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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은 창업자들 대부분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표적인 창업 종목이다. ‘밥은 먹어야 하는’ 만큼 기본적인 수요가 있는 데다 창업 자금도 비교적 적게 들기 때문. 하지만 외식업은 시장의 흐름이나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최신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케 전문점, 수제요리 주점, 와플 카페, 아이스크림 카페, 레스토랑형 치킨호프전문점…. 전문가들은 2009년 창업 시장을 주도할 유망 외식업종 트렌드로 ‘고급 외식문화’와 ‘웰빙’ 코드를 꼽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출발을 하려는 예비 창업자들, 잇단 창업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기존 창업자들의 업종 선택에 도움이 될 새해 3대 외식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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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오뎅사께’점을 찾아 사케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사케·수제 요리
‘오뎅사께’ 등 일본 프랜차이즈 주점 브랜드만 20여개
콩·마늘·갈비찜 요리 등 직접 만든 건강메뉴로 경쟁
지난 1월 12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일식퓨전주점 ‘오뎅사께’ 경희궁점. 30㎡(약 10평) 남짓한 공간을 옹기종기 차지한 10여개 테이블은 모두 만석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 윤미연(여·27)씨는 “지난해 여름 ‘사케’를 처음 맛보았는데 알코올 도수도 세지 않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부담이 없더라”며 “일본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소주나 맥주, 와인으로 대표되던 주점 시장에 일본 술 ‘사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사케는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약 12도) 여성뿐 아니라 젊은층의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최근 널리 사랑 받았던 와인만큼이나 그 종류가 다양해 ‘사케 애호가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쌀의 종류와 산지, 도정률(쌀 낱알을 깎아낸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오뎅사께’는 전국에 240여개 점포를 둔 대표적인 일본 프랜차이즈 주점. 지금도 매월 10개 이상의 가맹점을 내고 있다. 본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안주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 창업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주방을 최소화해 점포 공간 효율을 높여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주방장 교체에 따른 ‘음식 맛 변화 스트레스’도 없다.
‘오뎅사께’ 최용규 이사는 “일본 문화에 익숙한 여성부터 깔끔한 술자리를 즐기는 직장인, 옛 ‘정종’에 대한 향수가 있는 노년층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며 “사케 외에 맥주나 과일 소주 등을 함께 내놓아 사계절 내내 장사가 잘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일본 선술집을 표방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약 20여개. 인기가 많아진 만큼 특징도 조금씩 다르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국내에 일본 프랜차이즈 주점을 들여온 ‘쇼부’는 전국 270여개 매장을 확보한 ‘원조’ 일본 주점 브랜드다. ‘라쿠엔’은 70여가지 한·중·일 퓨전 메뉴를 선보이고 있고 ‘고센야’는 모든 메뉴를 5900원 이하로 책정해 중저가형 주점을 표방하고 있다.
한 단계 고급스러운 술집임을 내세운 ‘토오미’는 콩, 마늘 등을 중심으로 한 건강식 안주 메뉴를 제공한다. 165㎡(약 50평) 이상 점포만 개설 가능하며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비 등을 모두 포함해 165㎡ 기준 1억9000만원(이하 모두 점포비 제외) 정도가 필요하다.
수제 요리 주점도 새해 주점 시장을 이끌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술자리 문화에까지 ‘웰빙’이 접목되고 있는 것. ‘주모리’는 냉동·가공 식품을 배제하고 매장에서 요리사가 직접 만든 매운 갈비찜 등의 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8000~1만3000원)에 제공한다. 66㎡(약 20평) 기준으로 인테리어 비용, 교육비, 가맹비 포함 약 5500여만원이 소요된다.
- 멀티 디저트형 카페
와플 내세운 ‘카페베네’ 100㎡ 창업비용 1억5000만원
스터디룸·보드게임방 결합한 복합테마카페도 속속
커피와 샌드위치만 팔던 ‘카페’가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커피 단일 품목만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멀티 디저트형 카페’가 주목받고 있는 것. 카페형 점포 창업은 매장 관리가 비교적 쉽고, 자동화로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처음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나 주부 등 여성 창업자들에게 유리하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플을 전면에 내세운 ‘카페베네’가 대표적이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5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전국에 30여개 가맹점을 개설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커피빈과 달리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토종 브랜드다. 커피뿐 아니라 와플, 젤라또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서브 메뉴를 제공해 20~30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주부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카페베네’ 김철준 실장은 “유럽 스타일로 카페 안에서 식사도 하고, 인터넷을 하며 일을 하거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 다양하게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며 “특히 본사에서 자금이 부족한 창업주와 임대를 주지 못한 건물주 사이를 연계해 일종의 ‘공동투자’ 형식으로 매장을 개설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게 한 점도 예비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네’ 창업에는 100㎡(약 30평) 기준 1억5000여만원이 필요하다. 월 매출은 상권마다 다르지만 약 3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 이 가운데 30% 정도를 순수익으로 보면 된다.
이탈리아 홈메이드(Home-made) 젤라또 아이스크림 카페 ‘카페 띠아모’도 지난 2006년 첫 점포를 낸 이래 전국 200여개 가맹점을 개설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들에겐 에스프레소 커피를, 젊은 여성과 아이들에겐 아이스크림을, 주부들에겐 샌드위치를 파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메인 메뉴 외에 다양한 디저트를 제공해 ‘아이스크림’이 갖는 계절적 요인을 없앴다. 최근엔 북존(Book Zone), 인터넷 존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추가해 ‘멀티 카페’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6㎡(약 20평) 기준 1억여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밖에 ‘커피숍+보드게임방+PC방+스터디룸’을 종합한 복합 테마 카페 ‘카페 루미’, 아이들과 함께 카페를 찾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키즈 카페’, 커피와 우리나라 전통 떡 디저트를 제공하는 퓨전 ‘떡 카페’도 ‘멀티 디저트 카페 점포’를 이끌고 있다.
- 치킨·삼겹살의 변신
유럽풍 고급 인테리어 ‘치킨매니아’… 66㎡에 5000만원대
건강 테마 ‘행복추풍령 칼 삼겹살’ 100㎡ 기준 8000만원
영세한 분위기의 치킨 호프집 대신 ‘레스토랑’ 개념의 치킨 전문점이 새롭게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맛’과 ‘양’으로만 승부했던 치킨 업계에 ‘양질의 서비스’와 ‘고급 문화’라는 고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치킨매니아’는 유럽풍 패밀리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도입해 치킨 호프집 이미지의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김승덕 상무는 “남자들끼리 우르르 몰려가 담배 피우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아이들, 여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레스토랑 개념으로서의 치킨 호프집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1차’를 마치고 ‘2차’로 오는 곳이 아니라 식사와 호프를 동시에 즐기며 ‘1·2차’를 한꺼번에 끝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치킨매니아’는 전국 110여개 점포를 두고 있으며 66㎡(약 20평) 기준 약 5250만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
패스트푸드형 치킨 전문점 ‘맘스터치’도 치킨 메뉴에 버거, 팝콘 쉬림프 등 패스트푸드형 메뉴를 추가했다. ‘배달 매출’을 넘어 ‘홀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자에게 매력적이다. 50㎡(약 15평) 기준 약 3000여만원의 개설 비용이 든다.
돼지고기 및 쇠고기 외식업 시장에도 차별화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칼집만 300번 이상을 낸 ‘행복추풍령 칼 삼겹살’이 그 가운데 하나. 칼집을 낸 사이에 된장이나 복분자, 고추장 등의 재료를 넣어 ‘영양’을 강조했다. 100㎡(약 30평) 기준 약 78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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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신영옥 ‘오뎅사께’ 경희궁점 점장
“IMF 때 명예퇴직한 뒤로 식당만 아홉 번째 도전
안주는 전부 본사에서… 손 안가고 매출도 만족”
- 지난해 11월 ‘오뎅사께’ 경희궁점을 개설한 신영옥(49) 점장은 외식업의 ‘산증인’이다. IMF 때 몸담았던 직장에서 명예 퇴직한 뒤, 식당만 여덟 번 차렸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씨는 “8전9기 정신으로 다시 도전한 것이 ‘오뎅사께’”라며 “‘일식 주점 유행’이란 최신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했고 덕분에 인근 중년 남성 직장인은 물론 여성 고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뎅사께’를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1997년 명예 퇴직한 뒤 종로2가에서 분식집을 차렸다. 가족들과 함께 했는데 경험이 없어서인지 금세 실패했다. 다음엔 중국집 주방장으로 일하는 친척을 불러 휘경동에서 중국집을 차렸다. 한때 월급 종업원을 7명이나 둘 정도로 잘 됐지만 직원들의 잦은 이직 등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다시 서대문에서 중국집을 했는데 상권 분석을 잘못해서 실패했고 그 뒤 광화문 일대에서 콩국수집, 백반집, 호프집 등을 차렸다. ‘오뎅사께’를 차리기 전엔 남대문 쪽에서 홍어·보쌈 등을 파는 식당을 했는데 인근 대기업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주고객층인 직장인들이 사라져 사업을 접었다.”
왜 그 많은 외식업 가운데 ‘오뎅사께’인가.
“젊은 시절 인쇄소에 다닐 때 일본 출장을 갔었는데 그때 맛봤던 ‘사케’ 맛이 참 기가 막혔다. 여자들도 곧잘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맛이더라. 12년간 차렸던 음식점이 다 망하고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요즘 번화가 일대를 오가며 봤던 일본식 주점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님이 가득했던 걸 떠올리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케’라는 이국적인 술의 매력, 고구마 떡갈비·낙삼 불고기 등 50여개에 달하는 퓨전 안주로 한국인의 입맛을 맞춘 것도 경쟁력이다. 안주도 8000원부터 1만5000원까지로 저렴하고 고객층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고 또 매출 규모나 순수익은 어떻게 되나.
“33㎡(약 10평) 기준 약 3280만원 정도(권리금 및 월세 등 점포비 제외)가 들었다. 손님들이 몰려드는 오후 시간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지만 본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안주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별히 손 가는 작업이 없어 일하기 편하다. 광화문 일대와 같은 특A급 상권은 권리금만 2억~3억원 정도 줘야 한다. 상권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에 약 3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 가운데 순수익은 약 40%(1200만원) 정도다.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기가 어렵다 보니 창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외식업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현재의 트렌드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엉성하게 내 방식대로 했다가 후회하기 쉬우니 계속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나는 식당을 하면서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최고위경영자 과정도 밟는 등 나름대로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프랜차이즈 창업이라고 쉽게 볼 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주인이 돼 챙긴다는 생각으로 부딪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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