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과 ‘나’의 놀이터
독서부 김현주
나에게 도서관은 100원짜리 하나 들고 놀러 가던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아주 크고, 빼빼 말랐던 내 친구 ‘깡’을 따라 처음으로 갔다. 입구에 길게, 아주 길게 늘어선 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못 들어갈까 봐 조바심 내면서 기다렸던 그 시간도 재미였다. 고작 중학생이었는데 꼭 대학생이 된 것 같던 그 묘한 설레임을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추억은 늘 즐겁다.
‘깡’의 오빠들이 경대 의대를 다녔는데 우리가 갈 때면 꼭 와서 간식이나 점심을 사줬다. 교대로 동생을 살피러 오는 오빠들이 엄청 부럽기도 했다. 그 덕분에 더 편하게 먹고 놀았던 것 같다. 무서워 보이는 언니, 오빠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책 읽는 걸 좋아했던 나는 그때 도서관에서 책을 본 기억은 없다. 지하 매점에서 우동을 먹고,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었고, 도서관 앞마당에서 뛰어다녔던 장면들이 사진처럼 한 컷 한 컷 남아있다.
내 기억 속의 도서관은 그렇게 즐거움 그 자체다. 꼭 책을 보진 않았지만, 깊이 새겨진 좋은 기억으로 지금도 발길이 편안하게 이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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