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현이 집으로 갔는데 오늘도 세현이가 아예 친구집에 놀러갔다고 한다. 친구와 노는 것이 제일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세현이는 늘 컴퓨터에 빠져산다. 걱정이 된다. 늘 달팽이 지역학교를 마치고 물어본다. 그러면 재미있다고는 하는데 학교갔다오면 늘상 컴퓨터를 이겨내지 못하는가보다. 김해에도 재미있게 갔다왔는데 어떻게 하면 세현이가 달팽이학교에 재미있게 올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세현이 동생을 만났는데 바로 답이 꾸미쌤이지요? 라고 묻는다. 가족들에게 꾸미는 유명인사인가보다. 예솜이 동생 예담이도 꾸미를 보고싶다고 했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스스로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가 보다. 하긴 아이들의 이야기를 늘 들어주고 강제로 뭔가 하기보다는 스스로 그리고 안되더라도 기다려주니 좋아할 수 밖에..(스스로 자화자찬을 해보며.ㅋㅋ)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이 사회가 아이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그만큼 없다는 증거이다보니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화봉초등학교가 오늘 소풍인가보다. 다들 조금씩 늦는다. 천천히 기다려서 은지, 윤범, 예솜이를 태우고 생협매장에 가서 닭볶음용 고기를 샀다. 예솜이가 닭도리탕을 못 먹었다며 꼭 해달라고 한다.
요리하는 사진은 깜박 잊어서 못 찍었다. 프로그램에 집중하다보면 사실 잊어버리는 수도 많다. 자연스럽게 늘 가지고 다니며 더 많이 찍어야겠다. 닭도리탕 요리는 이제 아이들 스스로 요리를 잘 한다. 요리를 하면서 아이들이 이제 우리 요리대회에 나가도 잘 하겠다고 한다. 물론..당연. 이렇게 스스로 잘 하는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아마 너희들은 충분히 잘 할거야.
닭도리탕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김해 천문대 갔다온 사진에다 평가를 했다. 먼저 사진을 골라서 그 위에 OHP필름을 덧붙이고 네임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일명 낙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막연하게 글을 쓰라고 하면 힘들다. 그건 아마도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게 유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먼저 갔다온 이야기를 부모님께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묻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
네임펜으로 쓰다 지울 수도 있다. 보드마카를 덧칠하고 휴지로 닦아내면 바로 지워진다. 다양한 색깔로 낙서를 시작. 낙서도 하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다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설명해 보라고 한다. 은지가 싫다고 하더니 예솜이가 신나게 막 설명하니까 자기도 한다고 한다. 빗금친 것은 아이들이 철조망에 갇혀있어..이유가 뭘까? 스스로 갇혀있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어쨌든 슬픈 것이든 좋은 것이든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마음이 일단 편안하고 뒷탈도 없다. 땅따먹기라고 이름지었는데 금을 밟으면 구덩이에 빠진다고 한다. 재미있는 상상. 그림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
위의 그림은 밥을 하는데 포도가 막 내려온다고 한다. 역시 재미있는 표현. 포도가 먹고 싶을 걸까. 게임하면서 아이들이 금을 밟을때 바이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윤범이는 미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열심히 지우고 색칠하고. 가만히 보면 색칠을 모두 한다. 미술에서는 여백을 잘 안가르치는가보다. 모두 빽빽하게 색칠을 하게 가르치는가보다. 사실 서양미술을 생각없이 도입하다보니 모두 색칠해야한다는 강박에 가로막혀 있다. 갈수록 그런 생각들은 없어지고 있는데..쩝.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무섭다. 그냥 자연스럽게 색을 입혀도 되고 편하게 너의 생각을 표현해봐봐..
윤범이의 멋진 작품 -- 한장의 사진에는 색칠을 하더니 나머지는 자유롭게 한다. 사실 아이들은 옆의 아이들을 따라하기도 한다. 세번째 사진은 거의 철조망그림이다. ㅋㅋ 나중에는 옆의 친구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어야겠다. 늘 경쟁일색이다보니 잘하는 사람 따라하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보다. 항상 정답만 찾을려는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 밥먹을 시간. 야호
예솜이가 집에 전화를 한다. 학원책을 안가지고 왔는데 엄마가 가져다주면 안되냐고 전화했는데 소풍갔다왔으니 오늘 학원 안가도 된다고 한다. " 야호 " 바로 함성을 지른다. 하긴 학원안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기쁜 일이겠지. ㅎㅎ
다음주에는 가기로 약속한다.
아이들이 만든 닭도리탕..참 맛있었다. 다만 아이들이 다른 반찬은 안먹고 닭도리탕만 먹네..이런..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다음부터 고민해보아야겠다.
밥을 먹고 난후 잠시 쉬고 나서 빙고게임을 했다. 숫자빙고에 비해 단어빙고는 표현력을 길러준다. 김해 갔다온것에 대해 빙고칸에 단어를 적게 했다.
같으면서 다른 생각들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윤범이가 조금 힘들어한다. 옆에서 언니가 도와준다. 서로 도와주면서 아이들은 협동을 배우지 않을까..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단어속에서 표현되어 있다. 이 단어들을 이으면 자연스럽게 말이 되지 않을까? 사실 단어를 상상하는 것이 힘든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도 늘 상상력때문에 고민하지 않는가. 상상력은 맞춤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단어처럼 보이겠지만 저 말들속에는 아이들의 즐거운 일들의 표현이 아닐까.
4월 넷째주 토요일은 경주 자전거 기행을 간다. 윤범이가 계속 자기도 갈 수 있다고 조른다. 가고 싶지만 안전상 힘들 것 같다.
김해천문대 기행이 즐거웠나보다. 엄마에게 말하지 말고 그냥 데려가달라고 한다. 역시 상황판단도 빠르다. ㅎㅎ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