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정판 내면서
남성이 쓴 <여성과 사회> - 우리 사회의 ‘성과 여성’이야기-
<여성학> 개정판을 낸지 벌써 9년여가 훌쩍 지나갔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성과 여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또한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어느 정도 향상되어 그 성과를 담기 위해서라도 재개정판을 낼 필요가 있었는데, 이번에 학생들이 ‘건강가정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사회’라는 과목을 이수해야 하겠기에 <여성학>이라는 책 제목을 <여성과 사회>로 바꾸어서 개정판을 서둘러서 발행하게 되었다. 세기가 바뀌던 2000년 전후에 가열차게 전개되었던 ‘여성학’에 대한 논의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과 사회’ 문제로 좀 더 확대되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 책제목의 변경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요동치는 우리 사회의 지난 10년간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의 심화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1997년에 일어난 IMF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의 세계적인 경향에 휩쓸리면서 그 이후 우리 사회는 그 전시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다. 1960년대 이래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국민 모두가 이래저래 그 발전의 혜택을 입어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었다. 정치적으로도 많은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민주화를 이룬 모범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IMF사태 이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요약되는 사회양극화로 인하여 중산층이 분열되면서 그 상당수가 우리 사회의 주변부 밀려나게 되면서 재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고용구조가 급변하게 되면서 한편에서는 파견직, 임시직, 시간제 아르바이트직 등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가 새로운 신분으로 탄생하고 전체노동자의 50% 정도가 그 비정규직에 속하게 되면서 불안정 신분의 ‘저임금’ (2010년 8월 기준 기준 정규직의 46.8%)의 고용형태가 정착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만성적인 대규모의 청년실업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2010년말 현재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은 비교적 잘 나가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소득, 재산, 소비, 교육, 건강, 지역, 문화생활 등등 우리 사회의 모든 방면에서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활력과 가능성과 희망을 빼앗아 가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사회에서 여성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체 근로여성의 소득은 전체 근로남성의 소득의 63%수준이고, 일하는 여성 중에 비정규직 비율이 65%정도이고(남성은 40%), 남성정규직에 비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1/3의 임금만을 받고 있고,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여성비정규직은 남성비정규직의 70%정도만 받는다. 그 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은 100만원 정도의 월급만 받으며 힘들게 일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부지런히 일을 해도 여전히 가난하다(Working poor). 다른 한편으로 여성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의 비율이 높아졌고, 고시에 합격하는 여성의 숫자도 많아졌고, 고소득자인 전문직 여성들이 많이 있지만 그러한 여성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소수에 해당되고, 그나마도 그 비율과 소득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 양극화와 여성 차별 현상은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눈에 띄게 심화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의 여성의 지위와 권한을 대변하고 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높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국민소득 20,000만불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였다지만, 그 성장의 과실은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기 힘들다. 반면 적어진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경쟁에서 쳐진 사람들의 이혼과 자살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빛과 그늘의 경계는 더욱더 뚜렷해지고, 춥고 어두운 그늘은 날로 넓어지고 짙어지고 있는데, 그러한 그늘로 여성들이 내몰리면서 고통과 부담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열악한 지위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고,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어도 성매매는 여전하게 성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성(Sexuality) 영역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면서도 가부장제적 자본주의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여성을 교묘하게 도구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도 10년 전 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로부터 우리 사회를 그리고 궁핍한 처지의 여성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고민에서 그치지 말고 그 해결방안을 제대로 제시해야 하는데, 저 거대한 흐름에 맞서기가 버겁다.
사회양극화의 해결방안은 사회복지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불우이웃돕기 같은 자선이나 부자들의 시혜가 아니라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서 그 돈으로 병들고 가난하고 늙은 취약계층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양극화로 더욱 더 가난해지고 자립의 터전을 잃어버린 빈곤층을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재원으로 돕는 것이 사회복지다. 지금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과 기초생활수급자제도를 비롯한 많은 사회복지정책들은 대부분이 사회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지난 10년간에 만들어지고 확대되었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냐 증세냐, 그리고 무상급식의 문제는 사회복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아주 바람직한 논쟁이다. 그러한 이슈들에 대하여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인 판단을 할 것이지만, 더 적극적인 사회복지정책이 시행되어, 아무래도 더 열악한 처지의 여성들이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이번에 이 책을 개정하면서 새로운 자료와 문헌의 인용을 통해서 이러한 변화와 문제점들을 담아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취약한 여성들의 삶의 고통문제는 세계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어 나라 밖의 자료도 많이 인용하였다. 언제나 해결책에 대한 모색은 올바른 문제설정에 있다고 볼 때 시대를 앞서 가면서 우리의 양심과 실상을 깨우쳐 주고 있는 국내외의 많은 지성인들의 고뇌에 찬 문제제기와 주장들은 휴머니스트를 자처하는 필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는 7년째 전철을 타고 서울서 평택으로 통근하면서 사시사철 계절의 화려한 변화와 부지런한 인간의 군상을 접할 수 있었다.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 수단을 택한 것이 내 생애의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북적대는 전철 안에서 언제나 다가와 나와 대화상대가 되어 주었던 책속의 그 많은 지성인들에게 감사와 지지를 보낸다.
2010년 歲暮에. 서울 양천에서 씀.
첫댓글 방학 중임에도 여전히 꾸준하시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결국은 복지죠..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