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우리 국어 생활의 현실을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외래어의 사용은 잠시 덮어두더라도 발음과 어법의 혼란이 말이 아니다. 거기에다 표준말이 아닌 사투리가 횡행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시민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아니 바른말을 써야 할 교사, 방송인, 기자도, 크게 다를바 없다, 일제에서 해방되어 본격적인 국어교육이 괴해진 지도 어언 반세기가 가까워 오고 있건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난날의 국어 교육을 진지하게 한번 되돌아 보아야 했다. 국어교육 과정에 의하면 국어 교육의 내용은 표현, 이해, 어학, 문학의 세 가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어 사용의 기능, 곧 국어의 표현과 이해의 교육이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국어 교육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사상 감정을 제대로 말과 글로 표현하고, 남의 말과 글을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국어교육은 언어의 기능 아닌 단편적인 지식교육에 편중되어 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자기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을 길러내었는가하면 혼란스러운 언어 현실을 빚어 놓았다. 그러면 이러한 언어의 기능 교육의 부재현상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가? 아니 국어교육이 정상궤도에 들어서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 첫째로 각급학교의 입시 문제와 각종 평가 형식에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현행 사지선다형과
같은 선택형 테스트법만 가지고는 언어의 기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곤란하다. 이것은 오히려
건전한 사고를 방해하고 표현력을 위축시키며 "찍는" 반사적 감각만을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교육의 평가에는 완성형, 논문형과 같은 書答形을 대량 도입해야 할 것이다.
"논술 고사" 는 바람직한 것이다. 지난 번의 논술 고사를 교과 내용 논술 고사로 발전시켰더라면
국어 교육은 큰 진전을 보았을 것이다. 이밖에 관찰법, 면접법, 사례 연구법 등의 평가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 둘째는 국어교과서에 문제가 있다. 현행 국어 교과서는 검인정 도서가 아니고 국정 한 종류뿐
이다. 이는 물론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교제이다. 그러나 국어교과서가 이렇게 만들어 지
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검인정 도서가 출원되어 그 가운데서 선택된 6, 7종의 교제가
그 체재와 내용면에서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을 보아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이 교재에만 매달려 단원의 학습 목표는 아랑곳 없이 교재 내용만을 샅샅이 이잡듯 훓고 있다
그 이유는 상급학교 입시 문제가 교과서 안에서 출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이란 그 교과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통해 소정의 과정을 이수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 자료는 여러가지가 개발되어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한 교과서만 들이
파지 않을 것이며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함으로 국어 교육을 파행적으로 이끌고 가지 않을 것
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어 교과서는 하루 빨리 검인정도서로 바뀌어야 한다.
= 셋째는 발음 교육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ㄹ ㄱ" "ㄹ ㅂ" 과 같은 겹받침 "ㅣ " 모음
동화, 연구개음화 및 양순음화의 표준 발음 여부, 음의 장단 등을 제대로 가르쳐 본 적이 없는 것
이다. 가르치는 교사도 배운 적이 없으니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교사들에 대한 음성언어의 철저한 연수가 요청된다.
그리고 국어의 표준 발음 지도를 위한 학습 기자재를 갖추어야 하겠다.
이상 국어 교육의 정상 궤도에 들어서지 못하게 한 대표적인 이유 몇 가지와 그 해결책을 살펴
보았다. 이밖에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으로 방송 수업과 국어 교육과의 관계에 있다. "TV"에서
"가정 학습"이라 하여 학교 교육을 보충하는 강좌는 수험생을 위한 문제 풀이 위주의 특수
프로그램으로 정상적인 교육 형태로 잘못 알고 학교 교육에 도입하여 지식 위주의 교육의 장
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표준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문화정도를 가늠한다는 말이 있다.
국어와 국어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많고 국어 교육학회도 여럿 있는데 국어 교육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그간 너무 미미하였다. 이제 국어교육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하루 빨리 국어 교육이 정상궤도에 들어서도록 우리 모두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하겠다. (語文硏究 第 69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