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에 남은 깊고 긴 감동
3. 새로운 한류(韓流) 문예 장르 디카시
짧은 시가 대세라는 말은, 근래의 한국 문단에서 ‘극(極) 서정시’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군의 시인들에 이르러 현실적 효력을 증대한다. 일반적인 독자를 시의 이해로부터 멀리하는 난해함을 배격하고, 인간의 서정적 감성을 발양하는 시를 쓰되 짧고 울림이 있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소통 불능의 장황하고 난삽한 시의 실험적 행렬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짧고 간결하게 쓰자는 시 운동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최동호 교수의 주창과 더불어 이제는 고인이 된 조정권 · 문인수 시인과 대구에서 활동하는 이하석 등의 시인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물론 쉬운 시가 좋은 시라는 등식이 언제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문학, 더 나아가 세계의 문학에는 의미 해독이 어렵고 상징성이 강한 명편의 시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문학의 독자가 점점 작품으로부터 멀어지는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이 독자 친화의 서정시 운동이 갖는 효용성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변하고 시대정신도 바뀌어 가는 마당에, 이제는 문자문화 활자매체의 시대에서 영상문화 전자매체의 시대로 문화와 문학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때에 한국에서는 짧고 감동적인 시의 새로운 장르로 ‘디카시’가 부상하여 전례 없는 세계적 확산을 이어간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을 말하는 새로운 시 형식이다. 근자의 한국인이면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순간 포착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밀착하는 짧고 강렬한 몇 줄의 시를 덧붙이는 것이다. 일상의 삶 가운데 가장 가까이 손에 미치는 영상 도구를 활용하여 가장 쉽고 공감이 가는 감각적인 시의 산출에 이르는, 현대적 문학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영상시의 유형이 가능하리라는 생각과, 그것을 시의 방식으로 추동하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학 운동으로 이끄는 행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 남부 지역의 시인들로부터 시작된 이 시 운동은, 누구나 디카시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보편성과 개방성이 강점이다. 짧고 강하고 깊이 있는 시, 거기에 생동하는 영상의 조력을 함께 품고 있는 시의 형식이 폭넓게 확산되는 경과를 보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간에, 이처럼 손쉽게 독자와 만나고 교유하는 시의 방식이 시드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들의 행렬이 보람을 다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그 시에서 삶을 읽는 우리 마음의 수준이 아닐까 싶다.
2024.8.12.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