륄리의 두드리는 막대기에서 필립 헤르베게의 크레용까지, 베를리오즈의 보리수 나무로 된 토마호크에서 말러의 가느다란 지휘봉까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사용된 도구의 역사를 알아본다.
바로크 음악은 지휘체계가 나뉘어져 있었다. 막대기는 사용하지 않았고 지휘봉은 말할꺼도 없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크 음악은 두 연주자의 화합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나는 연주하는 동시에 지휘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다른 하나는 클라브생(구 피아노)에 위치한 연주자였다. 이는 각이 진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그 표현양식이 단순해 보인다.
오페라에서는 박자를 맞추기 위해 두들기는 막대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 두들기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웠던 모양이다. 오페라를 우스꽝스럽게 보였단 기록이 많다. 이 '박자막대기'는 무대의 가장자리에 자리잡았는데, 그것을 두들기는 사람은 관객이나 오케스트라와 등지고 앉았다. 루소는 이에 대해 '너무도 딱딱한 막대기를 그 주인이 너무 세게 쳐대니 그 소리가 멀리까지 다 들린다'고 불평을 했다. 그림(Grimm)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막대기를 내리칠라 하길래 고장난 바이올린을 박살낼라고 하는줄 알았다. 그리고 나무 깨지는 소리가 났는데, 나는 그의 팔이 뿌려진줄 알고 깜짝 놀랬다. 그의 팔힘이 얼마나 센지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박자가 아주 크게 들렸는데도 연주가 맞아 들어간적이 없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알린 것은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1번이었다. 교향곡의 표현양식의 변화에 대해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곡을 통해 분명해진 것이다. 베토벤은 10여 년간 이어온 고전적인 정의에 따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긴 했지만, 그가 그속에 담아낸 긴장과 단절, 절대적이며 정확한 액센트, 드라마틱한 의도등은 새로운 어떤 다이내믹한 것을 요구했다. 바로크 시대의 지휘법으로는 도저히 그 느낌을 살릴 수 없는 것들이라 하겠다.
독일에서 먼저 지휘용 막대기가 선을 보였는데, 대개 종이를 둘둘 말아 사용했다. 베토벤은 실제로 자신의 음악을 지휘하는 양 예고되었지만 실제론 같이 연습해온 '콘서트마스터'가 따로 있었다. 작곡가는 오케스트라 중앙에 서서 여러가지 지시사항을 내린다 그 지시는 박자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가 음악에서 살려내고 싶은 뉘앙스와 액센트에 관한 것이다. 즉 지휘는 박자를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관현악곡의 필수적인 요소인 분절법에 자신만의 느낌을 불어넣는 작업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막대기는 나무톱으로 켜서 만들고, 또 박자를 맞추기 위해 두드리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악곡 편성을 완전히 달리 했을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처럼, 바그너가 '멜로스'라 했던 부드럽고 계속 이어지는, 한 작곡가만의 독특한 선율을 이끌어가는 데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카펠마이스터로 하여금 바이올린을 들고 앉아 있던 자신의 의자에서 일어나 막대기나 바이올린의 활을 들고 연단에 올라가게 하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현재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협력관계를 선보인 곳은 영국이다. 이때에는 7인으로 구성되었으며, 한사람만의 독재를 막기의해 번갈아가며 지휘를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독재가 군림할 수 있었다.
최초로 근대 관현악 오케스트라를 연단에 서서 지휘한 사람이 바로 아브네크이다. 이 단체는 호흡을 맞추어 본래의 취지대로 베토벤의 전작품을 연주했고, 수많은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찬사를 받는다. 아브네크는 자신의 바이올린은 뒤에 둔 채, 연주자들이 베토벤의 '멜로스'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활을 두드리면서 박자를 쳐주었다 한다.
베버는 종이 두루마리를 쓰다가 가느다란 지휘봉을 썼으며, 스폰타니는 두 개의 구슬로 장식된 아주 무거운 검은 지휘봉을, 베를리오즈는 보리수 나무로된 일명 '토마호크'를 쓰다가 나무껍질로 바꾸고, 나중에는 멘델스존이 쓰던 고래뼈로 된 하얀색 예쁜 지휘봉을 사용 하였다. 이렌치는 부엌에서 계란 젖는데 쓰는 막대기로 지휘를 하였다고 한다.

사실, 지휘봉을 어떤 것을 쓰더라도, 혹은 쓰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이 지휘봉은 악단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연주장소가 넓어지면서 연주자들이 지휘자를 잘 볼수 없게 되자 고안된 도구라 할 수 있다. 특히 오페라에선 지휘봉의 덕택으로 지휘자의 손놀림이 보다 잘이게 된다. 몇몇 지휘자들, 스토코프스키나 카라얀 같은 지휘자들은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레즈도 맨손으로 지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지휘봉을 꽉 잡으면 그 움직임이 팔움직임과 동일하기 때문에 멀리서 잘 보이라는 쓰임새만 가지게 된다. 반대로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잡으면 나머지 세손가락을 지렛대의 원리로 사용할 수 있어, 아무 방향으로나 팔이 만들어 내는 앵글과 무관하게 지휘봉을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악기들의 타이밍이 보다 정확해 질수 있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지휘봉은 편의를 위한 도구일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경찰이 아닌 이상 지휘봉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 그림설명 ] 좌측상단 : 알마 말러가 앙리루이 드 라 그랑주에게 건네준 말러의 마지막 지휘봉 (LIONEL TUCHBAND) 우측하단 : 1841년 베를리오즈에게 넘겨준 멘델스존의 지휘봉 (CLICHE PUBL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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