 그날 저녁은 너무나 행복한 날이었다. 캠프로 돌아와 3개밖에 없는 진로 팩소주를 하나 따서 Weeping Pillar 등반을 자축한다. 금석이형의 고백 "내가 지금까지 빙벽등반을 하면서 스나그는 아무 생각없이 밑에서 하나 쳐라 하면 치는 아무 의미 없는 확보물이었는데, 오늘 스나그와 스크류를 설치하면서 '내가 떨어지면 제발 네가 받아다오'하며 마음속으로 빌었다"하신다. 그러나 만약 그곳에서 추락하였다면 과연 그 썩은 얼음에다 설치한 확보물이 추락자를 잡아 주었을까?
15일 저녁, 람파트 유스호텔의 임시 메니져로 온 Jaff Lacks와의 대화를 통해 폴라 써커스의 개념도를 그려 받으며 어프로치, 볼트의 위치, 빙폭의 등급 등 모든 것을 알아냈다. 초입의 빙폭의 약 30m~50m 2-3급의 빙폭이 설원으로 연결되며 계속 이어져 있고 펜슬부분의 우회코스, 마지막 피치가 6피치로 하강지점이 4-5개소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리하여 모든 대원이 펜슬까지 등반을 하고 시간과 체력을 보아 그곳에서 결정하여 계속 등반을 하기로 하였고 공격대원은 금석이형과 운회형으로 결정되었다. 운회형과 내가 5시에 기상하여 조식 준비를 하였고, 6시 30분에 모두 일어나 식사후 07:30에 캠프를 출발하여 Polar Circus입구에 도착하였다.(시러스 캠프그라운드 도로 건너편에 위치) 그곳에는 취사장이 설치되어 있었고 장작도 많이 쌓여 있었다. 모든 장비를 챙겨 약 20분정도 발자국을 따라 가니 첫 빙폭이 나타난다. 스키풀이 비롯한 카메라백은 그곳에 두고 장비와 가신 카메라만을 챙겨 금석이형, 운회형과 내가 각각 출발하였고, 3명 모두 완료후 종선형, 용문형, 혜영이누나가 각각 올라온다. 이렇게 하기를 5회, 혜영이누나와 내가 제일 뒤에 쳐지게 되었다. 잦은 바위골 50m 폭을 같은 것이 연이어 있는 것 같은 곳이었다. 한참을 오르니 위에 얼음기둥이 하나있고 상단에 균열이 생겨 약간 비스듬히 오버행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이곳이 플라 써커스의 "펜슬"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지만 등반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이곳 클라이머들이 펜슬을 우회하여 오른다는 이유를 조금 후 확실히 알았다. 우리는 상단의 균열만 없으면 일단 펜슬등바을 개시하려 했었다. 그러나 펜슬의 상단부는 좁은 협곡위로 넓고 가파른 경사의 계곡으로부터 눈이 쓸려 모아 내려오다 펜슬의 40m 수직얼음기둥이 끝나는 위는 암반으로 연결되어 있었다.(펜슬의 기둥은 계곡의 물이 흘러 얼어다기 보다는 바위구멍에서 물이 솟아 얼어 붙은 것 같이) 만약 펜슬을 등반한다면 상당한 고생을 치룬뒤에 위의 암반부분을 다시 올라야 하니 많은 체력소모와 기술을 요하는 등반이 될 것이다. 암반에 확보물(하켄 또는 볼트)이라도 설치되어 있다면 한 번 해 볼만 하지만 등반자가 수직얼음에 서서 암반에 확보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난감한 일일 것이다. 펜슬 우회지점에 종선형님과 용문형님이 계신다. 금석이형과 운회형은 길게 우회하여 상단 마지막 빙폭으로 진입하고 있다. Jaff Lacks가 알려준 6피치의 빙폭을 보이지 않고 약 100m정도의 완경사 빙폭만이 눈에 뛴다.(이곳은 도로에서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협곡속에 또다른 빙폭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했고, 종선형님의 고개를 갸우뚱 하시며 사진에서 본 마지막부분은 이곳이였다고 하신다. 그리하여 용문이형과 내가 한조가 되어 2팀으로 올라가라 하신다. 용문이형과 같이 얼음에 도착하니 금석이형은 이미 등반중이였고, 운회형은 빙폭이 구곡폭 정도밖에 안되니 전원이 등반하자는 교신을 한다. 금석이형의 자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우리는 심한 착시현상에 빠져 있는 것을 알았다. 금석이형이 첫 번째 볼트에 확보를 하고 "완료"를 알려 왔을 때는 약 70m의 자일이 빠져나갔고 그곳은 전체 빙폭의 1/3이 안되는 지점이었다. 바로 내가 출발하였고 운회형도 잠시후 출발하였다. 금석형, 운회형조는 한 핏치(75m)를 마쳤고, 나는 용문이형 빌레이를 보고 금석이형은 두 번째 피치로 출발하였다. 운회영과 빌레이를 보며 괴상하게 생긴 얼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피가 묻은 얼굴로 용문이형이 올라왔다. 금석이형의 낙빙이 약 70m 떨어져 용문이형을 때린 것이다. 무전기에서 나와 용문이형은 하강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용문이형은 하강하였고 나는 담배 한 대를 피우며 하강준비를 하니 운회형이 "나도 하나 주라"하며 내 얼굴을 살피더니 "네가 해라"한다. "위핑필라도 제가 했는데 이건 형이 해야죠." 3명이 등반을 하여도 가능할 것 같지만 약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고 욕심을 낼 게재가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에 하강을 하고 종선형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간다. 운회형이 출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곳에서 2-3피치는(한피치 90m기준) 더 올라야 할 것 같다. 등반조가 등반에 열중일 때, 우리는 사진촬영도 하고 시간체크를 하며 주변 경관을 둘러 본다. 약 75m 올라 두 번째 피치를 끊는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금석이형과 운회형의 목소리는 여유 만만하고 어려움도 없이 등반하는 것 같다. 이제 한구간 남았는데 한번에 오르기는 약간 긴 피치로 보인다. 등반하던 금석이형이 약 45m 올라 바위에 볼트가 있다 하여 그곳에서 피치를 나누기로 한다. 운회형이 올라 금석이형과 만났을 때(15:15) 용문이형만 안 다쳤다면 나도 충분히 등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쉽다. "고놈의 낙빙" 바로 금석이형이 출발하여 마지막 40m를 올라간다. 등반이 끝난 뒤에 계속 설원을 올라 협곡속에 펼쳐진 설원의 모습을 무전기를 통해 알려 온다. 다시 내려와 우측암벽에 확보를 하고 "완료"를 외친다.(15:40) 나머지 구간을 운회형이 손쉽게 올라 16:00가 안되어 모든 등반을 마쳤다. 회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한 뒤 하강한다. 100m도 안되어 보이는 빙폭은 230m가 넘는 거대한 빙폭이었고, 대승벽 보다는 작아 보이는 좌우측 벽은 500m가 넘는 거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토왕상단보다는 짧아 보이건만!' 하강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나와 혜영이누나가 먼저 내려가 펜슬을 하강하였고, 모두들 펜슬에 도착 회수한 자일을 가지고 내가 먼저 내려가 하강자일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3회의 하강을 마치니 모두 모이게 되었다. 하강나무를 찾아가다 곰을 만나 소리를 질러 형들을 부르니 급히 카메라를 들고 뛰어 왔으나 곰은 멀어졌고, 망원렌즈에 잡힌 곰은 살이 퉁퉁찐 산양이었다. 어쩐지 살벌한 바위를 잘도 뛰어 오르더라. 이곳에서 약 60m의 오보행 하강을 하였다.(눈에 덮힌 볼트는 초행길의 우리 눈에 띄지 않았다.) 다시 하강을 2회 더 해야 하고 볼트의 위치도 오를 때 보았으나 운회형이 먼저 내려 가다 자일이 없어 약간의 작은 능선을 넘어 설사면으로 걸어 내려 갔다. 이미 해는 지고 있고 어두워 지기 시작하여 해만 지면 꼼짝 못하는 혜영이나누와 먼저 내려갔다. 18:45모두 출발점으로 돌아와 차를 몰아 캠프로 돌아온다. 기름진 베이컨에 양주를 곁들여 푸짐한 만찬을 즐긴 후 모두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우리의 3대 목표중 Weeping Pollar와 Polar Circus는 등반을 하였고 Terminator는 결빙이 안되었기에 이제 부터는 새로운 대상지를 선택하여야 한다. Ice Nine(95m V,6)을 잠정계획하였으나 그 또한 허리 밑이 잘려 나갔다. 어제 하루는 자스퍼에 갔다가 캠프에 늦게 돌아왔다. 캠프인 Y.H에서 외국인과의 대화속에서 Oh Le Tabanac과 Whoa Whoa Capotaine의 결빙상태가 괜찮다 하여 오늘의 등반 대상지로 정했다. 이 두 빙폭은 아래 위로 연결되어 있었고 길이가 짧아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될 것 같지 않았기에 천천히 행동하여 10:00경 진입로에 도착하였다. 어제 밤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지금도 계속 위세를 떨치며 호흡을 곤란하게 한다. 약 40분정도 럿셀을 하고 올라 빙폭밑에 도착 등반준비를 한다.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다. 강한 햇살이 얼음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서서히 기온이 상승되며 추위가 가신다. 장비를 챙겨 오레 타바낙인지 뭔지를 심심풀이로 등반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11:10에 출발한다. 나는 얼음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이렇게 어거지로 오르기는 두 번째다. 첫 번째 어거지 자세 등반을 한 후 다시는 어거지등반을 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였는데.... 오늘은 정말 어쩔수 없이 오른다. 이른 날은 잠이나 실컷 자고 싶은 생각뿐인데, 몸은 얼음기둥을 오르고 있다. 정말 비능률적인 등반이다. 컨디션이 나쁜 상태에서 한발 한발 오르다 보니 쌍볼트가 바위위로 보인다. 볼트로 가기위해 바위를 두 스텝 오르는데 등이 오싹하며 소름이 끼친다. 어느 미친놈이 이런 곳에 볼트를 박다니? 괜한 심술이 난다. 볼트에 확보를 하고 완료를 알린다.(12:15) 곧바로 금석이형이 출발을 해야 하나 밑에서 모델노릇을 하다가 12:23에 출발한다. 금석이형이 총알같이 올라온다. 밑에서 나의 등반을 지켜본 형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금석이형이 도착하자(12:54) 형님들이 설원을 지나 와 와 캐피탄을 등반하라 한다. 금석이형에게 방패가 돼 달라고 "형! 오늘 나 정말 못하겠는데요."하자 형은 "일단 가보자"하며 도망치듯 가버린다. 중단의 경사진 설원을 오르며 누워있는 빙폭을 보며 저걸 등반하자고 이 고생을 하며 럿셀을 하고 있나 싶어 형님들게 상황을 알리며 등반을 안하고 내려가겠다고 하니, 형님은 그사이 Y.H의 메니져인 Jaff Lacks 친구를 만나 와 와 캐피탄은 보기와는 다른 빙폭이란 정보를 얻고, 보기와는 달리 매우 어려운 빙폭이니 빠른 시간내에 등반을 마치라는 공격명령만이 날아온다. 금석이형과 사진도 몇장 찍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말없이 금석이형이 출발한다. 나는 뒷자일을 사리며 따라기길 한시간 15:00경에 폭포하단에 도착하였다. 잠깐 시간의 휴식이 있었다 해도 1시간 45분동안 가슴까지 빠지는 설원을 올랐다. 500m도 채 안되는 거리를.... "형! 제가 할께요" 금석이형의 표정에도 등반하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말없이 스크류를 건네 받고 15:04 출발한다. 직벽도 아닌 출발지점의 완경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약 20m 정도 올라 왔는데, 정말 더 이상 못가겠다는 생각뿐이고 이렇게 하다가는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해 온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금석이형께 이야기 하고 내려왔다.(15:20) 금석이형이 스크류를 건네 받고 출발하는데 컨디션이 좋치 않음을 쉽게 알수 있다. 이럴 때 형의 부담을 덜어 줄수 없음이 후배된 입장에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금석이형도 어렵게 어렵게 등반을 하고 있다. 80m라느 기록도 눈짐작도 모두 틀렸다. 90m 자일 다 빠져 나가고 있건만 금석이형은 아직 등반을 끝내지 못하고 몇미터 남겨 놓은 상태이다(16:35) 그곳에 금석이형이 확보하고 내가 약 20m 올라 첫 번째 확보지점에서 다시 금석이형을 출발시킨다. 설상가상으로 도저히 확보지점을 찾을 수 없어(얼음이 끝나고 바위와 눈뿐인데 기존 하강 볼트는 전혀 찾을 수 없다) 클라밍 다운으로 약 10여m를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빙폭의 마지막 부분 얼음에 스크류를 하나 더 설치하고 완료하였다.(16:52) 내가 너무 지쳐 있어 그곳에서 금석이형이 바로 하강하며 스크류를 회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형님들의 지시가 있었으나 그간 약간 회복도 되었고 금석이형과는 직선상에 있지도 못하여 하강자일을 연결시켜 주기 매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냥 등반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아 이판사판으로 어둡기 전에 오를 생각으로 최대한 빠르게....를 외치며 오른다(17:06) 헉헉 대는 소리와 함께 오르며 '하필 하고 많은 취미중에 내가 왜? 이런 것을 하게 되었나?'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온몸이 펑핑되는 것을 느끼며 금석이형의 얼굴을 마주 하였다. 금석이형은 말없이 하강줄을 걸고 "씨~!"웃으며 말없이 내려간다. "형! 고마워요" 중단 설원을 올라올 때와는 달리 약 20분만에 미끄러지듯 통과하여 오 레 타바낙을 하강하니 용문이형과 운회형이 올라와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들이 줄을 사려주며 "얼른 장비 챙겨 내려가자. 몸도 안좋은데 고생했다."하신다. 불과 몇 시간전 힘들게 등반할 때, 형님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나는 형님들의 따뜻한 정에 얼굴을 들을 수 없었으며 죄송한 마음뿐이다. '우리는 역시 청악인이다'하는 생각에 가슴 벅차고 뿌듯하다. 벌써 날은 어두워져 오늘은 랜턴신세를 지며 도로에 나와 바로 승차하여 Y.H로 돌아와 푸짐한 식사로 피로를 푼다.
람파트 유스호텔에서 캠프를 옮기며 하루를 충분히 휴식하였다. 카나다산악연맹 록키지부도 방문하였다. 대충 5-6급의 빙폭을 경험한 우리는 낮은 그레이드 3-4급의 빙폭도 경험해야 한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아 프로팻서폭을 등반하기로 하였다. 프로펫서폭은 먼저 켈로스라는 미국인과 함께 찾아가 잠시 맛을 본 적이 있다. 6시에 기상하여 천천히 움직인다. 8:40분에 출발하여 9:40 트레일(오소길)이 끝나는 지점에 주차를 하였다. 먼저 와 있는 차가 한 대있다. 장비를 챙기고 있는 중 또 한 대의 차가 오더니 우리를 보고 스크류 2개를 건네준다. 위핑필라 등반시 하강용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들은 어제 위핑필라를 등반하며 스크류의 주인이 우리 것이라는 것을 알고 회수하였다는 것이다. '소문 한번 빠르다' 11:00에 폭포로 향해 12:00경 3파티로 나누어 2명씩 등반하였다. 나의 느낌에는 잦은 바위골 50m, 100m가 계속 이어진 느낌이다. 한참을 오르다 스크류를 설치하고 혜영이누나를 받는데, 왠 사람이 솔로등반을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가 스크류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데 대략 어느나라 제품이냐?고 묻는 것 같다. "C.C.C.P" 언 듯 생각나는대로 말을 하니 "What?' 갑자기 당황되어 나의 머리속에는 '러시아' '소비에트'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순간 머리속에서 맴도는 단어는 "고르바쵸프 OK, Yes!" 역시 내 머리는 이럴 때 순발력이 있다니까. 그가 올라가며 뭘라고 하는대 대략 '수고하라 위에서 다시보자'하는 이야기 같다. 그들의 등반 모습을 바라보니 픽크를 걸고 당겨본 다음 믿음을 가지고 오르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확신에 찬 행동으로 느껴진다. 30-40m의 폭포가 테라스 또는 설사면을 중간에 두고 7-8개가 연결되어 있다. 직벽에 가까운 마지막 하나의 폭포를 남겨 두고 촬영을 해야 한다고 형님들은 혜영이 누나와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조가 올라 오자 종선형, 금석형조는 맨 마지막으로 모든 대원의 촬영을 마치고 올라와 등반을 끝냈다.(14:30)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단체 기념촬영을 하니 왠지 설악의 빙폭을 오른 느낌이다. 2회 하강을 하고 사면을 걸어 내려와 15:30 폭포 하단에 모여 장비를 정리하고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문이형은 잠시 Bow River 뛰어 들어 웃통을 벗고 등목을 하신다. 오늘로서 밴프지역 빙폭등반을 마무리 하기로 하였기에 형님들은 맥주를 24캔이나 구입하여 쫑파티를 열 계획인가 보다. 92년 2월 25일(화) 맑음 - 필스너 필라 등반 아침 일찍 서둘렀으나 08:00경 클럽하우스를 출발하였고, 레이크 루이즈를 지나 필드타운을 지나 바로 필스너 필라앞에 도착 차를 대고 바로 장비를 챙겨 폭포하단으로 어프로치하였다.(10:00) 폭포하단에 도착하니 오레타바낙과 같은 얼음이 버티고 있고 두명의 외국인이 스크류를 5m간격으로 치고 가는 것이 우리의 등반스타일로 볼 때 조금 답답하게 보일 수 있을 런지 모르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안전을 우선으로 등반하고 있는 것이다. 후등자의 등반하는 모습이 꽤나 엉성한 것이 숙련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관중을 의식해서인가 서두르는 모습은 방정 맞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하강자일을 사려서 몸을 달고 올라 가는데 끝에는 작은 배낭도 묶어 놓았다. 저러다 배낭이 고드름에 걸리면 어쩌려고 후등자가 거의 첫피치를 넘어갈 즈음 내가 출발한다(11:07) 고드름의 질이 엉성하기에 절반은 걸고 나가야 한다. 그래도 별 불안감은 없다. 이제야 비로소 이곳의 환경과 빙질에 친숙해진 것 같다. 빙폭이 길건 짧건 픽크가 잘박히던 안박히던간에 빙질의 다양함은 설악이나 여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완경사로 이어지는 직벽의 끝지점에 스크류를 설치하고 올라 확보후 운회형빌레이를 본다.(11:40) 운회형이 올라온 뒤(12:07) 완경사의 설사면을 올라가니 아까 그 2명의 서양인이 짧은 직벽에서 고전하고 있다. 운회형이 바로 이어 날렵하게 선등으로 치고 오른다. 밑의 후등자가 빌레이를 보며 내게 말한다.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Your friend good, best climber"운회형보다 휠씬 먼저 출발한 자기 친구는 스크류를 치며 2/3쯤 올랐는데 운회형이 순식간에 앞질러 버리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것 같기에 "서울 코리아"라고 하니 "Oh Yes"한다. "굳바이"하고 나도 출발한다. 순간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졌다. 기왕 코리아라고 했으니 우리 산쟁이들은 이 정도가 기본이란 듯 애써 침착하게 차근차근 여유있게 오르려니 더 힘드는 것 같다. 3피치 정도 오르니 45도 정도의 완경사 얼음이 이어졌고 끝에는 소나무숲이 보인다. 이 정도에서 등반을 마치려고 무전교신을 하니 밑에서는 완경사고 뭐고 무조건 끝까지 등반을 마치라는 말만 들려 온다. 별 가치도 없는 완경사 등반을 마치고 사진찍고 차를 마시며 멀리 경치를 감상한다.(14:02) 필드역을 지나는 기차의 화물칸이 100개가 넘는 듯 하니 운회형이 "야! 저 기차좀 봐라"하며 신기한 듯 웃는다. "무식한 놈들 기차가 그렇게도 좋은가" 하산하여 장비를 정리하고 우리는 또 멀리 멀리 이번에는 등반지가 아닌 도시를 향해 간다. 맥주를 들이키며 "록키여 또 만나자!" '가자! 뱅쿠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