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서예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三道軒정태수
대구서예, 문인화 여류중진작가 초대전
일시 : 2007년 12월 18일(화) - 12월 23일(일) 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5개 전시실 초대작가 : 소연 김영자(문인화), 설강 김영자(서예), 계정 박정자(서예), 남강 최영지(문인화), 연당 최영희(문인화) 초대일시 : 2007년 12월 18일(화) 오후 5시 주최 : 월간 서예문화
*대구 여류를 대표하는 중진작가들의 역작을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회원여러분들께서는 많이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대구 서예·문인화 여류중진작가 특별좌담회 선비문화가 살아있는 예술의 도시 대구. 현재 대구의 서예·문인화계에서 활동하는 60대 이상 여류작가 가운데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진작가 다섯명의 초대전이 본지의 기획으로 12월 18일부터 2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초대전에 참여한 작가는 소연 김영자(문인화), 설강 김영자(서예), 계정 박정자(서예), 남강 최영지(문인화), 연당 최영희(문인화)선생이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영남예술의 본거지인 대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현재 대구지역 여류중진작가들의 작품양식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분야에서 30년 이상 먹향을 가까이 해 온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여류작가들의 서예와 문인화에 대한 생각과 지역서단의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좌담회는 2007년 11월 25일 정태수 본지주간의 사회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었다.
정태수 : 대구서단의 현황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면? 계정 박정자 : 대구는 선비문화가 살아있는 예술의 도시입니다. 지금까지 남성작가들의 활동에 비해 여성작가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숫자상으로 보면 여성작가들도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 아닙니다. 석재선생이나 죽농선생이 활동하던 과거 서단에서는 여성작가들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금은 각 분야별로 많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광복 후 현대서단에서 그 시발은 60대 이상 저희 세대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성작가들의 더 많은 활동이 기대됩니다.
남강 최영지 : 대구서예는 광복 이전에 해서나 행초서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한문 오체로 작품이 다양하게 제작되고, 한글서체도 폭넓게 연구발표되고 있습니다. 문인화도 과거 매, 난, 국, 죽의 사군자 위주에서 다양한 화목으로 발표영역이 넓혀지고 있고, 현대적인 표현기법과 전통적인 기법이 동시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작품수준이나 작가층을 보더라도 미술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태수 : 대구지역 서예와 문인화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설강 김영자 : 서예는 저희가 처음 입문할 때만 해도 몇몇 서숙에서 지도하는 지도자의 서풍만 따랐고, 법첩도 없어서 지도자의 체본에 의지해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대구지역에 서예과가 설치된 대학이 두 군데나 있고, 각 종 정보나 자료들도 많습니다. 그런 영향인지 다양한 서풍과 현대적인 실험작품도 제작되고 있어 한국서단에서도 독자성을 지닌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연당 최영희 : 문인화의 경우 전통적인 기법도 전승되고 있지만 현대적인 기법도 성행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현대적인 문인화를 제작하는 작가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승의 모방에만 그치지말고 사의적인 표현에도 더 관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획에서 느껴지는 대범한 기운미와 활달한 용필은 우리지역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태수 :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추구해 오신 여러분들의 작업내용과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소연 김영자 : 문인화는 만상(萬象)의 축소판입니다. 모든 형태를 함축하면 점과 선이 남습니다. 점선으로 표현된 사의성이 짙은 문인화는 흑과 백이 공존하는 화면입니다. 검은색은 모든색의 모색으로 가장 강렬한 색입니다. 어느 서양화가는 점과 선과 면이 모든 회화의 기본이라고 하였듯이 문인화는 검은 점과 선으로 귀일됩니다. 자연속의 화초에서 잎과 꽃을 떼어내면 남는 것은 그 핵심은 줄기 뿐입니다. 이와 같은 것이 문인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통을 견지해나가면서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제 나름대로의 작품을 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예를 들면, 매화의 외형적인 형태보다 추위속에 향을 피우면서 고고하게 자라는 매화의 속성을 작품으로 옮기는데 있어 문인화라는 외형적인 틀에 갇히기보다 나의 느낌과 생각들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해 보려고 합니다.
설강 김영자 : 서예를 공부하면 할수록 공부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몇 번의 개인전을 하면서 전통적이고 예측가능한 작품에서 조금 일탈된 작품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정서가 숨쉬는 전통민화와 서각은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앞으로 작품에서는 흑백의 화면을 탈피해서 다양한 색감과 입체감 있는 화면으로 저의 느낌들을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서예작품이면 당연히 흰 종이 위에 문자를 서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한 화면 위에 문자든 그림이든 함께 포치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튼 고전적인 잣대에 묶이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연당 최영희 : 저는 최근 개인전을 할 때 연꽃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로 꽃의 표현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연꽃의 생태를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심리적인 느낌까지 담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대상물이나 소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여백을 남기는 기존의 장법보다 생각하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려고 여백을 남기지 않는 장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보배인 먹과 문인화의 뿌리인 서예적인 선을 간직하면서 현대인의 미의식에 부합되는 문인화를 제작하고 싶은 것이 저의 작업방향입니다. 그러기 위해 재료도 다양화하고 소재도 다양화해 볼 생각입니다. 또한 반추상적인 이미지를 살리고, 작품 속에 정신성이 엿보이게 하는 것이 저의 작업과제입니다.
계정 박정자 : 서예는 동양특유의 추상이자 환상적인 예술입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흰화선지는 건반이요, 선은 멜로디요, 먹은 반주라고 봅니다. 1968년부터 붓과 시름하면서 운중백학(雲中白鶴)의 환상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전서는 바하요, 행초는 베토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예와 음악은 다 같이 리듬감이 살아있는 예술입니다. 화선지를 건반으로 생각하면서 그 위에서 글씨를 쓸 때는 소리없는 연주를 한다고 여겨왔습니다. 작가의 마음과 느낌까지 고스란히 비치는 마음의 거울같은 서예술을 연주하면서 그 속에 작게나마 나의 모습들을 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전서에 많은 비중을 두어왔지만 앞으로는 행초서에 진력하여 신운이 담긴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남강 최영지 : 저는 전통없는 현대는 없다고 봅니다. 자칫 현대라는 겉멋에 빠져 전통의 굳건한 아름다움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몇 십년 동안 붓을 들고 문인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전통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합니다. 처음 입문해서 사군자를 주로 그렸지만 그 가운데 매화가 특히 좋아 즐겨 그렸습니다. 요즘은 화조화와 다른 화목도 그려보고 있습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모범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저절로 새로운 세계는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새로움은 기법이나 손끝이 아닌 작가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사물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속에 자연의 모든 것을 수용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정태수 : 대구지역 여류작가들의 문제점을 진단하신다면? 연당 최영희 : 대구지역은 유난히 보수성이 짙은 편입니다. 그런탓인지 타지와 교류가 적은편이고, 대구미술협회내에서도 문인화나 서예는 소외된 느낌입니다. 따라서 여류작가들도 소속된 각종 협회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고, 작품발표도 지역에만 안주하지말고 역외에서도 활발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정 박정자 : 대구에서 활동하는 여류작가들의 수준이나 역량을 타지역에 비교해보면, 그다지 뒤지지 않은 편인데도 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이는 지역작가들의 문제점이라기 보다 각종 잡지나 언론에서 중앙위주로 보도한 보도행태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있고 작품성 있는 지방의 작가를 소개하는데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소연 김영자 : 화가 박수근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우리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림도 작가의 의식만 확고하다면 세계무대에 나가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지역적으로 협소하게 바라보지말고 외국의 현대미술시장이나 작품양식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정태수 : 후배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연 김영자 : 공부해서 자신의 양식을 채워야 남의 작품도 보입니다. 좋은 것 많이 보고 향기남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니 피가 마릅니다. 문인화니 현대니 구분말고 많은 작품을 열심히 하기 바랍니다.
연당 최영희 :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정체성이 서 있어야 합니다. 평생 남의 작품을 흉내내기 보다 자신의 양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남강 최영지 : 집안에 손님이 와야 청소하듯이 늘 남에게 작품을 보일 준비를 해야합니다. 작가는 깨어있어야 하고 작품으로 말할뿐입니다.
계정 박정자 : 작가자신이 표현한 내용은 역사에 남아있게됩니다. 전시 작품속에서 작가의 의도도 소수지만 남이 인지하게 됩니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위해 오늘도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설강 김영자 : 전시기회가 있을때마다 작품제작에 신중을 기합니다. 따라서 작가로서 더 성장할 수 있고 깊이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발표를 많이 하기 바랍니다. 정태수 : 서예와 문인화가 현대인이 공감하는 예술로 거듭나려면? 소연 김영자 : 타장르의 작가들이 먹을 중시하는 것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예나 문인화는 일회라는 정신성이 있습니다. 먹이 지닌 특성과 일필휘지의 장점을 살려내면 가장 호소력 있는 예술이 될 것입니다.
남강 최영지 : 여성들이 한 때 진한 화운데이션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최근엔 생얼로 다니는 것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전통예술도 본래의 여백을 살리고 성형하지 않은 순수한 고전적인 멋이 남아있을 때 현대인의 주목을 더 받을 것 같습니다.
계정 박정자 : 지금은 아침에 파리에서 식사하고 뉴욕에서 저녁을 먹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임에도 각 지역의 전통예술에는 그 나름의 향기가 있습니다. 서예는 동양의 전통예술에 있어 정점이며 서예가는 무관의 제왕이 될 것입니다. 정태수 : 서예나 문인화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한마디로 말씀하신다면? 소연 김영자 : 문인화는 점이요, 선이요, 나 자신이다.
남강 최영지 : 문인화는 삶의 전부이다.
설강 김영자 : 서예는 인내이다.
연당 최영지 : 문인화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도구이다.
계정 박정자 : 서예는 무현금(無絃琴)이다 사회 및 정리 ; 정태수(월간 서예문화 편집주간, jts2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