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1일 중군~창원 둘레길 일정 이후 변산반도 마실길 일정, 안동 녀던길(오솔길) 답사 등 바쁘지는 않은데 정신없는
생활이 거듭되는 바람에 정작 둘레길 후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오늘에서야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로 심신이 지친
상태로 글을 시작한다.
둘레길 출발 이틀전인 8월 19일부터 우리가 갈 전북 남원에 폭염주의보가 발표되어 있었다.
호우주의보가 아닌 것에는 안심했었지만 당연히 여름엔 폭염주의보가 더 위험한 것이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산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일정을 취소할 명분은 부족했다.
'더구나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힐 수 있는 계곡으로 코스를 잡은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자기위로를 하며 둘레길 출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출발 당일은 날씨가 더욱 더워져 부산까지 폭염주의보가 발효될 정도였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고, 참가자의 의사에 따라 팀을 나눌 수 밖에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원래의 계획대로 창원마을까지 걸으실 분들은 걸으시고, 도중에 빠지실 분들은 상황마을을 종착점으로 했다.
결과는 총 42명의 참가자 중 창원마을까지 완주하시 분이 16분, 그렇지 않은 분이 26분이었다.
그 와중에서 나의 전달이 잘못 되었던 것인지 상황마을 아래 실상사 주차장으로 내려가신 분이 10분이나 계셨다.
결국 하나의 종착지점에 모였어야 할 우리팀이 세 개 지점으로 각각 쪼개져 버렸다.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코스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큰 사건이었다.
매우 죄송스럽고 부끄러웠다.
물론 2주전 답사 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았고, 코스도 좋아서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그런 변명이 씨알도 먹히지 않을만큼 더웠다. 더운 날 걸으니 코스 또한 좋지 않았다.
뿔뿔히 흩어져버린 일행을 생각하며 깊이 반성했다.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그래도 이날 위안으로 삼을만한 좋았던 것은 역시 수성대 계곡이었다.
둘레길 어느 구간의 계곡보다 좋은 중군마을의 수성대 계곡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어느 참가자 분은 수성대 계곡까지만 갔어도 좋았을 것이라며 그 계곡에 오래 있지 못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어떤 단골 참가자분은 계곡을 보자마자 입수를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위에 두분 모두 수성대에서 시간을 지체하신 덕분에 완주를 하지 못하셨다^^;;
또 하나 수성대 계곡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일행이 한창 수성대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던 그 때, 그 장소에!
강호동, 은지원이 함께있었던「1박 2일」팀이 촬영 중이었다고 한다.
연예인 하나 보기 힘든 부산 사람들이어서였을까. 우리 일행 대부분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나조차도..ㅜㅜ)
그래도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일행 중 눈이 밝은 여성 한 분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긴 했으나,
대부분이 무관심했던 그 순간에 혼자만 아는 체 하기가 어려웠다고 뒤늦게 밝히셨다.
지난 주부터 방송 중인 「1박 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을 보고 있으려니 그 순간이 참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다음 주(12일)까지 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수성대 계곡은 그 때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지난 주 예고편을 보니 강호동이 수성대 계곡에 입수하는 장면이 있었다.)
비록 모든 참가자분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창원마을에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창원마을 입구 목표지점까지 얼마 남지 않은 곳에 둘레길의 진주 같은 장소인 창원마을 당산쉼터가 있다.
그 곳에 우리 일행 몇팀이 마지막 숨고르기를 함께 했다.
그 중 한분이 선뜻 아이스크림을 돌리셨다. (카페 닉네임이 가젯트인 두번째 참가자셨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시원한 뭔가가 필요했던 우리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우리 10명은 단순한 둘레길 참가자의 이상의 감정을 느낀듯 했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 사이로 끈끈한 정이 흘렀다.
이 순간을 그냥 놓칠 수 없었다. 누군가 단체사진을 제안했고, 처음엔 머뭇거리던 분들도 이내 포즈를 취했다.
(그 감동의 순간은 둘레길 앨범 게시판에서 확인 하세요~^^)
더운 날씨에 힘든 코스를 혼란스러운 과정으로 둘레길을 걸었지만 참가자 모두 각자의 추억을 간직하셨으리라 생각한다.
하나의 종착지가 아니라 세 개의 종착지가 되었던 것은 우리의 둘레길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로 늘어난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 그렇게 해석해주셨으면 좋겠다......
상황마을을 지나는 일정이었지만 상황마을과 창원마을의 다랭이논을 제대로 즐기기 못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 빈 논이 되기 전에 상황마을의 다랭이논을 확인하러 가려한다.
추수 직전 황금 물결이 일렁이는 다랭이논이 기대된다.
그 때는 또 어떤 추억이 만들어질런지. 걸어도 걸어도 새로운 둘레길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폭주천사님 감기에도 불구하고, 답사에다가 일정에다가..여러모로 수고가 많았네요..길다면 길수있는 1년정도의 둘레길을 다니면서, 많은 둘레꾼들을 만나뵙고, 함께 걸었답니다..앞전 둘레길앨범을 보다가 여러명모여서 찍은 단체사진이 전 마냥 부러웠답니다 어색할수 있는 자리에서 선뜻 사진한장으로 가까워졌을거라 생각해보며, 앞으로도 길에서 많은 분들을 뵙기를 기대합니다
후기도 길고 댓글도 길다....ㅎㅎ
운영진의 번뇌......크~ 애정과 정성이 담긴 후기.....
폭주님. 고생이 많습니당~
그날 상황마을이나 창원길의 멋을 보지못해 못내 아쉬움이ㅋ~
실상사로 빠지는통에 세맨트길을 넘 많이 걸어 발명이 났더랬어요ㅜ.ㅜ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느낀 하루!!..그래도 나름 즐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