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수기] 순수한 꿈...[문헌5기 오창섭] 학습수기
영화 <박하사탕>은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되면서 기차가 거꾸로 달려간다. 이 기차는 영화속의 시간여행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이야기는 플래시백 기법을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과거로 계속 회귀하다가 마침내 주인공이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순수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돌이켜보면 성인이 된 이래 내가 가장 순수했고 나다웠던 시절과 공간은 대학시절의 ‘도서관’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특유의 책들의 냄새, 책장 넘어가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책의 질감,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자제하려 안간힘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학과 공부를 하거나 또는 책을 보러 도서관을 들어서면 느껴지던 그 미미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의 기억이 생생하다.
나에게 영화 <박하사탕>은 각별하다.
2013년 말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나는, 제 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어떤 식으로 그 시기를 인생의 성공적인 터닝포인트로 기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영화 <박하사탕>이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나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됐고 내가 도서관과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동경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들이 막연한 동경을 실질적인 목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결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사서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첫 단계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가장 큰 문제가 문헌정보학의 학위를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활인으로서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과정을 위해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 보았고, ‘학점은행제’라는 아주 유용한 교육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학점은행제를 이용해서 문헌정보학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대학교들을 비교해 본 결과 등록금을 포함한 경제적인 조건, 지역적인 조건, 학사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학점은행제 타전공 복수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문헌정보학 전공 48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정사서2급의 사서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는 교육과정이었다.
그렇게 나의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2014년 2월에 문헌정보학 5기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 1학기를 남기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남들보다 짧은 시간동안 전공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익히고, 전공관련 실제 과정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관련한 여러 책들을 읽었고, 도서관 탐방 조별과제 수행을 위해 조원들과 함께 많은 시간동안 토론하며 스터디를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실습해 보고자 도서관 자원봉사활동도 했고, 여러 사서분들과 관장님들을 만나기 위해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사진1 : 2014년 3월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아람누리 도서관 영어자료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서관 탐방 조별과제를 수행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탐방을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찾으면 준비했던 내용들, 조원들과 스터디하는 시간들, 그리고 도서관 현장에서 보고 들었던 현실적인 이야기들 모두가 이후 전공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라는 추상적인 고민에 대해 구체적인 해답들을 다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진2 : 도서관 탐방 조별 과제 수행>
수업을 듣기 위해 대림대학교 캠퍼스로 들어서는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나는 언제나 <박하사탕>의 시간여행 기차를 타는 상상을 한다.
그 열차가 목적지에 다다라 마침내 내가 가장 순수했던,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곳에 이르게 되는 ‘그 날’을 기쁘게 기약하게 된다.
그 곳에서 나는 분명히 지금보다는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사서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출처] [학습수기] 순수한 꿈...[문헌5기 오창섭]|작성자 랑가나단